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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SPO 시선] 김학범의 로테이션 실패, 축을 바꾼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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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바레인전 6-0 대승으로 호평 받던 김학범호가 말레이시아에 1-2 충격패를 당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20년 만에 동남아시아 팀에 패배했고, E조 1위 자리를 아예 내줬다.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김학범 감독의 무리한 로테이션이다. 김 감독은 바레인전 선발 선수 중 6명을 바꿨다. 새로 들어간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특히 경기 시작 5분 만에 실책으로 실점한 골키퍼 송범근, 미드필드에서 안정감을 보이지 못한 김정민과 김건웅 등 어린 선수들이 부진했다.

말레이시아전 패배는 방심과 오만의 결과로 평가 받고 있다. 언론과 여론 모두 질타하고 있다. 결과 뿐 아니라 경기 내용 면에서도 황의조의 막판 만회 골 장면을 제외하면 무력했다. 손흥민을 교체 투입하고도 말레이시아 수비에 고전했다.

◆ 로테이션은 필요했다. '6명'이 아니라 '누구'를 남길지가 중요했다

졸전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김 감독 스스로 '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김 감독의 로테이션이 무모했던 이유는, 6명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바꾸지 않았어야 할 포지션까지 과하게 바꿨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20명의 선수로 약 2주 간 7경기를 해야 하는 일정이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소집한 20명 전원을 고루 출전시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니 고정된 베스트11이 없는 팀으로 운영하겠다고 천명했다. 2차전 선발 명단에 6명을 바꾼 선택이 꼭 상대를 얕봐서는 아니다.

15일 바레인과 경기한 한국은 하루를 쉬고 17일에 경기했다. 16일에는 실내 회복 훈련만 가졌다. 키르기스스탄과 3차전은 20일로 예정되어 있어 이틀의 휴식일이 있다. 1차전에 체력을 소진한 몇몇 선수들은 쉬게 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바레인과 1차전 선발 출전 선수들이 온전한 베스트11이었던 것도 아니다. 말레이시아전이 명백히 '2진'으로 경기한 것은 아니다.

1차전 공격 조합은 황의조, 나상호 투톱에 황인범이 뒤에서 지원하는 형태였다. 나상호 대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표 선수 황희찬이 투입된 것은 오히려 주전급을 투입한 것이다. 둘의 경기력에 차이가 있던 것은 결과적이고, 상대적인 부분이다. 황희찬도 바레인전에 멋진 프리킥 슈팅으로 득점했다. 김 감독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나상호 대신 황희찬을 넣은 것은 오만한 선택과는 거리가 멀다.

등번호 10번을 단 황인범은 '역대급 재능'으로 평가 받는 아시안게임 대표 팀 중원의 마에스트로다. 말레이시아전에는 이 역할을 실질적으로 이진현이 수행했다. 이진현의 몇 차례 날카로운 왼발 패스로 무난한 경기를 했다.

좌우 윙백 중 김진야는 그대로 뛰었고, 김문환 대신 이시영이 나섰다. 김문환은 본래 윙어 출신이다. 이시영은 윙백난을 겪은 김학범호가 뽑은 몇 안되는 풀백 요원이다. 더구나 윙백 포지션은 체력 소모가 크다. 하루 쉬고 경기하는 일정에 둘 중 한 명은 로테이션을 진행하는 게 크게 무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리백 수비는 그대로 가동했다. 황현수, 김민재, 조유민을 유지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의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골키퍼다. 이승모와 장윤효 대신 김건웅, 김정민이 나섰는데, 이들의 중원 통제력에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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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범근 21세, 김건웅 21세, 김정민 19세. 축이 너무 어렸다

골키퍼 송범근은 치명적인 실수를 했고, 추가 실점 장면에서도 선방에 실패했다. 조현우가 바레인의 후반 공세를 연이어 막아낸 것과 대조적되는 부분이다. 와일드 카드 한 장을 골키퍼에 쓴 김 감독의 의중을 이해하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건웅은 만 21세, 김정민은 만 19세로 어리다. 전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재능이 풍부하다고 평가 받지만 아직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하다. 그런 두 명이 중심축 역할을 맡았는데, 경기 시작 5분 만에 실점하니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말레이시아의 스리톱이 매우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이들의 유기성은 흔들렸다.

김 감독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은 6명을 바꿨다는 숫자 보다, 노련미가 필요한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과 골키퍼 포지션까지 무리하게 바꾼 점에 있다. 김건웅과 김정민은 장윤호만큼 침착하지 못했다. 이 자리가 흔들리면서 윙백과 중원의 협업, 공격진과 2선의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전반 5분 만에 실점하면서 말레이시아가 뒤로 내려 앉아 여유있게 역습에 나설 수 있는 흐름이 되었기에 극대화됐다. 대승을 거둔 바레인전의 경우 바레인이 꽁무니를 빼지 않고 맞불을 놓으면서 스스로 허점을 노출했다. 공방전을 벌이는 상황이라 공격적 스리백의 불안요소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전은 올라오지 않는 상대를 공략하며 윙백이 더 높이 올라가게 했고, 그러다 보니 뒤 공간이 역습에 더 취약해졌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조유민에 비해 왼쪽 센터백 황현수는 여러 차례 불안했다. 만 22세의 나이로 전북현대의 주전이자 성인 대표로도 자리 잡은 김민재는 흔들리는 수비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기 부족했다. 경기 내내 표정에서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 미리 당해 다행인 패배, 더는 누구를 만나도 방심하지 않기를

바레인도 공격 전개 과정에서는 여러 차례 한국 수비를 위협했다. 마침표를 찍는 과정이 부족했고, 수비 숫자가 적었다. 만약 바레인도 이른 시간 선제 득점하고 실리 축구 형태를 취했다면 한국이 경기를 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바레인을 상대로 거둔 6-0 대승이 김 감독과 대표 선수들의 마음에 과한 여유를 준 것 같다. 하지만, 바레인전 베스트11을 그대로 가동하는 것 역시 합리적으로 보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공식 평가전 없이 대회에 임하면서 확실한 베스트11 조합을 구축하지 못한 김 감독의 입장에선 조별리그 3경기에 각기 다른 조합을 점검해 토너먼트 진입 후 승부를 걸어야 할 경기에 쓸 최상의 조합을 찾아야 했다.

김 감독 스스로도 복기해본다면 후회되는 점이 있을 것이다. 골키퍼 포지션은 조현우를 유지하고, 2연승 후 키르기스스탄과 3차전 정도에 골키퍼 송범근을 투입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미드필드진에는 장윤호와 황인범 두 명 중 최소한 한 명은 말레이시아전에 선발로 쓰고 키르기스스탄전에 휴식을 주는 편이 안정적이었을 것이다.

다행인 점은 이 같은 시행착오가 한 번의 패배로 대회를 마감하게 되는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다. 또, 16강을 확정한 뒤 나온 패배가 아니라는 점에서 선수들이 각성하기 충분한 충격이다. 조별리그 두 번째 일정에서 당한 패배가 바레인전 대승으로 붕 뜬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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