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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래서 제2의 정현 나오겠나…이형택, 협회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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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곽용운 회장 체제 테니스협회 질타

“최고 권위 한국선수권, 상금 반토막”

실업대회보다 상금보다 못한 수준

“이래가지고 누가 테니스 하겠나

주니어 육성 제대로 하는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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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원도 양구에서) (제73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했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과거 우승상금이 1000만원은 됐는데, 이번에는 완전 반토막 났더라구요. 한국 최고의 테니스 대회인데…”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한국 남자테니스의 ‘레전드’ 이형택은 한국 테니스 현실에 대해 쓴소리부터 했다. “상금도 줄었지만, 대한테니스협회가 하는 대회라면 팬들이 접근하기 좋은 곳이어야 하는데 참 답답한 현실이네요.”

“혼합복식 우승상금도 100만원 밖에 안 됐어요. 둘이 나누면 50만원. 이거 너무하지 않나요? 동호인 테니스대회 상금보다 못하네요.” 자리를 같이 한 한 테니스 관계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택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의 헌팅턴 비치에서 ‘프리미어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현지 주니어 엘리트 선수는 물론 동호인까지 지도하고 있다.

졸속으로 치러진 한국테니스선수권은 곽용운 회장 체제의 대한테니스협회가 주도하는 협회 행정의 무능함과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케이스다. 과거 전임 회장 시절엔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라 해서 남자단식 챔피언한테는 1000만원을 주는 등 대우를 해줬다.

그러나 올해 대회 남녀단식 우승상금은 500만원, 남녀복식 등은 2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실업오픈대회(남녀단식 각 600만원)보다 못한 수준이다. 총상금도 과거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었다. 주원홍 전 회장과 경선 끝에 주 회장 반대파의 물밑 지원으로 회장에 당선된 곽 회장은 협회를 떠맡은 이후 무능한 행정과 사유화로 테니스인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한 실업팀 감독은 팀 주전급들이 대거 한국선수권대회에 나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우승 상금도 말도 안되게 줄고, 그렇게 외진 지역에서 하면 팬들도 오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를 그런 식으로 치르는 것은 해도 너무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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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테니스를 하면 뭐 이런 게 있다고, 어린 선수들이나 스포츠 꿈나무들한테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이래 가지고는 누가 테니스 하겠어요. 꿈을 가질 수 있게 동기 부여가 돼야 하는데….” 이형택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이번 대회에는 남자단식 유망주 홍성찬, 이덕희, 정윤성 등은 물론, 남지성, 김청의 등 상위권 선수들은 거의 출전하지 않았다. 여자단식도 한나래, 최지희, 이소라, 김나리 등 간판스타들이 거의 빠졌다. 협회가 대회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아 그들만의 대회로 전락했다.

이형택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곽용운 회장의 ‘듣보잡’ 관련 소식도 뒤늦게 알게 됐다며 “거기(국회)에 나와 그렇게 큰 소리 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놀라워 했다. 곽 회장은 당시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자신을 듣보잡이라고 비난하자, “제가 왜 잡놈입니까”라며 청문회장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논란이 됐다. 안 위원장 등 당시 의원들은 미국에서 살다가 와 곽 회장이 협회를 이끌게 된 뒤 누나의 아들을 인수위원장에 앉히는가 하면, 서울 장충코트 관리 최고 책임자도 특정인을 앉히는 등 협회를 사유화한 것에 대해 질타했다. 그러자 곽 회장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식으로 항변만 거듭했다.

이형택은 “그동안 협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는데, 인수위원장 문제나, 장충코트 최고 관리자에 특정인을 앉힌 것을 보니 납득이 안 간다”며 “과거 조동길 회장 시절에는 주니어 육성 시스템을 만들어 유망주들이 투어 대회를 다니게 했고 홍성찬, 권순우, 정윤성, 김영석 등을 키워냈다. 정현도 삼성의 지원금 3억원을 받아 투어 대회를 다녔고 세계적인 스타로 컸다. 그런데 현재 테니스협회는 주니어 육성을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엘리트 대회 지원금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돈을 테니스협회가 생활체육대회로 전용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말이 안된다고 했다. 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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