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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단독]롯데 '임대료 갑질'에 지방 중소기업 도산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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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롯데아울렛 의정부점을 운영 중인 롯데쇼핑이 반년 넘게 20억원에 달하는 매장 임대료를 임대인에게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는 대신 임대인의 잘못으로 인한 임대차계약 종료를 주장하며 소송을 건 상태다. 반면 임대인인 지역 중소기업 해동 측은 “롯데가 대기업의 지위를 이용해 임대료를 내지 않고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양측 분쟁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고 롯데가 임대료 지급을 미루는 동안 해동은 자금난에 빠져 도산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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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아울렛 의정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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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 회장은 10월 5일 열린 본인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신 회장은 항소심 선고 전 최후진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회장은 석방 직후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향후 5년간 50조원의 대규모 투자·고용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롯데의 갑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해동을 비롯해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최근 국회에서는 이른바 ‘롯데 갑질 피해자’들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비공개 간담회도 열렸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던 신 회장의 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장 초기부터 관리비 문제로 갈등

지방에서 건설업을 하는 중소기업 해동이 롯데의 연락을 받은 건 2015년 7월쯤이었다. 해동은 의정부시 민락동에 상가(근린생활시설)를 신축 중이었다. 롯데는 “신축하는 건물을 롯데시네마와 롯데아울렛이 임대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민락동은 경기도 북부청사가 인접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설 예정이라 당시 떠오르는 신도심으로 각광받았다. 해동이 신축하던 건물은 민락동에서도 중심상가에 위치해 있었다. 인접한 남양주시의 인구까지 감안할 경우 적잖은 상권이다.

롯데의 제안을 해동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무리 신도심이라 해도 지방에서 롯데만한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롯데와 협의를 통해 건물 용도나 구조도 롯데아울렛과 롯데시네마의 사용 목적에 맞게끔 변경했다. 해동 관계자는 “워낙 좋은 기회라고 판단돼 계약서도 거의 롯데가 제시한 조건대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주차장 사용료를 포함한 월 임대료는 약 3억원, 전체 10년의 장기 임대차계약이었다.

2016년 8월 건물이 완공돼 전체 8층 규모의 롯데아울렛 의정부점이 개장했다. 롯데아울렛 의정부점은 기존 도심형 아울렛에 ‘팩토리(창고)형 아울렛’을 결합한 사업모델로 출범했다. 팩토리형 아울렛은 2년 이상된 재고품을 중심으로 정가에서 최대 60~70%의 할인율을 제공한다. 롯데는 “앞으로도 지역 상권 특성에 맞는 아울렛을 계속 선보이겠다”며 의정부점 개장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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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 롯데아울렛 지점이 주부 고객들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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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해동은 그러나 아울렛 출범 초기부터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아울렛이 문을 열자마자 롯데아울렛과 롯데시네마는 공문을 통해 해동에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총합 2억원이 넘는 금액을 요구했다. 롯데 관계자는 “계약서상 사용승인일을 못맞추면 1일 300만원씩 배상하게 돼 있다”며 “52일 지연돼 그에 상응하는 배상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해동은 공사 지연에는 롯데 책임도 있고, 오히려 롯데가 추가 공사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동 관계자는 “공사가 지연된 배경에는 롯데의 내부 인테리어 지연 문제가 있었다”며 “롯데의 요구로 추가공사까지 진행했지만 공사비 7억원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리비에서도 다툼이 벌어졌다. 해동은 롯데아울렛에 월 1억2000만원가량의 관리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롯데는 “관리비가 2000만원 넘게 과다 청구됐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양측의 계약서 상에는 관리비에 대한 항목이 ‘실비정산’으로만 명시돼 있다.

