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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더 골프숍]1800만원짜리 퍼터를 사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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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터는 골퍼의 연인, 드라이버는 무기

명품 시계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상징

아널드 파머는 3000개 모아

한국에 세계 유일 퍼터 편집숍 영업

중앙일보

갤러리에 전시돼 있는 수제 퍼터.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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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수제 퍼터 편집숍(여러 가지 브랜드의 물건을 파는 매장)이 있다. 롯데월드타워 에비뉴엘 명품관에 있는 ‘퍼터 갤러리’다. 이종성 대표는 “수집의 나라 일본, 최근 큰 손이 된 중국에도 편집숍은 없는데 약간 오기로, 망할 각오로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가 오기를 부린 이유는 이렇다. “명품 수제 퍼터는 가격이 비싼데도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다. 물건이 귀해 사기도 어렵고, 파는 사람이 마치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인터넷에 사진 몇 장 올려놓고 거래를 하는데 그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

그의 우려와 달리 이 매장은 지난해 11월 개장 이후 1년이 넘게 잘 운영되고 있다. 하루에 한 개 꼴로 퍼터가 팔린다. 퍼터의 예술가라 불리는 스카티 카메론은 “내 퍼터는 까르띠에 혹은 티파니 같은 것이다. 최고로 만들면 (가격이 어떻더라도) 사람들은 산다”고 했는데 이 말이 맞았다.

퍼터 갤러리에서 취급하는 제품은 스카티 카메론, T.P. 밀스, 크로노스, 레이본, 바이런 모건, 피레티, 아르 골프, 야마다 등이다. 요즘 뜨는 타이슨 램은 상표권 분쟁으로 인해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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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터 갤러리.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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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 거래된 가장 비싼 물건은 1800만원이다.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인 스카티 카메론은 GSS, SSS, 수퍼 랫, 투어 랫 순으로 가격이 구성됐다. GSS는 German(독일) 스테인레스 스틸의 약자, SSS는 스튜디오 스테인레스 스틸의 약자다. 수퍼 랫과 투어 랫은 카메론이 장난스럽게 그린 쥐(rat)가 새겨진 퍼터다. 스카티 카메론의 투어전용 모델인 써클티 퍼터 중 가장 대중적인 제품이 500만원대인 슈퍼 랫이다.

이 대표는 수제 퍼터 시장에서는 T.P. 밀스가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본다. 화려하고 다양한 스탬핑 등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카메론과 달리 T.P. 밀스는 모양은 투박하지만 쇳덩이를 만지는 기술은 매우 뛰어나다고 했다. T.P. 밀스의 수제제품은 250만-350만원 선이며 일반 제품은 50-70만원 선이다.

이종성 대표는 골프업계(캘러웨이 마케팅팀)에서 일했다. 이대표는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오디세이 퍼터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수제 퍼터를 사는 사람들은 나는 남들과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어려움은 재고 관리다. 이 대표는 “사람들의 취향을 알기가 어렵다. 어떤 제품이 잘 나갈지 알 수가 없다. 잘 될 것 같은데 안 팔리는 물건도 있고 안 될 것 같은데 잘 팔리는 물건도 있다. 사람의 마음 속은 다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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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터 갤러리.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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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터는 골프 용품 중에서도 특별한 영역이다. 멋진 퍼팅을 하고 나서 퍼터에 입을 맞추는 선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멋진 티샷을 날렸다고 드라이버에 입술을 대는 골퍼는 없다. 골퍼는 퍼터를 가장 중요한 순간 함께 하는 일종의 동반자로 여겨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골퍼의 무기이지만 퍼터는 애인 같은 존재다. 선수들은 예전에 쓰던 드라이버는 버려도 퍼터는 대부분 모아 둔다. 아널드 파머는 약 3000개의 퍼터를 모았다. 스콧 호크는 150개의 퍼터가 있다.

최초의 수제 퍼터인 TP 밀스는 아이젠하워, 닉슨, 포드, 레이건, 부시 등 미국 대통령이 사용했다.

옷을 반드시 보온 기능으로만 입는 것은 아니다. 요즘 시계는 꼭 시간을 보기 위해서 차는 것은 아니다. 개성을 표출하는 통로이며 남과 다르다는 상징과 과시도 있다. 골퍼들은 드라이버 등 다른 장비에서는 기능을 더 중시하지만 퍼터에서는 상징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동호회에서는 카메론 퍼터를 ‘섹스 온 어 스틱(sex on a stick)’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우 섹시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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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터 갤러리.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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