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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표절에 가까운 <조선일보> 강천석 칼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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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강천석 칼럼 비교해 보니...

출간된 지 석달이 된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의 저서 <청와대 정부>(후마니타스 펴냄)가 '역주행' 중이다. 보수언론이 뒤늦게 이 책을 조명하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공격의 소재로 활용한 덕(?)이다.

소위 '최장집 사단'을 대표하는 진보성향 정치학자가 이제 출범 1년이 지난 문재인 정부를 "박근혜의 보수판 청와대 정부와 비견될만한 진보판 청와대 정부"라고 맹비판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발을 우려한 탓인지, 진보 언론이 이 책을 소개하거나 인용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저자의 주장이 원래 문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

▲ 박상훈 저 청와대 정부 ⓒ후마니타스


이런 현상은 "특정 정부나 대통령을 둘러싼 극단적 반대자와 극단적 지지자를 제외하고 자신들의 의견과 열정을 표출할 기회를 가진 시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라며 공적 논쟁을 위한 지식인과 언론의 역할을 강조한 저자의 의도와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프레시안>과 만난 박상훈 학교장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며 자신의 저서에 대한 보수언론의 접근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특히 "보수 언론이 자신들 입맛에 맞게 문재인 정부를 욕보이기 위해 내 책을 인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건 기분이 좀 상해도 넘어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과 노력을 너무 소홀하게 여기는 것은 무척 불편하다"고 했다.

'청와대 정부'라는 개념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이를 마치 자신들이 고안해 낸 정치에 관한 이해법인 양, 표절에 가까운 기사와 칼럼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학교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3일 <조선일보>에 실린 강천석 논설고문의 칼럼을 들었다. '박근혜 정부 닮아가는 문재인 정부'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강 논설고문은 <청와대 정부>에 담긴 실증 조사 내용을 자신이 발품 팔아 얻어낸 자료인 것처럼 실었다. 몇 대목을 비교해보자.

"올 1월 비서실 정원은 443명, 국가안보실(NSC) 정원이 43명이다. 최근 비서관 자리를 더 늘렸으니 500명에 육박할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는 노무현 정권 마지막 해 553명이었다. 한국보다 인구가 7배, 경제 규모가 12배인 트럼프 백악관 비서실 2017년 정원이 377명이다."(강천석 논설위원 칼럼)

"미국 대통령은 급여를 받는 이들의 백악관 스텝 목록을 매년 의회에 제출한다. 2014년 456명이었으며 2016년에는 472명, 2017년에는 377명 이었다. (...) 2018년 1월 기준 대통령 비서실 정원은 443명, 국가안보실 정원은 43명(NSC 별도 인원 4명을 포함하면 47명), 경호처 486명이다."(박상훈 <청와대 정부> 中)

"한국 언론 재단 기사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보면 1950년부터 40년 동안 '적폐'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는 10건에 불과했다. 국회 발언 속기록에도 1987년 민주화 이전 40년 동안 '적폐'라는 단어가 들어간 국회의원 발언은 총 15회에 지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나자 그 원인으로 '적폐'를 지목하고 '적폐 청산'을 국정 목표의 하나로 내걸었다. 그러고 한 달 만에 국회와 언론에는 1000건이 넘는 발언과 기사가 넘쳐났다."(강천석 논설위원 칼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기사 검색 프로그램 '빅카인즈'를 통해 보면, 1950년에서 1980년 이전까지 40년 동안 '폐단'이라는 단어는 1,057회 등장하는 반면, 적폐라는 말이 들어간 기사는 10건에 불과하다. 국회가 제공하는 회의록 시스템에 따르더라도 1948년 제헌국회에서 1987년 민주화 이전까지 40년 동안 적폐가 포함된 국회 발언은 15회에 불과했고, 그 뒤 1988년에서 2011년까지도 연평균 4.5회 정도였을 뿐이다. 변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나타났는데,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연평균 112회, 총 560회나 나타났기 때문이다. 4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의 원인으로 오래된 적폐를 지목하고 이를 척결하겠다고 밝힌 다음 상황이 달라졌다. 5월 한 달 만에 적폐 청산을 다룬 언론 기사가 1000 건가량 생산될 정도였다."(박상훈 <청와대 정부> 中)

"한국 정치에서 정치학 사전에 없는 '간접 민주 정치'라는 용어로 '대의(代議) 정치' '정당 정치'를 규탄했던 첫 사례가 1975년 유신헌법 국민투표 때였다."(강천석 논설위원 칼럼)

"간접 민주주의는 정치 이론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일종의 통속어다. 우리의 경우 이 말이 대대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5년 2월 15일에 실시된 유신헌법 국민투표 때였다."(박상훈 <청와대 정부> 中)

강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박상훈 씨의 저서 청와대 정부에 따르면 정치행태, 정치 스타일에서 문재인 정권과 가장 닮은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이라고 한 대목에서만 저자와 저서를 명시했을 뿐이다.

박 학교장은 "조선일보 같은 큰 신문에서 주필까지 역임한 강 논설위원조차 책에 대한 언급을 이정도로만 다뤘는데, 그만하면 저자에게 충분한 배려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런 일이 가능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인용한 것이라면 출처를 밝혀야 했고, 그게 아니라 강 논설위원이 조사한 내용이었다면 표절의 오해 없이 서술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기자 : 임경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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