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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월드컵] 신태용호, '노출' 막으려다 '표출' 안 되면 낭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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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차전 맞상대 스웨덴과 페루의 경기를 관전하고 돌아온 10일 오후(현지시간)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레오강(Leogang)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선수 및 코칭스태프를 상대로 전력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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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강(오스트리아)=뉴스1) 임성일 기자 = 세네갈과의 최종 평가전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 오스트리아 레오강 훈련장에서 만난 신태용 감독은 잠시 대답을 주저했다. 내일은 모든 것을 가동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아쉽지만 황희찬과 문선민은 부상 때문에 나갈 수 없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가용할 것"이라 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의 기조를 바꾸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신 감독은 "지금 들리는 정보에 따르면, 스웨덴 쪽에서 평가전 영상을 얻기 위해 세네갈 쪽에 접촉하고 있다고 하더라. 결국은 영상을 가져갈 것 같다"고 말한 뒤 "유출될 확률이 99% 될 것 같아 마지막까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신 감독은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에는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을 것이다. 진짜 월드컵 본선 경기처럼, 베스트 멤버부터 준비한 세트피스까지 다 적용시킬 것"이라 강조해왔다. 그 다짐과 각오가 경기 하루 전날 흔들린 모양새다.

이날 대표팀 관계자는 "외부에는 비공개로 진행되나 우리도 세네갈도 분석영상을 담기 위해 카메라 1대씩을 경기장에 들여와 촬영한다"면서 "아무래도 감독님은 스웨덴이 세네갈 쪽에 접근해 그 영상을 받아가려 하지 않겠냐 추측하고 계시다"고 전했다. 스웨덴이 구미가 당길 조건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영상이 넘어가면 지금껏 신 감동이 공들인 '007 작전'은 막판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이 단 1%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도 해야 한다. 우리의 초점은 스웨덴과의 1차전이다. 그때까지 가능하다면 숨길 수 있는 것은 다 숨길 것"이라면서 어떻게든 상대를 당황케 하는 비기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우리가 경기를 지배하면서 혹은 압도하면서 몰아치다 결과까지 가져올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결국은 웅크리고 잘 버티다가 한방으로 쓰러뜨려야하는 조건임을 감안할 때 신 감독의 고육책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마지막 모의고사에서도 우리 것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훈련에서 해보는 것과 실전에 대입하는 게 천지차이라는 것은 축구인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아무리 이 악물고 뛰어도 훈련 때 체력이 소진되는 것과 실전에서의 에너지 소모량은 또 다르다. 동료들만 있는 곳에서 편하게 연습한 패턴플레이나 세트피스가 제법 성공률이 높았다고 해도 그것이 실전에서 그대로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

신태용 감독도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마지막에 한 번쯤은 우리도 패턴 플레이를 실전에서 해봐야할 것 같은데... 고민 중"이라고 망설임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껏 계속해서 상대만 염두에 뒀는데, 이제는 우리 자신도 돌 볼 필요가 있다.

모의고사 한 번을 안 치러보고 진짜 시험장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이라면 위험하다. 신태용 감독은 "(무엇인가를)걱정하게 되면 계속하게 된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했으나 선수들 입장도 생각해야한다. 실제 경기에서 제대로 손발 맞춰보지도 않고 월드컵 본선을 치러야한다면 엄청난 부담이다.

최대한 노출을 피하겠다는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아직 한국 축구가 알고도 못 막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으니 허를 찌르겠다는 것은 이해된다. 그러나 실전에서의 연습도 꼭 필요하다. 끝까지 숨기고 있다 막상 본판에서 '표출' 하지 못한다면, 큰 낭패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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