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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콘서트 리뷰] 2018 김동률 콘서트 `답장`, 콘트라베이스 같은 명품 보이스…한파속 3만명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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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7일 서울엔 최저 기온 영하 10도를 찍는 강추위가 시작됐다.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8 김동률 콘서트 '답장'을 보러 몰려든 관객들에게도 어김없이 한파는 찾아왔다. 김동률(44)이 3년2개월 만에 펼치는 콘서트에 일었을 설렘을 즐길 새도 없이 입장을 서둘렀다.

그러나 공연장 온도가 높아지는 건 단 한 소절이면 충분했다. 김동률이 '문 라이트(Moonlight)'를 부르며 등장하자 따뜻한 음성이 곧 공연장 구석구석으로 스몄다. 콘트라베이스 같은 목소리가 한파에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세월에 유행은 녹슬지만 김동률의 음성은 여전했다. 언제 어디에서 마주쳐도 믿고 살 수 있는 명품처럼.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애틋한 로맨스 영화가 떠오르는 사랑스러운 선율"을 이 노래의 강점으로 꼽은 바 있다.

물론 그 선율의 로맨틱함이 완성되는 건 김동률의 중저음과 만났을 때다. 1993년 듀오 '전람회'로 데뷔한 그는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남성 보컬의 새 지평을 열었다. 높은 키의 노래를 잘 부르는 게 가창력의 기준처럼 여겨지던 시기, 그는 듣는 이를 감동시키는 요소는 음의 높낮이가 아니라 울림이라는 걸 증명했다.

공연 초반 레퍼토리는 '사랑한다는 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로 채웠다. 두 곡 다 김동률 팬층을 크게 넓힌 전 국민적 히트곡이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2001년 발표한 정규 3집 '귀향' 타이틀곡으로 이듬해 김동률에게 지상파 음악 방송 첫 1위를 안겨주기도 했다.

김동률은 한 가수가 품을 수 있을 법한 꿈은 모두 이뤘다.

1993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과 특별상을 동시에 받았다. 이소은, 이적, 하림, 양파, 존박에 아이유까지 당대 가장 색깔 있는 목소리로 정평 난 아티스트들과 컬래버레이션했다.

아이돌 그룹 위주로 돌아가는 2010년대 음원 차트도 그에겐 걸림돌이 아니었다. 김동률은 공연 당일 낸 '동화'(피처링 아이유)까지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발매만 하면 차트 1위를 달성하는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 김동률이 무려 3년2개월 동안 콘서트를 쉬었다. 뜻밖에도 '슬럼프'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어느덧 음악 한 지 25년 정도가 됐어요. 이렇게 오래 음악을 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이미 다 이뤘어요. 그러니까 나는 이미 오래전에 정점을 찍은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변화를 요구하는 일각의 목소리도 그에겐 부담이었다. 앨범을 낼 때마다 듣게 되는 '김동률 음악은 똑같다'는 이야기가 혼란을 줬다고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그는 김동률 음악의 가치는 '항상성'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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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가수 김동률이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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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변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엔 너무 많은 것이 빨리 변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안 변했으면 좋겠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도시 풍경, 심지어 맛 같은 것도 안 변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엔 훌륭한 것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우린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왜 한 사람이 다 하길 바랄까요."

김동률 음악의 큰 뿌리를 지키면서도 그는 여러 색채로 디스코그래피를 칠해왔다. 이날 공연장에서는 발라드와 탱고, 뮤지컬풍 곡을 넘나드는 김동률의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중저음에 강점이 있는 그지만 '답장'과 '기억의 습작'처럼 고음으로 치닫는 노래의 매력도 유감없이 뽐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함께 노래하던 김동률은 '그 노래'를 부를 땐 연주와 마이크를 전부 물린 채 육성만으로 1만1800㎡ 체조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서 '빛과 소리의 향연'으로 추억되는 김동률 콘서트는 7~9일 사흘 분이 전부 매진됐으며 3만여 관객이 들었다.

"저는 앞으로도 변화를 위한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걸 천천히 오랫동안 해야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제 새로운 노래를 오랜만에 듣게 된 팬이 '내가 한때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지금도 묵묵히 자기 음악을 하고 있구나'라고 안심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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