관리비가 반년 이상 미납되자 해동은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러자 롯데는 매월 자체 산정한 1억원가량의 관리비를 법원에 공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롯데시네마도 1년 이상 관리비를 안 내다 해동이 소송을 걸자 자체 산정한 관리비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해동이 청구한 관리비를 보면 엉뚱한 회사 임원의 임금도 포함돼 있어 인정하기 어렵다”며 “관리비를 사용한 증빙자료도 부족해 청구한 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해동 관계자는 “문제삼는 임원들은 모두 관리업무를 하는 담당자가 맞고, 요구한 증빙자료도 다 냈다”며 “롯데가 관리비를 깎으려는 의도로 처음부터 트집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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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에 있는 롯데아울렛 의정부점 앞에서 입점 상인들이 가판대를 열고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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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매각되자 “임대료 못 준다”는 롯데

관리비 문제로 시작된 양측 간 분쟁은 임대료 문제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9월 해동은 자산운용사인 A사로부터 건물과 토지를 매각하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간 건물을 짓느라 상당한 금액의 부채를 진 해동은 제안을 받아들여 건물과 토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다.

A사와 본격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기 전 해동은 롯데 측에 먼저 건물과 토지 매수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해동과 롯데 간 계약서를 보면 제15조에 ‘매매시 롯데에 90일간 우선협상권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해동은 같은 달 9월 25일에 공문으로 매수 의향을 물었고, 롯데는 20일 뒤인 지난해 10월 16일에 “매입 의향이 없다”고 답변한다.

롯데의 확답을 들은 해동이 A사와 협상을 진행하던 올 3월 8일 롯데는 다시 공문을 통해 해동에 매각조건에 대한 세부내용을 보내줄 것과 “계약서 제15조에 따라 향후 건물과 토지를 매수할 제3자(A사)의 현 임대차계약 승계 확약서를 달라”고 요청한다. 같은 날 해동은 A사로부터 임대차계약 승계 확약서 등을 받아 롯데에 보냈다. 해동은 이와 함께 롯데에도 “지정된 날까지 임대차계약 승계 동의서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롯데는 그러나 승계 동의서를 보내오지 않았다. 해동은 이후에도 승계 동의서를 요청했지만 롯데는 동의서를 보내지 않았다. 롯데는 대신 내용증명을 통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 관리비 분쟁을 해결해야 승계 동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동은 롯데가 관리비를 내지않자 작년 9월 계약서상 조항을 근거로 임대차계약해지 통보를 한바 있다. 롯데는 이 역시 취하해야 승계 동의를 해주겠다고 알려왔다.

해동 관계자는 “롯데의 내용증명은 기존 관리비 분쟁 등에서 해동이 양보하지 않으면 승계동의를 해줄 수 없다는 뜻”이라며 “승계동의를 빌미삼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협박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해동은 4월 6일에 A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한다.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도 A사 측에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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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관리비 문제 해결 없이 승계 동의 못해준다”는 취지로 해동에 보낸 공문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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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롯데는 명의이전이 끝난 뒤인 4월 20일 돌연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공문을 해동에 보내온다. 해지 통보의 근거는 임대차계약서 제21조에 명시된 ‘본 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권리·의무를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양도·위임·담보로 제공하는 등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었다. 롯데의 동의가 없었으니 임대차계약 승계는 무효이고, 이에 따라 기존 임대차계약 역시 무효라는 주장이다.

롯데가 꺼내든 계약서상 조항 제21조는 한창 해동과 A사가 매매계약 체결을 논의하던 3월에는 거론하지 않았던 조항이다. 롯데는 일주일 뒤인 4월 27일에는 재차 공문을 보내와 임대차계약 해지를 재확인하면서 “A사를 새 임대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 매장을 철수할 때까지 임대료를 해동에 지불할테니 세금계산서를 떼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해동은 롯데의 요구를 이미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미 A사와 매매계약 체결이 완료된 터라 해동은 롯데로부터 임대료를 받을 근거나 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임대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자격도 없다. 롯데는 이 같은 사실을 몰라서 해동에 임대료를 주겠다고 했던 것일까. 해동은 롯데에 임대료를 새 주인인 A사에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롯데는 재차 거절했다. 그리고 롯데는 이때부터 지난 10월까지 7개월간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있다.

