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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두 가지 피부색’ 모델 할로우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기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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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MTV 시상식서 리포터로 나선 모델 위니 할로우

4년 전 백반증 당당하게 드러내며 데뷔 후 세계적 모델로

“나는 단지 두 가지 피부를 동시에 갖고 있을 뿐이다”

비슷한 신체 특징 가진 아이들에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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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엠티브이>(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가 열렸다. 이날 레드카펫에 등장한 스타 중에는 백반증을 가진 모델로 유명한 위니 할로우도 있었다. 할로우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아티스트들의 스타일에 대해 인터뷰하는 리포터 자격으로 현장에 참석했다.

캐나다 출신으로 올해 스물네살인 할로우는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데뷔 뒤 지난 4년여 동안 데시구알, 디젤, 토미 힐피거 등의 모델로 활동했고, 다수의 패션 잡지 표지에 등장했으며, 패션쇼 무대에 섰다. 2016년 <영국공영방송>(BBC)은 할로우를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하며 “백반증을 가진 사람 중 최초로 패션계에서 성공했으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할로우는 4살 무렵부터 피부 곳곳에 반점의 형태로 색소 결핍이 생기는 백반증이 생기면서 잦은 놀림과 괴롭힘을 당했다. 또래 아이들이 부르는 별명은 ‘젖소’, ‘얼룩말’이었다고 한다. 괴롭힘에 못 이겨 자주 전학을 다녔고, 고등학교는 자퇴했다.

할로우가 모델로 데뷔하게 된 계기는 인스타그램이었다. 백반증을 당당하게 드러낸 할로우의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2013년 톱 모델 타이라 뱅크스가 발견했다. 할로우는 당시를 “완벽한 미인상이 아닌 모델들이 조금씩 등장하던 시기”라고 표현한다. 뱅크스는 “할로우의 피부는 아름답다고 여겨지던 것들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며 이듬해 할로우를 자신이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아메리카스 넥스트 톱 모델> 21번째 시즌에 출연시켰다.

‘외모가 지나치게 특이하다’ 등의 혹평들도 있었지만 할로우는 오히려 한번 본 사람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점을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유명세와 함께 조금씩 실력과 경력을 쌓으면서 백반증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기회가 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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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기준 이하 저체중 모델 퇴출하기, 장애인이나 노인 모델 기용하기 등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매체에 등장하는 모델들 다수는 매우 마르고, 주름 하나, 상처 하나 없는 피부를 갖고 있다. 단지 한 명의 모델일 뿐인 할로우가 패션계에서 얻어낸 지금의 위치는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할로우는 지난 6월 <글래머>에 “우리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며 “아직 모든 형태의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기에는 모델 산업은 갈 길이 멀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사진 아래 ‘백반증으로 고통받는 모델’이라는 설명을 붙인 한 타블로이드지에는 “매우 무례하다”며 “자기 눈에 띄는 뭔가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걸로 고통받는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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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편으로 백반증이 특별한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직업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이 자신의 피부 하나로만 소비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데뷔 초기에는 “누군가는 흰 피부를, 누군가는 갈색 피부를 가졌다. 나는 둘 다 가졌을 뿐이다”라는 말과 함께 “내가 여성으로만 정의되지 않고, 흑인으로만 정의되지 않듯, 백반증으로만 정의될 수도 없다”는 말도 남겼다. 2016년 <엘르 캐나다>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내가 모델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단지 백반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걸 말하고 다니거나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할로우가 존재 자체만으로 많은 이들에게 격려가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꼭 스타 지망생이 아니어도, 대중 매체에서 자신과 같은 모습을 본 적 없을 많은 아이들에게는 그가 롤모델이 되어주는 셈이다. 할로우는 방송으로 유명해진 2014년 자신이 자퇴한 모교의 초청으로 후배들에게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기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강연을 했다. 2015년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백반증을 갖고 있으면서 청소년 모델로 활동하는 에이프릴 스타와 만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박수진 기자 sujean.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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