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대 강수경 교수 총 17편 논문 조작" … A부터 Z까지 黃과 똑같은 수법
① 교수 혼자 연구정보 독점 - 무슨 연구하는지 교수만 알고 대학원생은 연구 방법도 몰라
② 무조건 성과, 성과 - 생명공학 늦게 뛰어든 수의대 자연대·의대에 비해 조바심
③ 대학 감시는 부실 - 2010년때도 강교수 논문 조작… 서울대는 "단순 오류" 경고만
2005년 당시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같은 줄기세포 사진을 마치 딴 줄기세포인 것처럼 조작했다. 강수경 교수는 올 3월 '브레인(Brain)'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전자 하나의 분석 사진을 여러 표에 중복으로 사용했다.
두 사람 모두 연구실 정보를 독점했다. 당시 황 교수 연구실에 있던 대학원생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주말도 없이 실험에만 매달렸다. 황 교수와 측근만 복제 줄기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논문을 조작했다. 그런데도 대학원생들은 논문에 공저자로 들어갔다.
황우석 박사, 강수경 교수. |
이번 사태도 당시와 흡사하다. 정형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교수는 "이번에 강수경 교수는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의 실험 데이터를 받아 혼자서 논문을 썼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자기 이름이 논문에 올랐는데도 사전에 논문 검토를 한 적이 없다.
대학원생들은 제대로 된 연구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황우석 사태 당시 한 서울대 생명과학 전공 교수는 "나중에 들으니 대학원생들이 연구 노트를 어찌 만드는지 몰랐다고 들었다"고 한탄했다. 강수경 교수 연구실에도 제대로 된 연구 노트가 없었다. 무슨 연구를 했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니 교수 혼자서 조작하기 쉬웠다. 두 사건 모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http://bric.postech.ac.kr) 게시판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는 점도 같다.
일부에서는 서울대 수의대뿐 아니라 줄기세포 분야 전체의 과열 경쟁이 논문 조작을 낳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외 논문 조작 사건에서 줄기세포 분야가 두드러진다는 데이터는 없다.
서울대 수의대는 교수 41명에 대학원생은 박사과정 40여명을 비롯해 130여명이다. 줄기세포 분야는 강수경 교수와 그를 발탁한 강경선(49) 교수가 이끌고 있다. 강수경 교수 연구실에는 대학원생 7~8명이 있었으며, 타 대학 출신이 다수였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자연대 의대에 비해 수의대는 생명공학에 뒤늦게 뛰어들어 조바심을 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당시 "줄기세포가 곰팡이에 오염돼 죽었지만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보고 다른 사진을 썼다"고 말했다. 해외 경쟁 팀을 따돌리기 위한 일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강경선 교수는 황우석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자이자 라이벌이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 분야의 권위자로 떠올랐다. 그는 2008년 줄기세포 관련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에서 실적을 빨리 내야 한다는 조바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경 교수는 나중에 이 회사 연구소장도 맡았다. 미 국립보건원(NIH)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두 강 교수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논문 25편을 함께 썼다. 강경선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도 곧 사실로 드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의 부실한 감시와 솜방망이 처벌은 사태를 키웠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 대학교수 83명이 논문 표절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 54명은 서면 경고 등 경징계에 그쳤다. 강수경 교수 역시 2010년 논문 사진 조작이 드러났는데도 서울대는 "단순 오류였다"는 해명을 받아들여 경고에 그쳤다. 논문 조작이 한 건이라도 확인되면 자진 사퇴하거나 파면되는 선진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올해 문제가 된 강수경 교수의 '브레인' 발표 논문은 4월 교과부가 주요 연구 성과로 언론에 보도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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