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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우리가 남인가?' 문경은 감독과 힐만 감독의 SK 우승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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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문경은SK나이츠 감독과 힐만 SK와이번스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6.03.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KBL 서울 SK 문경은(47) 감독이 KBO리그 SK 트레이 힐만(55) 감독과 만났다. 17년만에 우승반지를 낀 문 감독은 SK 야구단을 이끌고 한국 무대 우승을 노리는 힐만 감독에게 우승 기운을 전달했다. 힐만 감독도 문 감독에게 거듭 축하 인사를 건네며 “우리도 뒤따라가겠다”며 우승을 약속했다.

문 감독은 연세대학교 시절 농구대잔치 스타였고 숱한 우승도 맛봤다. 하지만 실업과 프로에선 삼성 시절인 2000~2001시즌 한차례 우승했을 뿐이다. 인천 전자랜드, 서울 SK를 거쳐 2009~2010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정상에 서지 못했다. 2011~2012시즌 SK의 감독대행을 맡았던 문 감독은 2012~2013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SK 역사상 첫 리그우승이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의 벽에 막혔다. 5년 뒤인 2017~2018시즌 재도전에 나선 문 감독은 애런 헤인즈의 부상 악재 등을 극복하고 감독으로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문 감독의 ‘형님 리더십’아래 똘똘 뭉친 SK도 18년 만에 다시 우승트로피를 가져갔다.

지난 시즌 힐만 감독을 영입한 SK도 올시즌 도약에 성공했다. 지난해 5위로 와일드카드결정전에 턱걸이한 SK는 올시즌 선두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시즌 팀홈런 최다 기록을 새로 쓴 SK는 올시즌 역시 ‘홈런군단’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문 감독이 안영준(23), 최원혁, 이현석(이상 26) 등 젊은 선수들까지 두루 기용해 팀을 왕좌에 올린 것처럼 힐만 감독 역시 김동엽(28), 한동민(29), 정진기(26), 김태훈(28) 등을 대거 기용하며 리빌딩과 함께 성적까지 쑥쑥 끌어 올리고 있다. 힐만 감독은 올가을 SK 야구단을 우승으로 이끈 뒤 다가올 KBL 2018~2019시즌 SK 농구단의 홈경기 때 시투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 야구와 농구는 다른 분야다. 서로의 경기를 본 적 있는가.
힐만 감독(이하 힐)
: 직접 가서 본적은 없지만 SK 농구단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자주 봤다.
문경은 감독(이하 문) : 시즌 때 보니 우리 경기는 보러 오시지 않고 (인천)전자랜드 홈경기는 가셨더다. 인천 연고팀이라 가신 것 같던데.
: 그 때 우리팀 외국인 선수인 (메릴)켈리와 (제이미)로맥이 농구를 보러 간다고 해서 같이 갔었다.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았고 휴식일에 우리 선수들이 간다고 하기에 따라간 것이다(웃음).

- 야구와 농구 감독의 비슷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선수를 총괄해야한다는 것은 같지 않을까. 감독이 팀 컬러를 만들어 한시즌 끌고 가야하니까. 팀을 끌고가는 목표가 있어야한다. 거기에 맞게 선수구성도 해야된다. 방식만 다를 뿐 야구도 비슷할 듯하다.
: 모든 감독들은 선수들의 성향과 기량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인성적으로 좋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빼는 것보다 그 성격을 바꿔 어떻게든 팀원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팀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맞다. 선수의 장점을 살려주고 단점을 커버해주는 게 감독의 몫인 것 같다.
: 감독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선수들이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치, 감독들이 선수들의 상태를 먼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 그렇다. 선수가 먼저 감독에게 와서 말할 때는 이미 늦었을 때더라.

- 야구와 달리 농구는 경기 중 여러 선수를 계속 넣었다, 뺐다를 반복할 수 있다.
: 야구는 끊어갈 수 있는 타이밍이 있다. 수비하다 실수했을 때 공격에서 그 선수가 만회할 수 있다. 호흡을 고르고 공격 때 뭔가 할 수 있다는 정신적 준비를 할 수 있다. 감독도 틈틈이 선수를 불러 더그아웃이나 더그아웃 뒤쪽에서 전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바로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농구는 급박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선수교체로 변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농구에도 타임아웃이 있긴 하지만 노출된 상태에서 선수에게 얘기를 해야하는데 이 역시 곤란할 것 같다.
: 감독이 된 지 꽤 지났지만 지금도 어렵다. 비시즌 때 많은 준비를 미리 해놔야 시즌 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더라.
: 야구든, 농구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정신적 준비는 항상 해야한다.

- 농구에선 외국인 선수 비중이 야구보다도 크다.
: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가 좋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농구 경기에 뛰는 5명 중 2명이 외국인 선수로 채워지는데 이들의 경쟁력이 좋아야 한다. 힐만 감독님은 (영어로 소통하니)외국인 선수 관리하긴 편하시겠다. 우리 팀 통역은 오래 일해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한테 기술, 작전에 대해 전달하는 건 편하다. 그런데 (가슴을 치며)감정 전달이 쉽게 안된다.
: 이해한다. 나도 일본프로야구에서 감독을 할 때 5년 동안 한 명의 통역만 썼다. 그 때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제 경험이 쌓여 짧게 짧게 포인트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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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SK나이츠 감독과 힐만 SK와이번스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6.03.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힐만 감독은 농구의 본고장 미국 출신이다. 직접 보니 NBA와 KBL은 어떻게 다른가?
: 먼저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다르다. 키가 다르다. KBL 선수들이 좀 더 작다. NBA는 런앤건 스타일의 빠른 농구를 하는 편인데 KBL을 보면 팀플레이가 많았다.
: 정확히 보셨다. 신체, 기술적 한계를 팀 전술로 보완하려니 어쩔 수 없다. NBA를 직접 가서 봐도 수준이 다르다.

