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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A매치] 범상치 않았던 황인범, 범의 기질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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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6일 저녁 충남 천안시 천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파나마의 경기 전반전 31분 황인범이 2:0으로 앞서가는 득점에 성공한 뒤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2018.10.1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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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스1) 임성일 기자 = 어떤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은 뒤 뚜렷한 상승세를 타거나 이전과 다른 존재감을 보이는 선수가 나타나는 일들이 왕왕 있다. 지도자와 수면 위로 솟구친 선수를 묶어 'OOO의 황태자'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았을 것이다. 이전까지는 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낯선 얼굴, 생소한 이름이었다가 갑작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가 등장할 때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이정협이 황태자다웠고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현우나 문선민이 신데렐라처럼 비상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도 언급한 황태자나 신데렐라 탄생을 예감케 하는 인물이 불쑥 튀어 올랐다. 황인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범상치 않은 재주를 가진 줄만 알았는데, 살펴보니 호랑이의 새끼였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벤투호 출항 후 4경기에서 2승2무 무패행진은 이어갔지만 2-0으로 앞서고 있다가 2골을 내줘 비긴 내용을 떠올리면 만족할 수 없던 결과다.

벤투호가 따끔한 채찍을 맞았던 경기다. 작은 안일함이 찾아오는 순간 경기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갈 수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그래도, 황인범이라는 도드라지는 뉴 페이스를 발견한 것은 소득이다.

이날 벤투 감독은 '변화'를 꾀했다. 우루과이전과 비교해 모두 5명의 선발 명단이 바뀌었는데 석현준, 조현우, 박주호, 김민재 등 이미 A매치 경험이 꽤 있는 선수들과 함께 황인범이 생애 처음으로 A매치 선발 출전의 영광을 받았다.

베테랑 기성용이 수비형MF로 중심을 잡는 가운데 황인범은 테크니션 남태희와 함께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받았다. 여러모로 긴장이 될 조건이었다. 스리톱(황희찬-석현준-손흥민)을 비롯해 직접적으로 호흡을 맞출 이들이 모두 해외에서 뛰는 이들이라 K리그2(2부리그) 대전시티즌 소속의 초짜 미드필더로서는 경직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황인범은 겁이 없었다.

경기 시작부터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창의적인 패스를 뿌리던 황인범은 자신에게 공간이 열리자 손흥민을 향해 공을 달라고 두 팔을 벌릴 정도로 적극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아시안게임 때 김학범호에서 함께 뛰었던 손흥민, 황희찬 등과는 속도감을 살려 조화로운 호흡을 보였다.

순간순간 반짝이는 센스와 함께 적절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황인범은 전반 32분 스스로 빛나는 순간을 만들기도 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손흥민이 내준 패스를 황인범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팬들에게 황인범을 알리는 순간이자 스스로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득점이었다.

전반전까지는 황인범도 팀도 흠잡을 데 없는 경기였다. 황인범은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거침없이 필드를 누볐다. 기성용이나 손흥민에 비하면 하룻강아지 같은 이력이나 훗날 호랑이가 될 수 있는 기운을 내뿜었다.

비록 팀이 전반 막판과 후반 초반 잇따라 실점을 허용하며 급격히 무너졌고 이 과정에서 팀을 정비하고자 황인범은 후반 19분 정우영과 교체로 경기를 마쳤다. 플레이를 더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으나 65분가량으로도 존재감은 뚜렷했다.

아직 황태자나 신데렐라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위험한 시점이다. 하지만 현 시점 후보 0순위로 떠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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