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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조금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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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폐회식에서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자카르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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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미더 스포츠-118] 지난 2일 2018자카르타·팔렘방 하계아시안게임이 3주간의 열전을 뒤로하고 폐막했다. 45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금메달 49개, 은메달 58개, 동메달 72개를 따내며 금메달 및 메달 합계 기준에서 모두 중국, 일본에 이어 종합순위 3위를 기록했다. 비록 24년 만에 아시아 2위 자리를 일본에 내주었지만, 아시아 45개국 중 3위, 이만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예전만 못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시안게임 대회에 대한 관심이 이전 대회에 비해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4년 전 인천아시안게임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많이 회자됐고 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일단 아시안게임에 대한 뉴스를 포함한 콘텐츠의 대부분이 축구와 야구에 관한 것들이다. 야구대표팀의 특정 선수들과 관련한 병역 문제, 월드클래스로 각광받는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출전, 야구, 축구 모두 약팀으로부터 당한 불의의 패배 등 끊임없이 강력한 이슈들이 대회 전부터 양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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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한국 손흥민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치비농[인도네시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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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내 스포츠의 구조를 감안하면, 이는 특별하거나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 대회들과 비교해 봐도 유독 이번 대회가 심했던 건 사실이다. 이렇게 특정 종목, 그것도 가장 인기 있는 종목에서 굵직한 이야깃거리가 계속해서 나오다 보니 다른 많은 것들이 묻혀버리게 됐고, 나머지 38개 종목은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 소외된 채 들러리만 서는 꼴이 됐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정말 야구와 축구 등 특정 종목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이슈 양산으로 인해 다른 종목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 것일까? 이에 대한 논란은 분명 있을 것이고, 실제로 그러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관심 편중이 다른 종목들에 대한 관심을 위축시켰다고 볼 수는 없을 거 같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아시안게임과 같은 종합경기대회에 대해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는 비단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다. 전 세계인의 축제라 할 수 있는 올림픽 또한 마찬가지이다. 1986아시안게임과 1988올림픽을 정점으로 20세기 대한민국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열광했다.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은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켰고, 사회통합과 공동체 의식을 고양하는 데 분명 크게 일조했다.

일부 인기 종목들을 제외한 소위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선전은 아시안게임이 열릴 때 깜짝 관심을 받았고, 그것은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종합경기대회가 주는 하나의 중요한 기능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들은 그러한 것들에 예전만큼 감동을 받지도 열광하지도 않는다.

과거에는 아시안게임의 메달, 특히 금메달을 따는 것이 매우 희소가치가 높은 일이었다. 소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었다. 1986서울아시안게임 이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선수단이 따낸 전체 금메달 수는 이전 8개 대회를 다 합쳐봐야 100여 개였다. 하지만 1986년 한 대회에서만 93개의 금메달이 나왔고, 이후 대회에서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금메달이 쏟아져 나왔다. 범위를 은·동메달로 넓히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진다.

물론 메달을 딴다는 것, 그것도 아시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너무나도 대단한 일이고, 한없이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절대 폄하돼서는 안 된다. 다만 모수가 커짐에 따라 더 이상 메달이 곧 명성과 인기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21세기 들어서 사람들도 사회도 급격히 변했다. 보다 개인화되었고, 세분화되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주관이 뚜렸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애국심으로만 응원하고, 흥분하지 않는다. 가치 또한 변했다. 사람들은 결과만큼이나 과정에 대해 중요시하고, 공정하지 못한 포상에 대해 목소리를 강하게 낸다.

말하자면 세상이 변한 것이다. 변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흐름을 이해해야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이며 스포츠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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