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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스윙 바꾼 지은희…`韓 최고령 우승` 박세리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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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8개월. 한국 나이로 34세인 '맏언니' 지은희(한화큐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여자골프 최고령 챔피언에 본인 이름을 새겼다.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의 포시즌 골프클럽(파71·6645야드)에서 열린 LPGA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마지막 4라운드. 1번홀에서 출발한 지은희는 초반 2개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LPGA 투어 13년 차 베테랑은 침착했다. 이어진 3·4번홀에서 1타씩 줄이며 다시 타수를 원래대로 돌려놨다. 이후 보기 2개를 더 범했지만 버디 3개를 잡아내며 이날 끝내 1타를 줄여냈다.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지은희는 2위 이미림(29)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초반부터 흔들렸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은 집념이 만든 LPGA 투어 통산 다섯 번째 우승. 지난해 3월 KIA클래식 우승 이후 약 10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챔피언' 타이틀이다.

최근 10대와 20대 초반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는 가운데 지은희는 오히려 30대에 접어들며 개인 통산 5승 중 3승을 기록했다. 제2의 전성기이자 최고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어느덧 LPGA 투어 한국 선수 중 최고령이 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은 땀을 쏟은 지은희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LPGA 투어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이라는 값진 타이틀도 얻었다. 이전 기록은 2010년 5월 당시 32세7개월18일에 벨 마이크로 클래식 정상에 올랐던 박세리(42). 32세8개월에 우승을 신고한 지은희는 이 기록을 1개월가량 더 늘리는 데 성공했다.

1986년생인 지은희는 2007년 LPGA 투어에 뛰어들었다. 돌아가지 않는 공격적인 플레이에 정교한 페이드샷을 갖춰 2008년 웨그먼스 LPGA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2009년 7월에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여자골퍼 에이스로 우뚝 섰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뭔가 될 듯 될 듯하면서도 풀리지 않았다.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 시드를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우승 없이 상금 랭킹 30~40위권에 머물며 그저 그런 선수가 됐다. 부진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은희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가장 큰 도전은 '스윙 교정'. 지은희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해오던 스윙을 과감하게 버렸다. 도박이었다. 체력도, 몸의 유연성도 예전 같지 않은 데다 갑작스러운 스윙 교정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본 선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은희는 스윙 교정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코스는 점점 길어지고 실력이 뛰어난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려면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은희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화큐셀골프단의 김상균 감독과 상의하며 차근차근 스윙 교정을 시작했다. 이후 스윙 코치는 없지만 그 자리를 캐디가 대신했다.

지은희와 4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캐디 마틴 보제크는 스윙 교정에 큰 지원군을 자청했다. 지은희의 스윙교정 핵심은 백스윙. 가파르게 들어 올렸다가 다운스윙 때 몸 쪽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몸을 많이 사용했던 지은희는 "스윙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공 탄도나 스핀 양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백스윙 때 클럽을 조금 완만하게 올리고 올라간 궤도대로 다운스윙을 끌어내리는 자연스러운 스윙으로 바꿔가고 있다. 일단 합격이다. 스윙 교정을 하며 3승을 거뒀다. 지은희는 "바꾼 스윙으로는 탄도가 원하는 만큼 나오고 스핀 양도 많아서 자신 있게 핀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예전 스윙이 나온다. 아직도 스윙 교정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도 지은희의 열정에 감탄했다. 김 감독은 "프로골퍼들이 스윙을 시즌 도중에 바꾸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하지만 지은희는 캐디와 함께 꾸준하게 스윙 교정에 공을 들였다. 우승을 갈망하는 열망이 정말 강하다"고 말했다.

긴 슬럼프 속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과감하게 스윙 교정을 한 지은희는 2017년 10월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무려 8년3개월 만에 우승을 맛봤다. 그리고 자신감이 다시 살아났고 지난해 3월 열린 KIA클래식에서 짜릿한 홀인원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치열했던 자신과 싸움에서 이긴 지은희는 지난겨울 오랜만에 여유를 가졌다. 한국에 머물며 친구도 만나고 취미인 스키도 타러 다니며 머리를 식혔다. 물론 스윙 교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은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숏게임을 연마하고 퍼팅 스타일을 바꿨다. 아이언도 미즈노 신제품으로 교체하고 좀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포기를 모르는 집념은 달콤한 우승으로 다가왔다. 2019년 LPGA 투어 개막전 챔피언. 30대에 접어든 이후 최근 15개월간 3승을 기록한 지은희의 '골프 전성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 함께 지은희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8만달러를 받아 LPGA 투어 통산 상금을 639만2071달러로 늘렸다. LPGA 투어 통산 상금 랭킹 40위이자 한국 선수 중에서는 10번째다.

또 2015년과 2017년 LPGA에서 15승을 합작했던 한국 여자골프는 또 한 번 홀수 해인 올해 첫 대회에서 거둔 맏언니의 우승으로 기분 좋게 한 시즌의 문을 열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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