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훈남정음' 종영] 흔한 내용+뻔한 연기=보기 드문 망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뻔한 내용을 뻔한 연기로 뒤범벅하던 '훈남정음'이 SBS 드라마국 역사상 이례적인 '망작'으로 기록됐다.

지난 19일 SBS 수목드라마 '훈남정음'(극본 이재윤·연출 김유진)이 30회라는 길고 지루한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훈남정음'은 사랑을 거부하는 비연애주의자 훈남(남궁민)과 사랑을 꿈꾸지만 팍팍한 현실에 연애 포기자가 된 정음(황정음)이 연애불능 회원들의 솔로 탈출을 도와주다가 사랑에 빠져버리는 코믹 로맨스물.

마지막회 훈남과 정음 김소울(김광규)과 오두리(정영주)의 결혼식을 준비했다. 본식에 두 사람은 수지(이주연), 최준수(최태준), 육룡(정문성), 양코치(오윤아)와 함께 들러리로 참석했고, 훈남은 김소울이 쓴 축시를 낭송했다. 정음은 부케를 받았다.

훈남은 정음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고양이 인형을 건넸다.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읽은 유정음은 미소 지었다. 둘은 물풀을 마련해 그 안에 들어가 달콤한 포옹을 하며 결혼을 약속했다. 한편 찰리는 직접 '훈남정음'을 쓰기 시작했고 양코치와 육룡은 한 달씩 연장하며 연애를 이어갔다. 수지도 서핑 챔피언이 됐다.

'훈남정음'은 방송 기간 내내 최저 신기록 행진의 역사를 새로이 썼다. 지난 5월 30일 방송된 SBS 수목극 '훈남정음'은 5회 3.7% 6회 4.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평균)를 기록했다. 방송 2주 차만에 동시간대 꼴찌로 곤두박질친 수치다. 이후에도 반등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월드컵 중계 여파로 경쟁작들이 결방한 가운데 홀로 방송했으나, 특수를 누리지도 못했다. 당시 15회와 16회 역시 3.3%와 4.4%를 기록하는 수준이었다.

회를 거듭하며 중후반으로 넘어갈수록 결과는 참혹했다. 대부분 2%대를 기록한 것. 이쯤 되니 그나마 방송 초반 3~5%대 수치가 감사할 정도였다. 7월 18일 방송된 29회와 30회 2.1% 기록은 SBS 드라마 중 역대 최저시청률을 기록했다. 2015년 방송된 주말극 '내 마음 반짝반짝'이 기록한 2.1%와 같은 수치이지만, 미니시리즈 중에는 역대 최저인 것이다.

수치로 증명된 보기 드문 망작 '훈남정음'. 굴욕적인 시청률은 진부한 내용 전개와 배우들의 뻔한 연기로부터 비롯됐다. 재력부터 우월한 비주얼까지 빠지는 것 없는 까칠한 성격의 남자 주인공과 가진 건 없지만 굳세게 살아가는 캔디형 여자 주인공의 만남. 극중 훈남은 연애고수, 정음은 연애 포기자로 그려졌다. 반대의 매력에 끌리는 전형적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그대로 사용한 것.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지적도 줄을 이었다. 정확히 말해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이 또한 지루한 느낌의 문제였다. 황정음은 지난 2015년부터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운빨로맨스'로 '로코퀸' 수식을 얻어내며 두각을 나타낸 배우다. 출산 이후 복귀작으로 '훈남정음'을 택했고,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연달아 보던 그 느낌 그대로. 비슷한 패턴의 작품과 역할을 택했으면 차별화된 연기로 한 끗 차이의 묘미를 줬어야 마땅했으나, 발음 발성 표정 모두 제자리걸음이었던 것.

남궁민과 황정음은 지난 2011년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이후 7년 만에 '훈남정음'에서 재회해 호흡한 것이다. 두 사람은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의붓남매로 분해 애틋한 관계를 그려냈다. 당시 메인 러브라인은 아니었으나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이들이다. 이에 '훈남정음' 방송 전 두 사람의 캐스팅 소식은 흥행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반가운 재회도 지루한 내용과 연기 앞에서는 속수무책, 오히려 본듯한 그림으로 피로도를 높이는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내용, 연기, 그림 삼박자 모두 고리타분한 답습의 연속이었던 '훈남정음', 남은 건 2.1%라는 민망한 교훈뿐이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