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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해외축구 돋보기]무리뉴 질식시킨 리버풀의 ‘에너자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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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백 로버트슨, 쉼 없는 공략에

무리뉴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숨 쉴 수조차 없었다” 이례적 칭찬



경향신문

무리뉴




조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완전히 질려버린 듯했다. 17일 리버풀 원정에서 1-3으로 완패한 뒤 열린 기자회견장에서였다.

“앤디 로버트슨(리버풀의 왼쪽 백)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다. 그는 1분마다 100m 스프린트를 했다.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리버풀은 빨랐고, 강렬했고, 공격적이면서 육체적으로도 맨유를 압도했다. 무리뉴는 “리버풀은 볼을 갖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시속 200마일로 플레이한다.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고 맨유와 리버풀의 수준 차를 인정했다.

경기에 진 무리뉴가 상대를 칭찬하고, 패배를 인정한 건 아주 이례적이다. 패배의 원인을 만들어내는 데는 천재적인 재주가 있는 무리뉴 아니었던가. 편파적인 심판, 상대의 행운, 조명등, 화창한 날씨까지 상상을 초월했던 그의 수많은 변명들을 떠올려보라. 그런 그가 이번엔 깨끗이 손을 들었다.

무리뉴를 질리게 만든 로버트슨은 리버풀의 ‘에너자이저’이다.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지성처럼 멈추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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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슨




이날도 왼쪽 측면을 쉼 없이 오르내리며 맨유 진영을 무자비하게 공략했다. 98개의 터치로 중앙 미드필더 바이날둠(105개)과 공격수 피르미누(101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터치를 기록했다. 크로스 11개, 롱패스 6개, 키패스 4개가 쉴 틈 없이 맨유 문전으로 날아들었다.

크로스나 코너킥 등이 이날 아주 위력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워낙 많이 뛰고 크로스와 패스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로버트슨에 무리뉴의 가슴이 탁 막혀버린 것이다.

리버풀 팬들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로버트슨을 ‘날아다니는 스코틀랜드인’으로 부르지만 그가 리그 최고의 왼쪽 백으로 부상하는 과정도 ‘비상(flying)’에 가까웠다. 15살 때 키가 작다는 이유로 셀틱에서 방출됐고, 이후 스코틀랜드 2부리그 퀸즈파크와 1부 던디 유나이티드, 헐시티 등을 전전했다.

2017년 여름 리버풀에 합류한 로버트슨은 불과 1년 만에 레알 마드리드의 마르셀루, 바르셀로나의 조르디 알바, 맨체스터 시티의 멘디와 함께 세계 최고의 왼쪽 백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800만파운드(약 110억원)였던 몸값도 7212만파운드(약 1020억원·국제스포츠연구센터 12월 평가 기준)로 수직 상승했다.

6연승을 달린 리버풀은 맨시티를 1점 차로 제치고 다시 선두를 탈환했다. 날아다니는 로버트슨과 함께 리버풀의 우승 꿈도 날고 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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