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업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고의 축구 유전자를 얻기 위해’, ‘러시아 대표팀의 성공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게 하기 위해’와 같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을 동원해 물의를 일으켰다. 성차별적 문구란 지적도 빠지지 않았으며 개최국의 품위를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한 페미니스트 운동가는 텔레그램에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해 갖는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개탄했다.
회사는 현재 광고를 삭제한 상태이며 AP통신을 통해 “러시아 지사가 온라인에서 부적절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의 가치에 반하는 일이었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AP통신은 “러시아에서는 아직 성 차별적인 광고가 만연하다”면서 “특히 스포츠 관련 광고에서 더욱 자주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친(친) 크렘린 성향의 모스코브스키 콤소몰레츠의 기사에도 버젓이 “외국인 팬을 유혹하고” 그들과 수다를 떠는 방법이 게재됐다. 스포츠 웹사이트 챔피오내트에는 “어떻게 러시아 미녀들이 외국인들에게 덫을 놓는지”란 제목의 기사가 실린다. 유튜브에는 국영 TV 진행자가 외국인 축구팬들을 만날 희망으로 “몇십만의 뱀파이어들이 모스크바에 몰려들고 있다”고 떠벌였다.
챔피오내트는 매일 “으뜸 월드컵 미녀” 순위를 싣고 있고 몇몇 유명 블로거들은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공산주의 굴레는 벗어났지만 러시아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좀처럼 들을 수 없다. 성역할 논쟁도 러시아 TV에선 보기 어렵다. 만약 프로그램에서 조금이라도 페미니스트들의 견해에 동의하는 기미라도 보이면 러시아의 전통적 가치를 무너뜨리려는 서방의 선전술에 넘어간 것이란 식으로 역공이 들어온다.
얼마 전 브라질 축구팬들이 러시아 여인과 어울려 포르투갈어로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브라질에선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 반면 러시아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문제의 러시아 여인은 가사 뜻을 몰라 웃으면서 따라 부르려고 했는데 한 유명 텔레그램 이용자는 “내 생각에 그녀는 그 남자들이 자신을 해외로 데려가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실패”라고 적었다.
러시아에서는 이 남성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해 2500명 정도가 서명했다. 브라질 언론은 이미 이들 중 일부의 신원까지 파악했다. 여성인권 운동가인 알요나 포포바는 러시아 법이 해외 시민들에게 “여성을 그저 몸뚱아리로 다룰 자유를 느끼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직도 러시아에서는 성차별을 처벌할 근거 법률이 없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부담없이 즐기는 서울신문 ‘최신만화’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