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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24시간이 모자라' 슬럼프 대처하는 민병헌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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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조형래 기자] "24시간 중에 20시간은 배트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잠도 안 자는 것 같습니다."

지난 7일 사직 KT전에 끝난 뒤 1루측 롯데 덕아웃. 한 선수가 배트를 잡고 끊임없이 타격 자세를 취하고 스윙도 하면서 바로 앞에 앉은 또 다른 선수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배트를 잡은 선수는 민병헌이었고, 이를 듣고 있던 선수는 신본기였다.

이튿날인 8일, 신본기에게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를 묻자 "(민)병헌이 형이 자신의 현재 타격 자세와 타격감에 대한 얘기를 해서 듣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병헌이 형은 24시간 중 20시간은 배트를 잡고 있는 것 같다. 도무지 훈련을 쉬지를 않는다"며 "잠도 안 자고 배트를 잡고 있는 것 같다"며 민병헌의 훈련량에 혀를 내둘렀다.

민병헌은 최근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 1할5푼8리(38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01의 성적에 머물고 있다. 6월 9일, 한 달 간의 옆구리 근육 부상에서 돌아온 뒤 13경기 타율 3할8리(52타수 16안타) 4홈런 7타점 OPS 1.048로 타올랐던 방망이가 다시 식었다.

안그래도 훈련량이 많다고 소문난 민병헌은 최근 부진으로 더더욱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신본기의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것도 사실. 두산 시절부터 훈련량을 늘리며 자신의 감을 다시 찾는 것이 습관이 된 민병헌이 훈련량을 줄일 리는 만무하다. 그만큼 현재 민병헌은 자신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퇴근하지 않고, 동료를 붙잡고 자신의 타격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을 비추어 볼 때 스스로도 절박하다는 의미다.

두산 코치 시절부터 민병헌을 지켜본 조원우 감독은 "(민)병헌이가 너무 훈련을 열심히 하니까, 때로는 말리고 싶을 때도 있다"는 말로 민병헌의 '훈련 중독' 성향에 대한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커리어가 있는 선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언제나 믿음을 드러내곤 했다.

손아섭, 전준우, 이대호, 신본기, 채태인 등 주축 선수들은 꾸준히 감을 유지하고 있고 이따금씩 한 방을 때려내면서 팀 승리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민병헌은 올 시즌 옆구리 부상으로 한 달 간 결장을 하기도 했고, 확실한 임팩트를 심어준 장면은 없었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충분히 제 몫을 해주고 있고, 팀에 엔진을 제공하고 있다. "팀에 힘을 줄 수 있다면 허슬플레이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는 민병헌이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팀이 민병헌에게 기대하는 것은 타석에서의 역할이다. 타석에서 좀 더 힘을 실어준다면, 최근 기세가 괜찮은 타선의 화력은 배가될 것임은 분명하다.

일단 지난 8일 사직 KT전, 민병헌은 다시 4타수 무안타 1사구 1득점에 그쳤다. 첫 타석 3루수 병살타를 기록했지만 이후 타구들이 외야로 나가면서 조금씩 감각을 찾아가는 느낌. 민병헌은 "몸이 뻐근할 정도로 훈련을 하고 있다"며 "조금 더 지켜봐달라"는 말로 스스로도 이제 타격감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넌지시 전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찾아오는 슬럼프다. 지금의 상황이 가장 힘든 것은 민병헌일 터. 하지만 민병헌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훈련을 하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시기도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팀도, 민병헌 자신도 믿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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