임대료를 내지 않는 동안에도 롯데는 의정부점을 정상적으로 운영했다. 롯데는 의정부점을 임대한 뒤 다시 117개의 입점 업체들과 전대차계약을 체결해 영업을 하고 있다. 빌린 건물을 재차 입점 업체들에게 세를 내준 것이다. 롯데는 정작 본인들은 임대료를 내지 않는 기간에도 이들 입점 업체로부터는 매장 수수료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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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주말을 맞아 롯데아울렛 의정부점 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차량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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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못 받아 도산위기 몰려

롯데가 임대료를 안 내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해동이다. 해동이 A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월 3억6000만원의 임대료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그 차액을 해동사가 보전한다”고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3억6000만원 중 롯데가 차지하는 임대료 비중은 3억원에 달한다. 롯데가 임대료를 안내면 해동이 A사에 매월 3억원가량을 보전해줘야 하는 셈이다. 롯데도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올 3월부터 알고 있다.

건물과 토지를 팔았지만 해동의 재정형편은 좋지 못하다. 해동 관계자는 “회사 자금사정이 안 좋아 최근에는 월급도 제때 못 주고 있다”며 “현재 월 2억원 정도는 어떻게든 마련해서 차액 보전에 쓰는데 이마저도 힘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동이 차액 보전을 못할 경우 A사와 체결했던 매매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렇게 되면 건물과 토지가 경매에 넘어가게 되고, 이에 대한 막대한 손해는 해동이 져야 해 회사가 도산될 게 뻔한 상황이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지금이라도 롯데가 A사에 그간 밀린 임대료를 지급하고, 향후 남은 계약기간 동안에도 약정된 임대료를 지급하는 길뿐이다. 하지만 롯데는 소송을 통해 일단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는 대형 로펌을 통해 올 7월 해동과 A사를 상대로 ‘임대차계약관계 부존재의소’를 제기했다. 롯데는 올 4월 “기존의 임대차계약이 해지됐다”며 해동에 통보한 바 있다. 이를 법적으로도 확인받겠다는 뜻이다.

롯데의 소송에 맞서 해동과 A사도 맞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소송으로 인한 시간이 소요될수록 불리해지는 건 해동 측이다. 더구나 11월 14일로 예정됐던 양측 간 소송의 첫 공판기일은 롯데 측 변호인의 요청으로 12월 5일로 연기되기까지 했다. 해동 관계자는 “회사의 자금사정이 안 좋다는 것을 잘 아는 롯데가 소송을 통해 시간을 지연해 회사를 더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공판기일 연기 역시 시간 지연을 하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해동의 자금사정이 어떤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며 “공판기일 연기는 변호인 개인 사정에 따른 것이고, 롯데는 재판부에 기일을 앞당겨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동과 A사는 설사 롯데 주장대로 임대차계약이 4월부로 종료됐더라도 현재까지 계속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점유대가를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이 요구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해동 측이 계약 당시 지급한 보증금 50억원에서 미지급 임대료와 이자를 공제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법원에서도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해 해동이 제기했던 금전지급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동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통해 가처분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워낙 사정이 급해 일단 신청을 했던 것”이라며 “보증금을 언급한 것은 임대료를 빨리 지급해달라는 취지로 말했을 뿐 해동이 보증금에서 임대료를 공제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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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회장이 10월5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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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출구전략’인가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와 해동의 분쟁이 의정부점의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롯데아울렛 의정부점은 개장 2년도 채 안된 올해 초부터 지역 언론을 통해 폐점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롯데는 이에 대해 “의정부점의 폐점 여부에 대해선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도 의정부점의 판매 부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의정부시의 한 관계자는 “롯데시네마의 경우 영업이 활발히 잘 되고 수익도 잘 나오는 것으로 들었다”며 “아울렛의 경우 상품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평이 많아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정부점이 운영이 잘되고 효율이 좋았다면 임대료나 관리비와 관련된 분쟁이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롯데가 해동과의 분쟁을 의정부점 철수를 위한 ‘출구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롯데의 경우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임대차계약 해지의 귀책사유가 해동에 있는 점을 들어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하거나 기존 미지급 임대료를 깎으려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롯데 역시 의정부점을 철수할 경우 소송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롯데는 해동 등을 상대로 한 소장에서 “임대차계약이 해지됐는지 여부는 입점 업체들과의 전대차계약 관련 법률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소송에서 이긴다면 즉시 명도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관련된 추가조치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해동 관계자는 “롯데 신동빈 회장은 석방된 후 사회에 큰 기여를 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정작 지역에선 임대료 체납으로 중소기업을 도산위기로 몰고 일방적인 매장 폐점조치로 지역경제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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