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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敗神 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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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이치리키 八단 / 黑 강동윤 九단

조선일보

〈제14보〉(160~189)=바둑이 끝나고 냉정한 시선으로 보면 패착이 보인다. 지난 보(譜) 참고도는 이치리키 같은 고수에겐 너무도 쉬운 코스였는데, 평정심을 잃고 수순을 놓쳤다. 프로들은 이럴 때 '패신(敗神)에 씌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둑은 마술도, 도깨비 놀음도 아니다. 잘못 둔 수의 이면엔 반드시 수읽기 착오가 있다. 160이 1차 패착인 이유는 어제 밝혔고, 164가 마지막 2차 패착이었다.

162는 흑 163을 과소평가한 수. 단수를 잇지 않고 결행한 163은 혼신의 버팀수였는데 결과적으로 승착이 됐다. 백은 164로도 손을 빼 참고도처럼 끝내기를 서두르는 것이 차선책이었다. 11까지가 쌍방 최선으로, 이 진행은 매우 미세해 이제부터의 승부였다. 아무튼 164로 막은 이상 170까지는 외길 코스.

171에 붙이고 173으로 찌른 수가 매섭다. 백은 고심 끝에 174로 움직여 보았지만 흑이 석 점을 희생타로 177까지 본진이 유유히 살아가니 닭 쫓던 개 꼴이다. 백의 입장에선 적병을 살려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좌변 백마저 고립됐다. 184까지 패를 냈지만 흑의 전형적 꽃놀이패. 189에 이르러 백은 더 못 견디고 돌을 거뒀다. 허망한 피날레였다. (188…△)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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