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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끝판대장 오승환 프로통산 1000 탈삼진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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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미더 스포츠-117] '끝판대장'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이 프로 커리어 통산 1000번째 탈삼진을 기록했다. 9월 3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원정경기에서 오승환은 선발 프리랜드를 7회 구원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9번째 홀드에 성공했다. 오승환의 활약에 힘입어 콜로라도는 7대3으로 승리하며 내셔널리그 2위에 다시 올라섰다.

직전 등판 경기에서 1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다소 부진한 투구를 보인 오승환은 이날 퍼펙트 피칭으로 그날의 부진을 만회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후 루이스 유리아스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상황인데 이 삼진은 그의 프로 데뷔 통산 1000번째 탈삼진이 되었다.

오승환은 이날 경기까지 한·미·일 통산 14시즌 동안 총 848이닝을 투구해 탈삼진 1000개를 기록했다. 선발이 아닌 릴리프 투수로만 등판했던 오승환은 통산 400세이브에 한 개만 남겨둔 399세이브 또한 기록 중이다. 이닝당 평균 탈삼진은 1.18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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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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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에게 탈삼진은 훈장이자 자존심이다. 타자와의 고독한 1대1 승부에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승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징표다. 모든 아웃카운트를 다 삼진으로만 잡을 수 없고, 야수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투수의 숙명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삼진이 의미하는 가치는 투수에게 더욱 크다. 승리에 대한 짜릿함을 알기에 투수들은 때때로 삼진에 집착하며, 그로 인해 게임을 그르치기까지 한다.

탈삼진 능력은, 특히 마무리 투수에게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 아이템이다. 박빙의 점수차, 승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소위 '맞혀 잡는' 전략은 아무래도 리스크가 크다. 자칫 큰 거 한방을 맞을 수도 있으며, 야수들의 사소한 실책으로 승부가 뒤집힐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마무리 투수들은 스스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오승환의 1000탈삼진은 단순히 숫자 '1000'이 갖는 의미 이상이다. 롱런하는 선발급 투수들에게 '1000'탈삼진은 아주 특별하지 않은 기록일 수 있다(물론 37년째인 KBO리그에도 1000탈산진을 기록한 투수는 30여 명에 불과하다. 충분히 희소성과 가치가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에게는 좀 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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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통산이라는 점에서 기준은 분명 다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오승환(399개)보다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는 마리아노 리베라(652), 트레버 호프먼(601), 리 스미스(478),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430), 존 프랑코(424), 빌리 와그너(422) 등 6명에 불과하다. 이 6명 중에서 존 프랑코는 1000탈삼진을 기록하지 못한 채 은퇴했다.

탈삼진과 관련해서 이들과 오승환의 기록을 좀 더 객관적으로 확인하려면 이닝당 평균 탈삼진 수를 비교해 보면 된다. 마무리의 전설 중 오승환보다 이닝당 탈삼진 수가 높은 투수는 호프먼과 와그너뿐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상대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지는 일본과 한국의 경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비교에는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어찌 보면 타당해 보이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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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메이저리그만 한정해서 봤을 때도 오승환의 이닝당 평균 탈삼진 수는 1.13개로,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정도가 오승환보다 순위가 높아진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나이로 37세인 오승환의 평균 탈삼진 수가 지난 시즌 대비 올해 약 20% 이상 더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소위 전성기 시절 더 빨리 미국에 진출했더라면 하는 가정을 자꾸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산 1000탈삼진을 기록한 오승환이 경기 직후 유선으로 소감을 밝혔다.

Q 프로 데뷔 이후 커리어(한·미·일) 통산 1000탈삼진을 기록했다. 소감은.

A 400세이브에 1개 남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1000탈삼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사실 오늘 경기는 지난 경기에서 좀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에 마음가짐을 좀 더 단단히 먹고 나왔다. 팀이 치열한 순위 경쟁 중이기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팀의 승리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쁘다.

Q 그래도 삼진 기록이 각별할 거 같은데, 메이저리그에서 오승환 선수보다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 중에서 이닝당 평균 탈삼진 수가 높은 투수는 2명뿐이다.

A 꼭 탈삼진을 잡으려고 하지는 않지만 위기 상황에 나오는 만큼 늘 책임감을 가지고 던지고 있다. 항상 긴박한 상황에서 나오기에 수비를 하는 야수들도 긴장되어 있다. 이럴 때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으면 모두가 편안하게 된다. 삼진을 잡는 것이 아무래도 수 싸움도 해야 되고, 공의 구위도 좋아야 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광판에 나오는 숫자(구속)가 아닌 나를 믿고 던지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삼진을 잡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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