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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월드컵 시선] '텃밭' K리그가 잘 돼야, 월드컵에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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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농작물은 씨를 뿌린다고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평소에 잡초도 뽑아야 하고, 비바람이 불면 쓰러지지 않게 보살펴야 할 때도 있다. 날이 가물면물을 대야 한다. 월드컵은 '4년 짜리 농사'다. 평소에 관심을 기울여 보살펴야 결실을 맺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이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 탈락했다. 1승 2패 승점 3점, 3득점 3실점이 한국이 러시아에서 남긴 기록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으면서 멋진 마무리를 했지만, 4년 뒤 진짜 '통쾌한 반란'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시작은 당연히 한국 축구의 근간 K리그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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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을 꺾은 태극전사 9명는 평균 관중 5000명 앞에서 경기를 치른다

'탈락했지만 잘 싸웠다.' 3전 전패를 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뤘지만 한국은 '반란'을 만들었다. 한국이 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마지막엔 웃었지만 대회 준비가 완벽하다고 보긴 어려웠다. 독일전 승리는 준비된 성과라기보단 선수들의 투혼이 만든 결과였다.

독일전 멋진 승리는 '어제 내린 눈'에 불과하다.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독일전에 나섰던 선수 14명 가운데 무려 8명이 K리그에서 활약한다. 조현우(대구FC), 윤영선(성남FC), 이용, 이재성(이상 전북 현대), 문선민(인천유나이티드), 홍철(상주 상무), 주세종(아산 무궁화), 고요한(FC서울)이 그들. 심지어 윤영선과 주세종은 2부 리그인 K리그2(챌린지)가 활약 무대다.

세계 최강을 울려도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아픈 현실을 만난다. 이번 시즌 K리그1(클래식)의 평균 관중은 5343명. 2000명도 차지 않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를 때도 있다. 토니 크로스(레알마드리드)와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뮌헨)를 울린 선수들은 작은 관심 속에 K리그 경기를 치른다. 독일을 꺾은 '한국 축구'는 평소에도 우리 곁에 있지만 월드컵같은 환호는 느끼기 어렵다.

"K리그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많이 찾아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든든하게 골문을 지킨 조현우가 귀국 현장에서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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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리그도 평균 관중 1만, 일본의 성공 뒤엔 J리그가 있다

16강 진출을 이룬 일본은 저변이 넓다. 지난달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반포레 고후는 인구 19만의 마니시현 고후시를 연고로 한다. 지난해 평균 관중은 10,842명을 기록했다. 1부가 리그가 아닌 J리그2에서 얻어낸 결과다. J리그는 지역 밀착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K리그보다 앞서 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J리그 수준이 K리그보다 경기 내용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팬들은 경기장을 찾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J리그는 탄탄한 관중을 보유하면서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지켜보는 이가 많으니 구단의 재정이 탄탄해지고, 덩달아 리그의 중계권이 뛴다. 10년간 2100억 엔(약 2조 1천억 원)이 넘는 계약에 중계권을 계약했다. 자금이 풍부하니 유명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카시 포돌스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빗셀 고베)같은 스타플레이어도 J리그 무대를 누빈다.

콜롬비아전과 세네갈전에 선발로 나선 11명 가운데 10명이 유럽에서 뛴다. 쇼지 겐이 유일하게 J리그 팀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뛴다. 하지만 나머지 10명의 선수 모두 프로 선수로 데뷔한 무대는 모두 J리그다. J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뒤에 유럽으로 나갔다는 뜻이다. 탄탄한 저변에서 다수의 좋은 선수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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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인 K리그가 부실한데, '열매' 대표 팀의 성과는 기적이 아닐까

"국내 축구 현실은 위축되고 있다. 프로 리그가 커지고 발전해야 해서 젊은 선수들이 자라기 좋아야 한다. 경험도 쌓고. 그게 잘 안 돼있는데 먼 곳만 바라보고 있다." - 최강희 감독

K리그가 중요한 이유는 '뿌리'기 때문이다. 월드컵에 갈 수 있는 선수는 단 23명이다. 프로 선수 100명 가운데 23명을 뽑는 것보단, 10,000명의 치열한 경쟁 속에 23명이 선발될 때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저변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자라는 선수들이 목표로 삼는 '프로 무대'가 강하고 풍부해져야 한다. '유럽파'가 증가하려면 우선 K리그가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한다.

브라질 출신 대구FC 안드레 감독의 말도 마찬가지다. 그는 "브라질은 나라가 크고 최고 스포츠가 축구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지만 1등은 아니다. 브라질에선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한다. 확률적으로만 봐도 한국에서 좋은 선수 1명이 나온다면, 브라질에선 100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에 투자가 크게 줄어들어서 좋은 선수들은 다른 무대로 떠난다. 외국인 선수 수급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거액의 이적료를 안겨주고 떠난다면 감사해야 할 정도다. 이미 중국, 일본, 서아시아 등 다른 리그들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하다.

독일전 승리로 한국 축구 팬들은 마치 하늘을 걷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진짜 날아서 지나가려면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4년에 1번' 월드컵에서 멋진 승리를 원한다면, '평소'에 K리그가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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