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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출루 본능` Choo~, 올스타전서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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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뒤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 무대를 밟은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가 변함없는 '출루 본능'을 선보이며 승리에 공헌했다. 오랜 메이저리그 생활에 보답이라도 받은 듯 추신수 얼굴에도 미소가 넘치는 하루였다.

추신수는 18일(한국시간) 제89회 MLB 올스타전이 열리는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 파크에 입장하는 것으로 뜻깊은 하루를 시작했다.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으며 경기장에 들어서는 올스타 레드카펫쇼에 참가한 추신수는 드레스를 차려입은 아내 하원미 씨, 세 아이와 함께 경기장 앞에 마련된 레드카펫을 걸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말 오고야 말았다. 이거 꿈 아니지?"라는 글을 올리며 감격한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찬호와 김병현에 이어 MLB 올스타에 합류한 세 번째 한국인이 된 추신수는 일단 아메리칸리그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추신수는 2009년 라울 이바녜스(당시 37세) 이후 처음으로 올스타로 선정된 최고령 선수"라고 소개했다.

양팀이 홈런과 삼진이 모두 크게 증가한 최근 트렌드에 걸맞게 솔로 홈런 4방을 때려내며 2대2로 맞선 8회 들어 드디어 추신수에게도 기회가 돌아왔다. 한국인 타자 최초로 올스타전에 출전한 추신수는 좌완 투수 조시 헤이더(밀워키 브루어스)가 던진 시속 156㎞짜리 패스트볼을 쳐내며 '출루 머신'답게 한국인 최초 올스타전 안타까지 기록했다. 이어진 타석에서 진 세구라(시애틀 매리너스)가 홈런을 때려내며 홈까지 밟았다.

올 시즌 최고의 불펜 투수로 꼽히던 헤이더는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0.053에 불과한 좌타자 킬러였지만 추신수의 집중력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추신수는 9회 한 차례 더 타석에 들어섰지만 아쉬운 땅볼로 물러나면서 2안타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처럼 추신수가 제 몫을 다한 사이 다른 타자들은 홈런포를 터뜨리면서 워싱턴에 모인 관중을 즐겁게 했다. 올스타전임에도 치열한 명승부가 펼쳐졌고, 홈런포가 무려 10개나 터져나오면서 MLB 올스타전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 기록을 세웠을 정도였다. 양팀이 9회까지 5대5 동점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에 들어선 뒤에는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나선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 애스트로스)이 결승 홈런포를 때려내면서 MVP를 차지했다. 아메리칸리그는 끝내 8대6으로 승리하면서 올스타전 6연승을 거뒀고, 역대 전적에서도 44승2무43패로 앞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승리에 공헌한 추신수는 한국인 선수가 그동안 겪었던 '올스타전 잔혹사'까지 끊어내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2001년 한국인 첫 올스타가 된 박찬호는 칼 립켄 주니어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해 1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그 다음해 나선 김병현도 3분의 1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다. 추신수가 2타수 1안타 1득점으로 선배들의 부진을 털어낸 것이다.

축제와 휴식기를 동시에 즐긴 추신수는 ESPN과 인터뷰하면서 "올스타전 출전은 야구의 신이 주신 선물이다. 내 커리어에서 한 번은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싶었다"며 벅찬 마음을 밝혔다. 하지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인 것을 아는 추신수는 "목표는 올스타가 아니라 항상 우승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추신수는 20일부터 재개되는 정규 시즌 후반기를 준비한다. 지금까지 51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추신수는 "이제 출루 기록에는 얽매이지 않겠다"며 "남은 시즌 동안 건강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고 싶다. 이게 내 후반기 목표"라고 밝혔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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