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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시작부터 장타! 고정관념 깨부순 1번 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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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심판의 플레이볼 구호와 동시에 홈런 주의보가 울린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무사 2루가 되면서 곧바로 득점권 찬스가 만들어진다. KBO리그에 ‘빅볼’ 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장타력을 지닌 1번 타자들이 부쩍 늘었다.

야구가 많이 변했다. 4~5년 만해도 팀에서 가장 빠르고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타자가 1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제는 공격적인 성향의 장타자도 얼마든지 리드오프가 될 수 있다. 5점을 뽑아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타고투저 시대가 되면서 장타를 통한 빅이닝을 선호한다. 홈런 숫자도 부쩍 증가했다. 지난해 SK의 경우 9명의 타자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가운데 팀 구성에 맞춘 강한 2번, 혹은 강한 1번이 트렌드가 됐다.

시즌 초반 강한 2번 타자가 큰 관심을 받았다면 지금은 2번 못지 않게 강한 1번 타자가 눈에 띈다. 이대로라면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1번 타자만 4명이 나올 수 있다. 지난 10일까지 KT 특급신인 강백호가 홈런 16개를 터뜨렸고 KIA 로저 버나디나가 홈런 15개, 롯데 전준우는 홈런 14개로 이미 홈런 10개 이상을 기록했다. 더불어 LG 이형종도 홈런 7개로 지난 시즌 1개 차이로 넘지 못했던 두 자릿수 홈런의 벽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서울

이형종. 2018. 6. 1 잠실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전준우를 제외한 3명은 처음부터 1번 타자가 아니었다. 강백호는 4월 29일 KIA전에서 처음으로 1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5월 20일 NC전부터는 대부분의 경기에 리드오프로 나선다. KIA도 올시즌 초반에는 버나디나를 2번 혹은 3번 타순에 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번에서 맹활약했던 이명기가 부진하면서 6월 13일 SK전부터 전경기 1번 타자로 출장하고 있다. LG도 처음에는 이형종이 아닌 안익훈을 1번 타자로 낙점했으나 안익훈이 고전하자 부상에 돌아온 이형종을 투입해 1번 타자의 성격을 180도 바꿨다. 전준우만 개막전부터 1번 타자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과정이 어떻게 됐든 경기 시작부터 홈런을 치는 타자가 타석에 서면 상대 배터리가 받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KT 김진욱 감독은 “강한 타자가 많이 나올수록 점수를 뽑을 확률이 올라가는 것 아닌가. 강한 2번, 강한 1번도 결국 점수를 많이 뽑기 위해 고심한 끝에 나온 결과다. 보통 강한 타자는 장타력도 뛰어나지만 출루도 잘한다. 시작부터 점수를 내거나 득점찬스를 만들기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 넷 모두 지난 10일까지 출루율 0.400 이상을 올리며 출루 능력과 장타력을 두루 과시하고 있다. 강백호를 제외한 셋은 주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출루 후 한 번에 두 개의 베이스를 점유할 수 있다. 2루타 이후라면 득점할 확률이 매우 높다.

최근 KBO리그는 희생번트와 도루 숫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과거 1번 타자가 출루하면 2번 타자가 희생번트를 대 1사 2루를 만드는 게 공식처럼 통용됐지만 1, 2번 타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면서 장타 위주의 득점공식이 대세가 됐다. LG 류중일 감독은 이형종을 두고 “시작부터 강하게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형종이의 경우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휘두른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나는 좋게 본다. 상대 투수가 던지는 스트라이크를 놓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류 감독은 삼성 시절 31홈런을 기록한 야마이코 나바로를 이듬해 개막전부터 1번 타자로 활용한 적이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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