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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NBA스타 클락슨 보러온 만원 관중...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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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던 클락슨.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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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조던 클락슨."

21일 아시안게임 중국-필리핀전이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바스켓홀. 장내 아나운서가 필리핀의 클락슨(26·1m96㎝)을 이름을 호명하자 절반 이상이 필리핀 팬들로 채워진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필리핀에서 농구는 국기(國技) 대접을 받으며 큰 인기를 누린다.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활약하는 클락슨의 일거수 일투족은 이번 대회 최고 관심사다. 경기장엔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다른 국가 선수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도 허재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전원이 클락슨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NBA에서 4시즌 동안 활약한 클락슨은 연봉 1250만 달러(약 142억원)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다. 주급을 받는 손흥민의 추정 연봉은 442만 파운드(63억 원)정도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클락슨은 미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둬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필리핀 국가대표 데뷔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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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기수로 등장한 조던 클락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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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슨의 필리핀 대표팀 합류는 대회 직전까지 불투명했다. NBA는 소속 선수의 국제 대회 참가 범위를 올림픽, 월드컵, 대륙선수권 본선과 예선으로 한정해 왔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까지 나서 NBA를 설득한 끝에 지난 15일 클락슨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전격 성사됐다. 클락슨은 참가 허용 소식을 듣고 16일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필리핀은 상징성이 큰 그를 개회식 입장행렬의 기수로 세웠다.

클락슨은 이날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경기 시작 1분만에 골밑 슛을 성공시켰다. 스피드나 공을 다루는 기술은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경기 초반 슛 감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중국의 장신 센터 저우치(2m16㎝)를 앞에 두고 돌파를 시도했지만 블록슛을 당하기도 했다. 3점슛도 번번이 빗나갔다. 2쿼터까지 12득점·6리바운드·2어시스트를 올렸다. 3점슛을 7개 시도했는데 1개 밖에 넣지 못했다. 그마저도 2쿼터 종료 직전에 들어갔다. 필리핀은 전반을 31-36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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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클락슨.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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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마치 현역 NBA 선수인 클락슨과 저우치의 1대 1 대결 같았다. 휴스턴 로케츠에서 뛰는 저우치는 내외곽을 넘나들며 정확한 슛을 선보였다. 골밑에선 긴 팔을 이용해 필리핀의 돌파 시도를 저지했다. 전반에 저우치가 날았다면, 후반에는 클락슨이 경기를 주도했다.

클락슨은 3쿼터 들어 볼을 소유하는 시간을 점차 늘렸다. 슛 감각도 살아났다. 클락슨은 3쿼터 3분 30초를 남기고 3점슛을 성공하면서 49-53까지 점수차를 좁혔다. 저우치가 강력한 덩크슛으로 맞불을 놓자 클락슨은 다시 한 번 3점슛을 꽂아 넣었다. 클락슨은 3쿼터에만 3점슛 3개를 포함, 14점을 몰아넣었다. 2분여를 남기고 55-55 동점을 만들었다.

당초 필리핀은 아시안게임 참가 자체가 불투명했다. 지난달 초 호주와 농구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난투극을 벌여 국가대표 10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일 다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전력 약화는 피할 수 없었다. 클락슨이 가세한 필리핀은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접전을 이어가다 4쿼터 3분 여를 남기고 필리핀이 76-74로 역전했다. 경기장은 필리핀 관중의 함성으로 뒤덮혔고, 분위기가 필리핀 쪽으로 넘어갔다. 중국 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동점에 동점을 거듭했지만 중국의 뒷심이 강했다. 경기 종료 13초를 남기고 80-80에서 중국의 자오루이가 자유투 2개를 성공시키며 역전에 성공했고, 필리핀의 마지막 공격을 잘 막아냈다.

결국 중국이 82-80으로 승리했다. 저우치가 25득점·12리바운드·8블락슛으로 골밑을 장악했다. 클락슨은 28득점 8리바운드·4어시스트를 올리며 맹활약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진 못했다. 하지만 필리핀 팬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클락슨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한국의 8강전 상대는 필리핀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클락슨 대비책이 필요해졌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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