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축구] 장현수의 기구한 운명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칠레 전 실수 이후 다시 비판의 중심에 선 대표팀 수비수 장현수.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준호 기자] ‘기구하다’는 표현만큼 그의 운명을 잘 나타내는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국가대표 수비수 장현수(27 FC도쿄)의 이야기다. 장현수는 지난 수년간 대표팀 내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절정에 달했다. 스웨덴 전, 멕시코 전에서 연달아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패배의 원흉으로 몰린 장현수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월드컵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49 포르투갈) 체제로 새 출발한 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 사이에서는 ‘이제 장현수를 (대표팀에서) 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 아닌 기대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현수는 ‘벤투호’ 1기에도 변함없이 이름을 올렸다.

코스타리카-칠레 2연전은 장현수에게 아주 중요한 기회였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뒤집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새로운 감독 밑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장현수에 대한 평가는 분명 달라질 수 있었다.

장현수는 코스타리카, 칠레 전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고양에서 열린 코스타리카 전에서 장현수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잘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전반전에는 중앙 수비수, 후반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장현수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한국의 2-0 무실점 승리를 도왔다. 김영권, 기성용, 정우영과 함께 최후방에서 사각형의 ‘빌드업 박스’를 형성했고, 팀의 패스 줄기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수원에서 열린 칠레 전에서도 ‘정규 시간 90분’ 동안 장현수의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아르투로 비달을 중심으로 한 칠레의 공격에 흔들림 없이 대응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후반 22분 코너킥 상황에서는 위협적인 헤더를 선보이며 칠레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장현수의 이 헤더 슛은 이날 한국의 가장 결정적인 득점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광판이 멈춘 뒤 후반전 추가 시간에 나온 한 차례의 실수가 모든 것을 뒤바꿨다. 장현수는 후반 추가 시간 어이없는 백패스 실수로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비록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장현수의 황당한 실수에 이날 경기장을 찾았던 4만 관중이 동시에 탄식을 내뱉었다.

장현수는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인 ‘결정적 실수’에 또 한 번 발목을 잡히며 운명 개척의 기회를 놓쳤다. 180분을 잘하다가 저지른 단 1초의 실수로 인해 장현수에 대한 비판은 강도가 더 높아졌고, 그와 관련된 기사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다시는 (대표팀에서) 보고 싶지 않다’는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헤럴드경제

벤투 감독의 전술적 특성상 장현수의 패싱력은 포기하기 어려운 재능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칠레 전 실수로 인해 장현수가 다음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벤투 전술의 핵심은 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이다. ‘벤투 축구’에서는 주로 중앙 수비수가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맡는다.

때문에 전술적 특성상, 벤투 감독에게 장현수의 전진 패스 능력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재능이다. 장현수는 국내 수비수 중 전방의 미드필더와 공격수에게 보내는 전진 패스가 좋은 편에 속한다. 다른 수비수라면 안정적인 횡패스를 시도할 때, 장현수는 공격적인 종패스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현장의 지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장현수는 앞으로도 벤투 감독 체제에서 중앙 수비수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치명적인 실수를 줄인다는 가정하에서다.

장현수는 코칭 스태프에게는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주요 비판 대상이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인데, 결국은 장현수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할 문제다.

여론은 갈대 같다. 10월에 열릴 우루과이-파나마 2연전에서 장현수가 훌륭한 활약을 펼친다면, 분명 그에 대한 여론도 바뀔 것이다. 김영권, 황의조 등 많은 동료 선수가 이미 증명한 사실이다.

장현수 역시 한 번의 반전이 중요하다. 기구한 운명과 싸우고 있는 장현수가 10월 2연전을 기점 삼아 새 국면을 맞이하길 바라본다. 벤투 감독과 한국 축구에게 장현수의 재능이 진정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 말이다.

sports@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