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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허리부터 압박·빠른 역습…16강 불씨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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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SSIA 2018 ◆

매일경제

한국축구 공격을 이끌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왼쪽부터). [로스토프나도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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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23일 밤 12시에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열리는 멕시코와의 F조 조별 예선 2차전 경기는 신태용 감독과 한국 축구 대표팀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성과를 결정하는 무대가 된다. 지난 18일 스웨덴과 1차전에서 0대1로 패한 만큼 2차전에서 패배하면 실질적으로 조별 예선 탈락이다. 만일 멕시코와 비긴다면 3차전 독일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고 상황을 봐야 한다.

지난 21일 나란히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한 한국과 멕시코는 서로 3㎞가량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지만 분위기는 반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비공개로 훈련을 치른 한국은 로스토프나도누에 도착한 뒤에도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반면 멕시코는 수많은 자국 팬의 열렬한 환대에 생중계까지 진행되는 상황을 즐기며 당당하게 결전지로 입성했다.

이 밖에도 한국의 신경을 거스르는 요소들은 즐비하다. 우선 1954 스위스월드컵에 첫 출전한 이후 총 9번을 치렀던 조별 예선 2차전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선취골을 넣지 못했고, 승리한 적도 없는 '2차전 징크스'가 마음에 걸린다. 실제로 한국의 역대 2차전 성적을 보면 4무5패에 그치고 있다. 1954년 당시 터키에 당한 0대7 완패,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무너진 0대5 경기 등이 모두 2차전이었다. 심지어 4강 신화를 일궈냈던 2002 한일월드컵 때도 미국과의 2차전에서는 선취골을 내주고 끌려가는 경기를 하다가 간신히 1대1 동점에 그쳤을 정도다.

또한 급격하게 무더워진 날씨, 열광적인 멕시코 응원단도 무시할 수 없다. 로스토프나도누는 평균 기온이 섭씨 22.2도로 월드컵이 진행되는 11개 도시 12개 경기장 중 가장 높다. 게다가 여름철인 6~7월에는 한낮 평균 기온이 30도 중반에 달하기에 체력적인 부분을 더욱 관리해야 한다. 4만5000명 관중석 중에서 3만여 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멕시코 팬들의 일방적 응원도 이겨낼 수 있는 담대한 심장 역시 필요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 멕시코의 실력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3백과 4백을 혼용하면서도 더욱 빠르고 골 결정력이 좋은 멕시코는 어찌 보면 독일만큼이나 어려운 상대다. 게다가 멕시코의 정신적 지주로 5회 월드컵 출전을 달성한 라파엘 마르케스(아틀라스)는 독일전 승리로 1위로 나선 뒤에도 "한국전에서는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 봉쇄에 집중하겠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전방 압박'이 낮은 가능성 속에서도 승리를 뽑아낼 수 있는 비책이라 말하고 있다. 어차피 패배하거나 무승부를 거둘 경우에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만큼 보다 윗선에서 압박을 통해 역습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개인기와 전술, 스피드 등 모든 면에서 멕시코가 한국을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멕시코가 공격을 전개할 때 수비라인을 올려서 그 맥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권에서 경기하듯 공격적인 경기를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수비에만 내려서 있을 수 없으니 공수를 5대5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던 신문선 명지대 교수와 비슷한 맥락이다. 두 차례의 예선 통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박지성 해설위원도 "멕시코는 어차피 깜짝 전술이 통하지 않는 팀"이라며 "2승을 노리는 우리와의 경기에서는 독일전 때보다 라인을 더 올려서 경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균 신장이 179㎝로 낮은 편인 멕시코를 고공 축구로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은 "오히려 멕시코와 할 때 197㎝ 장신인 김신욱을 투입해 공격적으로 맞붙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 감독은 "흥분을 잘하는 멕시코 선수들을 자극해 늪 속에 빠뜨리려면 혼란을 자꾸 줘야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속도가 느린 대신 공중전에 능한 김신욱 카드가 또 쓰일지도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전방 압박에 무게를 싣는다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이재성(전북 현대) 등 활동력과 기동성이 좋은 선수들을 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스웨덴전에서 전체 활동량이 103㎞로 32개 팀 1차전 기준 20위에 그친 상황에서도 10㎞를 넘게 뛴 미드필더 이재성의 활약도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신 감독은 "배수진을 치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고 다짐했고, 함께 나선 이재성도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기에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온 힘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로스토프나도누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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