- 그래도 SK는 KBL에서 속공 등 가장 빠른 농구를 하는 팀이다.
: 아, 그러니 우승하지 않았겠는가.
: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많이 추구한다. 공을 잡으면 앞선부터 치고 나가면서 공격템포를 빨리 해야 상대 수비가 정비하기 전에 좋은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문 감독은 한국 농구에 있어 레지 밀러(NBA 통산 3점슛 시도 및 성공 갯수 2위)와 같은 전설적인 3점슈터다(문경은은 통산 3점슛 1669개로 역대 1위).
: (놀라며)정말인가. 3점슛을 정확하게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주신 능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농구를 해왔는가?
: 어렸을 때부터 슈팅가드, 스몰포워드로 뛰었는데 내 포지션에서 최소한 한국에서 1등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나중에는 아시아 무대에서도 나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 비시즌 때 NBA를 보러 미국에도 가는가?
: 무조건 간다. 지난해에는 보스턴 경기를 봤다. 선수들만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게 아니다. 나도 매년 NBA를 보면서 전술, 전략 등을 공부한다. (NBA 하부리그인)G리그도 직접 돌아다니며 보고 푸에르토리코와 필리핀 리그도 가서 본다. 우리 팀은 전지훈련도 미국으로 간다. 제임스 하든(휴스턴), 클레이 톰슨(골든스테이트)도 직접 봤다.

- 힐만 감독도 선수 시절에 잘하지 않았는가.
: 텍사스 대학 때 수비는 자신있었다.
: 내가 힐만 감독님 포지션을 맞춰보겠다. 2루수 아니었는가?
: (웃으며)유격수였다. 2루수도 같이 보긴 했다. 대학 시절에는 공격에서도 기록을 많이 세웠다. 대학 때 주로 3번타순에서 쳤고, 4학년 때 타율이 0.450이었다. 아직 내가 세운 기록을 후배들이 깨지 못하고 있다. 대학 수준까진 잘했지만 드래프트를 거쳐 프로로 가니까 부족했다.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금방 내 한계를 알 수 있었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가 많더라. 그래도 뛰는 동안에는 좋은 동료로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 감독님이 잘했기 때문에 SK 선수들이 홈런을 펑펑 치는 것 아닌가? 젊은 선수들을 대거 중용한다고 들었다. 시즌 전 구상한 것인가?
: 공격적인 부분에서 과감하게 선수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스카우트가 선수를 잘 뽑아놓았기 때문이다. 야구는 한 경기에도 수많은 성공과 실패가 나온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부담을 덜 갖고 자신있게 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한다.

-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면 베테랑들은 불만일 수 있다.
: 젊은 선수를 기용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좋지만 베테랑들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게 고민이다. 베테랑을 설득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 (고개를 끄덕이며)맞다.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팀의 신·구 밸런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감정을 무조건 버려야 한다. 변화를 줘야하는 상황이면 베테랑과 1대1로 심도있는 얘기를 나눈다. 선수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해주면서 ‘나이가 들면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그게 인생’이라고 얘기해준다.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채병용, 박정권, 김강민은 현재 2군에 있다. 이들과 모두 긴 시간 얘기를 했다. 개인적으로 모두 좋아하는 선수들이라 어려운 선택이었다. 채병용은 투수조 조장, 박정권과 김강민은 주장까지 했던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도 베테랑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다.
: 베테랑들은 자신들의 노쇠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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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나이츠 문경은 감독이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kt-SK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시타를 준비하고 있다. 2018.06.03.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힐만 감독은 텍사스 대학 출신인데 지금도 그 쪽에 사는가.
: 텍사스 북쪽 지역에 산다.
: G리그를 보려고 샌안토니오와 오스틴에 간적 있다. 감독님 댁과 가깝지 않은가?
: 오, 우리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다. 가깝다. 비시즌 때 오스틴에 또 온다면 언제든지 찾아오길 바란다.

- SK스포츠단에서 핸드볼에 이어 농구단이 올해 우승했다. 문 감독은 이제 야구단 차례라고 말한다.
: SK슈가글라이더즈가 핸드볼리그 여자부 통합우승을 이뤘고 농구에선 우리가 우승했다. 야구단 우승이 남았다(웃음). 일본프로야구 감독 시절에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들었다.
: (문 감독을 가리키며)우리도 따라가겠다. 우승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힐만 감독도 우승하고 다가올 시즌 SK 농구단 홈경기 때 시투(자유투)를 하면 되겠다.
: 꼭 부탁드린다. 그런데 농구는 잘 하시는지 모르겠다.
: 난 농구도 좋아한다. 미국에 있는 집 마당에 농구 골대도 있다. 내 나이를 고려할 때 난 아직 (농구에서도)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 우승하셔서 시투를 꼭 하셨으면 좋겠다.
: (문 감독의 손을 꼭 잡으며)좋은 기운을 달라. 다시 한 번 우승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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