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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너의 노래는' 정재일x박효신, 우리가 몰랐던 두 천재의 음악 이야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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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하수정 기자] '너의 노래는' 정재일과 박효신의 음악 이야기와 노래가 귀를 사로잡았다.

17일 오후 방송된 JTBC '너의 노래는'에서는 천재 뮤지션 정재일과 그의 가장 가까운 음악적 동료 박효신의 특별한 음악 이야기가 공개됐다.

'천재 뮤지션'이라고 불리는 정재일은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부탁에 "작곡가이고 연주가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지금은 미술가로 활동하는 장민승이라는 작가와 함께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의 음악 한 꼭지를 담당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였다. 지금 생각하면 엉망진창이다"며 웃었다.

이어 "중3때가 본격적으로 한 건데, 가요 음반의 세션도 하고 원일이라는 음악감독과 영화 음악 작업도 하고, 기타리스트 한상원 선생님과 정원영 선생님 밴드의 베이시스트 멤버로 시작하게 됐다. 그게 나중에 긱스라는 밴드가 됐다"고 밝혔다.

긱스 멤버였던 이적은 "와~ 날아다니더라. 라디오 방송국이었는데 라이브 하는 곳에 '뭐 저런 아이가 있나' 싶었다. 그 친구가 갖고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패닉 3집의 베이스, 기타 연주도 정재일이 했다"고 말했다.

정재일은 '강원도의 힘' '늑대의 유혹' '해무' 등 다양한 영화의 음악 작업에도 참여했고, 2017년 봉준호 감독의 러브콜로 '옥자'의 음악을 총괄했다. 한국 최초 오스카 영화 음악상 예비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다.

봉준호 감독은 "본인만의 촉수가 있는 것 같다. 내가 황당하거나 기괴한 주문도 많이 하는데, 악보와 연주로써 감독이 원하는 것을 해낸다"며 만족했다. 정재일은 올해 개봉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도 참여했다.

정재일은 김동률 3집, 패닉 4집을 비롯해 양희은, 아이유의 노래 작업에도 참여했다. 아이유는 "지난해 '꽃갈피 둘' 리메이크 앨범에 발매했는데, '개여울' 편곡을 부탁드렸다. 정말 아름답게 편곡해주셔서, 원래도 선배님을 존경하고 팬이었는데 작업 이후 더더욱 좋아하게 됐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아이유는 이어 "가장 좋아하는 정재일의 음악은 아무래도 박효신 선배님과 함께 작업하며 만든 모든 곡이다. 매번 완벽한 곡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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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의 가장 가까운 음악적 동료는 박효신으로, 두 사람은 2014년 '야생화'를 시작으로 박효신의 7집, '겨울소리', '별 시', '그 날' 등 꾸준히 함께 작업하고 있다.

박효신은 "노래라는 게 우리의 삶 속에 항상 있는 거다. 슬플 때도 부르고 기쁠 때도 부른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학교를 다닌 곳만 세면 열 군데를 다녔다. 항상 외톨이 같았다. 그래서 항상 적응하다가 끝났고, 혼자 있었는데 우리 형이 듣던 음악들을 옆에서 듣다가 좋아졌다. 음악을 하면서 외롭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효신은 "그냥 솔직히 이유없이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그냥 음악을 하게 됐다"며 속 얘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너의 노래는'에서는 정재일과 박효신의 음악 작업 과정이 공개됐고, 두 사람은 1 년 전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작업실을 꾸몄다.

100년도 넘은 프랑스 시골 집에 있는 이유에 대해 정재일은 "격리돼 있기 위해서다. 도시에 있으면 나가야하고, 전화도 받아야 되고, 여기선 음악 밖에 할 게 없다. 그게 엄청 싫고, 또 엄청 좋다"고 말했다.

