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권불10년이라고?…韓 `LPGA 지배` 무한질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올해 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박성현(왼쪽)과 LPGA 투어 데뷔 후 한 번도 상금랭킹 10위 밖으로 밀리지 않은 유소연. 한국 여자골프는 최근 10년간 99승을 거두는 활약을 펼쳤다. [사진 제공 = KEB하나은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확히 10년 전인 2009년 말 대한민국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대사건이 벌어진다. '세리 키즈' 신지애(30)가 한국 여자골퍼로는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에 떡하니 오른 것이다. 그 전까지 10년 이상 LPGA 상금왕은 단 3명,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그리고 카리 웹(호주)이 돌아가며 차지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소렌스탐과 오초아가 연이어 은퇴를 선언하고 웹도 예전만 한 날카로운 샷을 날리지 못하면서 마침내 한국 여자골퍼들의 LPGA 지배가 시작됐다.

올해 한국 여자골프는 태국의 강자 에리야 쭈타누깐 기세에 눌렸다는 인상을 줄지도 모르겠다. 상금왕은 물론 최저타수상 등 개인에게 주는 5개 타이틀을 싹쓸이했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가 우승한 횟수는 기껏해야 3승이다. 컷 탈락이 많다 보니 상금이나 평균타수에서 쭈타누깐에게 밀리기는 했지만 박성현도 똑같이 3승을 거뒀다. 국가별 우승은 한국이 9승으로 5승인 태국을 압도한다.

최근 10년으로 그 기간을 넓히면 국가별 우승 횟수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10년 동안 거둔 승수가 무려 99승에 이른다. 이는 66승인 미국을 한참 앞선다. 지난 10년간 태국 선수의 우승은 12승에 불과하다. 그것도 쭈타누깐이 홀로 10승을 거둔 것이다. 오히려 동포 리디아 고가 홀로 맹활약한 뉴질랜드와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미야자토 아이의 일본이 15승으로, 한국과 미국에 이어 승수가 많다. 지금은 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쩡야니의 대만도 지난 10년 동안 14승을 획득했다.

아쉬움이라면 2015년과 2017년 '15승'을 거뒀던 여자골프 최강 대한민국이 올해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만약 올해 1승만 더해 두 자릿수 승수를 채웠다면 '10년 10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한국 여자골프는 지난 10년간 2011년 '3승'의 부진을 빼면 최소 8승 이상씩 거뒀다. 2009년 11승을 거뒀고 2010년 9승, 2012년 8승, 2013년과 2014년 연속 10승 그리고 2016년에는 9승을 태극낭자들이 합작했다. 대한민국 LPGA 총승수(169승) 중 60% 가까이를 지난 10년에 거둔 것이다.

상금왕 숫자만 봐도 태극낭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이뤘는지 알 수 있다. 신지애가 물꼬를 튼 상금왕 계보를 2010년 최나연(31)이 잇더니 2012년과 2013년 박인비가 2년 연속 상금왕에 등극했고, 지난해에는 박성현이 신인왕과 상금왕을 동시에 거머쥐는 대활약을 펼쳤다. 10시즌 동안 절반인 다섯 번 상금왕 주인공이 대한민국 여자골퍼들이었던 것이다. 태국이 2016년과 올해 두 차례, 그리고 대만(2011년 쩡야니), 뉴질랜드(2015년 리디아 고), 미국(2014년 스테이시 루이스)이 각각 한 차례 상금왕을 배출했을 뿐이다.

지난 10년 한국 여자골퍼들은 가장 많은 세계랭킹 1위 선수를 탄생시켰다. LPGA가 롤렉스 세계여자골프 랭킹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2월이다. 한국 여자골퍼 최초로 상금왕을 차지한 신지애는 2010년 5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또 하나의 '한국 여자골퍼 최초'란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후 박인비, 유소연(28), 박성현까지 총 4명의 한국 선수 세계 1위가 탄생했다. 미국은 스테이시 루이스와 크리스티 커 등 두 명의 세계 1위를 배출했고 대만(쩡야니), 뉴질랜드(리디아 고), 스웨덴(안니카 소렌스탐), 중국(펑산산), 일본(미야자토 아이), 태국(에리야 쭈타누깐)에서 각각 1명의 세계 1위 선수가 나왔다.

신인왕 역시 최근 10년 한국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2009년 신지애를 필두로 2011년 서희경, 2012년 유소연, 2015년 김세영, 2016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그리고 올해 고진영(23)까지 지난 10년 동안 세 번을 빼고 일곱 차례나 '한국 선수 신인왕'이 탄생한 것이다. 최근 4년은 한국 선수가 연속으로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한국 여자골퍼들은 화끈한 상금 사냥을 벌였다. 한국 여자골퍼들이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총액은 1억4000만여 달러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1000만달러를 넘기지 못한 것은 3승에 그치며 최악의 우승 가뭄에 시달렸던 2011년(925만달러)뿐이다. 하지만 그해 LPGA 전체 상금에서 적게는 20% 내외, 많게는 35% 가까운 상금이 한국 선수들 몫이었다. 올해는 평균작에는 조금 못 미치는 1266만여 달러를 벌었다.

'권불십년'이라고 했다. 권력은 10년을 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적어도 여자골프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는 사자성어다. 한국 여자골퍼들은 한번 잡은 권력을 놓을 생각이 없다. 내년에는 '핫식스' 이정은(22)이란 걸출한 신인이 LPGA 무대에 합류한다. 현 세계랭킹 1위 쭈타누깐의 우승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오태식 기자 /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