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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참여하는 스포츠 현장을 가다]학생·지역민 함께 즐기고 건강 챙겨 ‘1석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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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학교 체육시설 개방

방과후·휴일 등 유휴시간대 활용, 사설 클럽보다 이용료 낮아 인기

가족운동회 등 체육 프로도 진행…예산 문제로 강사 섭외 등엔 한계

경향신문

2018년 학교 체육시설 개방사업에 참여한 경기 부천의 옥길중학교 체육관에서 지역 주민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부천 |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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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 속에 눈발이 흩날리는 어둠을 뚫고 들어선 체육관은 후끈했다. 한겨울 밤인데도 운동으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지난 13일 경기 부천의 옥길중학교 체육관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배드민턴에 푹 빠져 있었다.

학생이 아닌 일반인들이 학교에서 운동하는 광경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학교 체육시설을 활용한 지역민들의 생활체육 참여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 대한체육회는 국민의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체육시설을 갖춘 학교를 대상으로 시설 개방 사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돌아간 학교 체육시설의 유휴시간대(방과후, 휴일)를 활용해 지역민들이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올해 전국 155개교가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옥길중학교 체육관에서는 배드민턴 교실이 열리고 있다. 네트가 설치된 4개의 코트에서는 쉴 새 없이 셔틀콕이 오갔다. 1개 코트에서는 부천시체육회 강사가 나와 레슨을 진행하고 있었다. 20대의 직장인부터 은퇴 후 스포츠로 여가를 즐기는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들은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며 함께 호흡했다.

현장을 관리하는 이상인 관리매니저는 “동호회 회원도 많이 찾고 인근 지역 주민도 즐기고 있다. 샤워시설까지 깨끗하게 구비돼 모두들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평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개방되고 토요일(오후 2~9시), 일요일(오전 10시~오후 6시)에도 문을 연다. 지난달까지는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입장료 1000원만 내면 원하는 시간만큼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다. 사설 클럽보다 이용료가 매우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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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길중학교 체육관 앞에 설치된 학교 체육시설 개방사업 안내문. 부천 | 양승남 기자


한기원씨(48)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알게 돼 참여했는데 집 근처 학교에 이렇게 좋은 시설이 있어 편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 배드민턴 클럽을 이용하다가 온 사람도 많다.

봉배배드민턴클럽의 전재명 회장(56)은 “지역에 이런 좋은 시설이 생겨 옮겨왔다”면서 “다른 클럽 회원도 보고 지역 주민도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며 교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동호회 회원들과 지난해 이곳에서 배드민턴대회를 열어 얻은 수익금을 옥길중학교에 장학금으로 내기도 했다. 학교는 지역민을 위해 시설을 개방하고, 이를 활용하는 주민들은 학교에 고마움을 보답하며 공생했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해당 학교 학생도 방과후 체육프로그램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학교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또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가족운동회,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체육프로그램 등 가족 중심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은 편이지만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전 회장은 “회원들이나 지역 주민들은 레슨을 많이 받고 싶어 하는데 (강사료 부담 등으로) 예산 문제가 있다보니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핵심인 학교 시설 대여의 결정권자인 학교장이 소극적인 것도 문제다. 일부 학교는 안전과 민원 등의 우려로 중간에 사업을 그만둔 경우도 있다. 대한체육회 심상보 스포츠클럽부장은 “국민들은 접근성이 좋은 학교에서 생활체육을 하고 싶어 한다”면서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교육부에서 미온적인 게 아쉽다. 문체부와 교육부가 협력해 학교 시설을 통한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을 한다면 국민 건강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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