정재일과 박효신은 아직 발매되지 않은 박효신의 8집을 작업하면서 견해 차이를 보였다. 작업실에 정적이 흐르기도 했지만, 정재일이 기타를 연주하자 박효신이 노래를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췄다.

"곡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라는 질문에 정재일은 "그냥 만든다. 계획을 세울 때도 있는데, 결굴 곡이 써지는 건 순식간이다. 우리가 곡을 같이 쓰니까, 서로의 반응이 중요하다. 그냥 계속 하염없이 하는 수밖에 없다", 박효신은 "서로의 에너지가 좋을 때 나오는 것 같다. 이렇게 가면 좋겠다고 상상하는 게 있는데, 재일이가 이렇게 가주면 그때 진짜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숨'이나 'Home'도 그런 방식으로 만들었냐?"는 질문에 박효신은 "'Home'도 별거 아닌 것에서 시작했다. 피아노를 원비트로 치다가 잠깐 나갔다 왔는데, 재일이가 앞 소절을 다 만들어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재일이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연주했고, 박효신에 멜로디 위에 목소리를 얹었다. 이어 '겨울소리'도 들려줬고, 박효신이 노래를 부를 때 창 밖에서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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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선후임으로 만나 친해진 정재일과 박효신. 박효신은 "가수로서 중요한 시기이고, 나이도 적지도 않고 많다고 할 수도 없었다. 똑같은 음악을 하기도 마음에 안 들고. 진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고 했다. 정재일은 "음악을 하고 작곡가와 가수니까 한마디를 해도 할 얘기가 더 있었다"며 친해진 계기를 언급했다.

박효신은 "너무 아플 때 재일이가 병간호를 혼자 다해줬다.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마음속으로 재일이를 모시기를 했다"며 웃었다.

박효신은 "옛날에는 가창력이 첫 번째였다. 그때는 겉멋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멋부려야지 그게 겉멋이 아니고 심지가 있는 건데..또 옆에서 분위기를 만들어주니까. 예를 들면 녹음을 할 때 내가 편하게 내는 톤으로 막 한다. 오케이가 안 나다가, 한 번 확 긁으면 오케이가 나니까 '아 이게 맞나보다. 대중들도 좋아하겠지' 생각했다. 그쪽으로 나도 모르게 치우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점점 많이 하면서 깨달음도 생겼다. '왜 이렇게까지 왔지' 싶더라. 내가 내 음악을 너무 덜 아끼게 된 것 같더라. 팬들이 들으면 서운할 수도 있지만. 싫다는 게 아니고 덜 아끼는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끼는 음악을 해야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악을 할수록 거창하게 생각하는 게 없어진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고, 아끼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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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정재일을 설득했다는 박효신은 "이렇게 잘하는 친구가 대중들에게 많이 보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일이를 엄청꼬셨다. '형이랑 음악을 해보자'고 그했다. 그런데 재일익 그때는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정재일은 "'나랑 하면 망할거예요' '어두울 거예요' '침울할 거예요' '비참할 거예요' 그런 식으로 얘기했다.(웃음) 대중 친화적이지 못하니까. 그런데 공통점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것, 감동을 주고자 하는 것. 어쨌뜬 노래가 가장 중요한 악기다. 제대 후 열매를 맺은게 '야생화'다"고 말했다.

박효신은 "그때 상황이 다 해결된 게 아니었다. 사람이 기피했을 때다. 만나면 날 위로하려는 모습도 미안하고 불편하고 그랬다. 그렇다고 '괜찮아'라고 하기엔 그것도 아니었다. 다이나믹 듀오 형들을 만났는데, 개코 형이 '그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까 이런 노래를 만들 수 있는 거야'라고 하면서 박수쳤다고 하더라. 감사하다고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고 얘기하고 나서 집에 오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형들은 더 멀리 보는구나' 느꼈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후 흘러나온 두 사람의 '야생화' 라이브가 귀를 황홀하게 했다./hsjssu@osen.co.kr

[사진] '너의 노래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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