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해외축구 돋보기]축구의 신을 원망할까…‘살리에르’가 된 이과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벤투스의 호날두 영입 과정서 하루 아침에 AC밀란 임대 굴욕

친정팀과 경기서 복수 별렀지만…페널티킥 실패에 퇴장까지 당해

8호골 호날두에 완패, 눈물 떨궈

경향신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왼쪽)가 12일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리에A AC밀란과의 경기를 2-0으로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반면 호날두의 입단으로 AC밀란에 임대된 곤살로 이과인(오른쪽)은 경기 후반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밀라노 |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뮤지컬 <살리에르>에서 아무리 해도 모차르트를 이길 수 없었던 남자, 살리에르는 이렇게 하늘을 원망했다.

“왜 천국의 음악을 그에게만 주시나이까.”

12일 곤살로 이과인(AC밀란)의 가슴속에 휘몰아쳤던 감정도 살리에르의 원망과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이날 산 시로에서 만난 유벤투스는 지난 시즌까지 그가 뛰었던 친정팀이었다. 이과인은 2015~2016시즌 세리에A에서만 36골(2도움)을 터뜨려 1929년 지노 로세티(토리노) 이후 87년 만에 세리에A 한 시즌 최다골 타이기록을 세운 최고의 골잡이였다. 유벤투스는 그를 데려오기 위해 구단 사상 최고 이적료인 9000만유로(약 1150억원)를 아끼지 않았다. 이과인은 나폴리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두 시즌 동안 리그 40골(9도움), 챔피언스리그 10골(2도움)을 올리며 유벤투스의 2년 연속 더블(리그, 컵대회 우승)에 기여했다.

이과인은 “나는 유벤투스에 모든 것을 바쳤다”고 말했다. 유벤투스는 그런 그를 지난여름 헌신짝처럼 버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하면서 이과인을 AC밀란으로 임대 보낸 것이다. 유벤투스는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과인은 빅이어를 가져다줄 적임자가 아니라는 게 유벤투스의 판단이었다.

하루아침에 AC밀란으로 튕겨져 나간 이과인은 씻을 수 없는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다. 유벤투스전에 그가 복수를 벼르며 나선 것도 당연했다. 유벤투스에 비수를 꽂을 기회도 있었다. 전반 41분 유벤투스 수비수 베나티아의 핸드볼 파울로 VAR을 통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과인은 볼을 들고 자신이 차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때 호날두가 움직였다. 골키퍼 슈체스니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해줬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뛰었던 이과인이 어느 쪽으로 찰지 호날두는 알고 있었다. 이과인이 골문 구석을 향해 낮게 깔리는 슈팅을 날렸지만 몸을 날린 슈체스니의 손끝에 걸린 볼은 오른쪽 골대를 때리고 벗어났다. 유벤투스에 한 방 먹이려던 이과인이 거꾸로 호날두에게 한 방 먹었다.

호날두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36분 AC밀란 골키퍼 돈나룸마가 쳐낸 볼을 골문 정면에서 가볍게 차넣어 2-0,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호날두의 시즌 8호골(5도움). 12경기서 11승1무 승점 34점은 세리에A 신기록이다. 이과인의 복수는 실패로 끝났다. 또 호날두가, 유벤투스가 이겼다.

평정심을 잃어버린 이과인이 무너졌다. 후반 39분 베나티아와 볼을 다투다 경고를 받은 이과인이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다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 거칠게 날뛰는 그를 AC밀란과 유벤투스 전 동료들이 말렸지만 그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좌절, 분노, 비참함, 자괴감을 이기지 못했던 이과인은 그라운드 밖으로 걸어나오면서 끝내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