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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F프리즘] '슬램덩크'의 강백호와 kt의 강백호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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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강백호가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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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신인' 강백호 괴력 폭발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왼손은 거들 뿐!'

'괴물 고졸 신인' 강백호(19·kt)가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쳤다. 시즌 25호 홈런이다. 앞서 15일 삼성과 경기에서 시즌 22호 홈런을 때리며 김재현 SPOTV 해설위원이 1994시즌 LG 유니폼을 입고 세운 고졸 신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21개를 경신한 강백호는 이날 사직에서만 3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kt팬들을 비롯해 야구팬들은 24년만에 나타난 초대형 괴물 신인에 열광하고 있다. 동시에 강백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후 시들해진 한국프로야구에 활력소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kt 강백호는 강백호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전설적인 인물과 동명이인이다. 주인공은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51)가 23세 때 발표한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다. 1990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슬램덩크'는 일본에서만 1억200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고, 한국에서도 1000만 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슬램덩크'는 스포츠 만화의 '바이블'이 된 지 오래며 주인공 강백호는 많은 이들의 인생 캐릭터가 됐다.

내용은 단순하다. 신장 188cm 천둥벌거숭이 북산고 1학년 강백호가 농구부에 들어가 동료들의 신뢰를 얻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왼손은 거들 뿐"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와 같은 주옥 같은 대사는 독자들의 머리가 아닌 영혼에 저장됐다. 잠재력으로 무장한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인 강백호는 에이스 서태웅, 돌아온 탕아 불꽃남자 정대만, 주장 채치수 그리고 어여뿐 매니저 채소연 등의 돌봄을 받으며 북산고의 어엿한 주축 선수로 커나간다.

'슬램덩크'는 강백호의 성장기를 다루며 강백호는 물론 북산고 선수들이 흘리는 땀과 뜨거운 체취 그리고 열정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 만화와 함께 청소년기를 보냈을 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자유투라인에 서서 가랑이 사이에서 공을 던져 올리는 '풋내기 슛'을 따라했을 것이며 흙먼지를 마셔가며 교정 농구장을 땀으로 채웠을 것이다.

'슬램덩크'는 북산고와 디펜딩 챔피언 산왕공고의 전국대회 2차전 경기로 진한 감동을 전한다. 종료 직전, 1점 차로 뒤진 북산고의 에이스 서태웅은 개인 돌파를 시도하다 막혔고, 수비수 틈에 있는 앙숙 강백호에게 패스한다. 강백호는 "왼손은 거들 뿐"이라고 읊조리며 림을 향해 도약한다. 짜릿한 1점 차 역전승. 강백호와 서태웅은 인상적인 첫 하이파이브를 한다. 비록 강백호는 큰 부상을 입고 북산고는 다음 경기에서 맥없이 패하지만, '감동의 쓰나미'는 오히려 더 크게 밀려온다. '슬램덩크'는 승리보다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역설하며 많은 이들의 인생 만화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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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다카시의 만화 '슬램덩크' 속 주인공 강백호(왼쪽)가 농구공을 들고 서 있다. /사진=natalie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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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강백호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는 '슬램덩크'의 축약판 같았다. 강백호가 쏘아 올린 홈런 3개 모두 추격포였다. 1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강백호는 kt가 2-5로 뒤진 4회초 2사 2루에서 바깥쪽 포크볼을 밀어 쳐 kt의 추격 의지에 불씨를 당겼다.

4-5로 추격한 kt는 이어진 4회말 수비에서 대거 6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비록 5회초 유한준이 솔로포를 쏘아 올렸지만 5-11로 뒤진 전세는 좀처럼 바뀔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강백호는 괴력을 뽐내며 좌절하지 않았다. 6회 2사에서 윤길현의 시속 144km 몸쪽 직구를 걷어 올린 강백호는 비거리 140m 대형 홈런을 쳤다. 6-11. 막내 강백호의 홈런에 자극 받은 kt의 고참 박기혁은 8회 선두타자로 나서 1점 홈런을 치며 격차를 4점 차이로 좁혔다. 이후 장성우와 심우준이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다시 강백호에게 기회가 왔다. '슬램덩크' 속 강백호가 "왼손은 거들 뿐"이라 읊조리며 역전 레업에 성공했 듯 kt의 좌타자 강백호의 왼손은 아름다운 스윙 궤적을 그리며 사직구장 담장을 넘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스리런포를 날렸다. 10-11. 롯데를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만화와 다른 결말이지만 좌절하지 않았던 정신 만큼은 꼭 같다.

원석에서 다이아몬드로 성장해가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 강백호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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