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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성룡의 자카르타 사진관]구본길-오상욱, 펜싱 훈남들의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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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 결승이 20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구본길(오른쪽)이 후배 오상욱을 위로해주고 있다. 자카르타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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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 한국 선수 두 명이 올랐다. 사상 첫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는 구본길과 병역 혜택을 노리는 신성 오상욱.

두 점을 내리 따라잡아 동점을 만든 후배 오상우의 상승세였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3연패를 목전에 둔 선배의 노련미를 넘어서지 못했다. 세 차례나 동시타를 거듭한 피 말리는 승부 끝에 네 번째동시타에서 심판은 구본길의 손을 들어줬다. 아시안게임 사브르 3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시원한 세리머니는 없었다. 구본길은 담담했고, 패배한 오상욱은 한동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투구를 벗지도 않고 선배 구본길을 따라갔다. 이 판정이 정말인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잠시 후 승부를 받아들인 오상욱은 선배에게 축하와 존경의 미소를 보냈고 선배는 그런 후배를 위로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동점에 동점을 거듭하던 두 선수는 결국 14-14까지 스코어를 몰아갔다. 이제 남은 점수는 단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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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에서 14-14 동점을 만든 오상욱이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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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오른쪽)과 오상욱이 14-14에서 동시타를 기록하고 있다. 자카르타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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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이 금메달을 확정한 뒤 돌아서고 있다. 자카르타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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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에 의구심이든 오상욱(왼쪽)이 구본길에게 다가가고 있다. 자카르타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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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구본길은 “3연패라는 기록 때문에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실 후배에게 더 좋은 혜택이 있었던 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후배의 앞길을 막았다는 생각에 3연패의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그는 “기쁘지만 마음이 좋지 않다. 후배가 금메달을 땄더라면 더 좋은 길이 열렸을 것이다. 마음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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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를 인정한 오상욱이 아쉬워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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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오른쪽)이 후배 오상욱을 위로해주고 있다. 자카르타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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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은 자신의 패배는 아쉬웠지만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형이 걸렸다. 오상욱은 “목표를 금메달로 했는데 한 점 차로 패해 아쉽긴 하다. 마지막 공격이 무승부 같았지만, 심판 판정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후 형이 내게 미안해하는 게 너무 느껴졌다. 난 진짜 괜찮다. 오히려 형 때문에 많이 배운 경기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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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에서 구본길(오른쪽)이 오상욱과 손을 잡고 있다. 자카르타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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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오른쪽)과 오상욱이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있다. 구본길은 자신의아시안게임 사브르 3연패를 자축하며 손가락 3개를 펴보이고 있다. 자카르타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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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시상식에서 펜싱 코칭스패프들은 그런 구본길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듯 "본길아~ 웃어! 웃어도 돼!"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런 응원 때문인지 구본길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며 활짝 웃었고, 기념촬영을 할 때는 자신의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3연패를 뜻하는 손가락 세 개를 살짝 펴보기도 했다.

이들의 '브로맨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구본길과 오상욱은 오는 23일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구본길은 “단체전에선 내 모든 걸 쏟아부어 후배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상욱은 “구본길 형과 같이 꼭 좋은 모습으로 단체전을 치르고 싶다. 단체전에선 꼭 금메달을 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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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을 마친 뒤 구본길과 오상욱이 함께 퇴장하고 있다. 자카르타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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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 때는 금 색깔로 목에 걸어줄게"

구본준이 결승 직후 오상욱에게 한 이 말이다. 그 약속이 꼭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자카르타 =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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