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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CEO·감독부터 행정가 입문까지…K리그도 '교육'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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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최순호 포항 감독은 지난 3월19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아카데미 감독 과정’에 참석해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이어령 전 문화체육관광부 강연을 들었던 것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 전 장관은 ‘발, 문화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풀어갔는데 축구가 발을 쓰는 종목이란 것에서 착안한 점이 각 사령탑의 가슴에 와 닿았다. 한편으론 팀의 리더 입장의 감독이 겪고 있는 고충을 이 전 장관 앞에서 털어놓고 서로 공유하는 장이 됐다. 최 감독은 “다 끝나고 내가 먼저 일어서서 박수 치고 장관님을 배웅해 드렸다”며 “선수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독서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장관님이 쓴 ‘젊음의 탄생’을 같이 읽어볼 도서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K리그 아카데미 감독 과정’은 올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신설한 K리그 아카데미 과정 중 하나다. 22개 프로구단 현역 감독을 대상으로는 시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그 동안 각 감독들이 A매치 브레이크 때 만나 운동하고 식사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질적 업그레이드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신설했다. 지난 3월 A매치 휴식기 때 당일치기로 처음 열렸다. 각 팀 사령탑들이 전부 모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연맹은 시간이 지날수록 참석율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1박2일 등 교육 기간과 수준도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감독도 “우리 감독들도 이제 경기장에만 매몰되어선 안 될 것 같다. 이런 강연과 교육이 장기적으론 축구의 질적 향상에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2013년 권오갑 현 총재가 연맹에 부임한 뒤 가장 변화된 K리그의 모습이 바로 교육이다. 축구가 현재를 밝히는 횃불이라면 교육은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시작된 프로그램이 축구행정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을 양성하는 ‘축구산업 아카데미’다. 대학에서 배우는 이론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스포츠산업, 구단의 마케팅 활동, 클럽 매니지먼트,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중계, 지역밀착 및 사회공헌활동, 국제업무 등 축구 관련 전반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데 현장에 뛰는 실무자들이 직접 강단에서 가르쳐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수강료가 1원도 없어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문을 열어놨다. 축구팬들 사이에선 ‘축구산업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한 스터디그룹까지 짜여질 정도다. 매 기수 30명씩 선발되며 8기까지 수료한 294명 중 30%의 수강생이 연맹과 K리그 각 구단, 대한축구협회, 스포츠 미디어 등의 관련 직종으로 진출해 축구산업 인재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

‘축구산업 아카데미’ 이후 속속 생겨난 것들이 현직 종사자들의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연맹은 K리그 전체 구성원들을 11개 직급·직종으로 카테고리화한 뒤 각각의 과정을 개설해 매년 2~3회 강의, 토론, 해외 벤치마킹을 진행하고 있다. ①CEO ②감독 ③사무국장 ④마케팅 ⑤홍보 ⑥회계 ⑦지자체 ⑧유소년 지도자 ⑨선수(은퇴 후 진로 모색) ⑩신인 선수 ⑪축구산업 아카데미 등으로 구분해 모기업이나 외부에서 제공할 수 없는 교육 기회를 열어주는 것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교육 참석률이 82.95%에 달하면서 각각의 프로그램이 연착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각종 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이 4억3000만원에 달하지만 비디오판독시스템(VARs) 도입과 더불어 K리그의 신뢰와 미래를 쌓아나갈 수 있는 사업엔 자원을 과감하게 투입한다는 게 연맹 방침이다. 구단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교육 내용이 각 구단의 특성과 상충된다는 견해가 다소 있지만 22개 구단 중 17개 구단이 임직원 수 20명 미만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면 구단 운영과 관련된 교육의 욕구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게 전체적인 반응이다. 연맹 관계자는 “축구산업 종사자들의 재교육 기회 제공과 더불어 구단 실무자간 네트워크 구축, 초청 강사 및 구단 실무자간의 네트워크 형성 기회 제공 등의 부가 효과도 적지 않아서 갈수록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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