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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분노한 야구팬들 "모두 한통속… 거짓말·범죄자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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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131억원 '뒷돈 거래' 충격]

리그 전체 도덕성 치명타… 넥센과 돈 준 8개 구단 공범

손놓고 있던 KBO도 책임, 정운찬 총재 "세밀하게 점검할 것"

"모두 한통속이다. 넥센의 더러운 거래를 받아주는 구단들이 있었으니 지금까지 뒷거래가 계속된 것이다." "한국 KBO 리그는 거짓말과 범죄자들의 리그다. 리그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

30일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선수 트레이드를 통해 131억원 넘는 뒷돈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구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히어로즈 구단은 투자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2008년 1월 공중 분해된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재창단한 팀이다. 당시 KBO리그 가입금은 120억원이었는데, 넥센 구단은 신고하지 않은 트레이드 뒷돈으로만 가입금 이상을 벌어들였다.

팬들과 야구인들은 그동안 "넥센이 타 구단과 실시한 트레이드에선 거의 예외 없이 '뭔가 이면 계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뒷거래를 주도한 넥센이 가장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우수 선수 확보에만 혈안이 돼 넥센의 요구를 받아준 나머지 구단들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선수 뒷돈 트레이드의 '주범'은 넥센이지만, 합의하에 뒷돈을 얹어준 8개 구단(SK 제외)은 사실상 공범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팬들은 사태를 방치한 KBO(한국야구위원회)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구 커뮤니티에선 '다들 의심했던 트레이드 손 놓고 있다가 이제와 몰랐다는 듯이 나서는 KBO도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KBO는 규약상 총재 권한으로 '리그 발전에 저하된다'고 판단할 경우 선수 트레이드를 제한할 수 있다. 넥센의 현금 트레이드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10년에 걸쳐 이뤄졌다. 트레이드 상당수가 선수 기량과 가치를 고려했을 때 무게 추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넥센은 "젊은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팀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설명을 내놓았고, KBO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넥센의 '뒷돈 트레이드'는 2009년부터 2011년에 집중됐다. 3년 동안 7차례 트레이드를 통해 현금 169억5000만원을 받아 58억원만 신고했다. 재창단을 하면서 돈이 절실했던 당시 우수 선수를 마구 팔면서 뒷돈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넥센 구단의 재정이 열악했던 점을 감안하면, KBO 차원에서 의심 살 만한 트레이드에 대해 유보 결정조치 등을 내릴 수 있었다. 한 야구계 인사는 '당시 조사위를 마련하는 식의 조치를 취했다면 넥센 측의 계속된 일탈 행위를 사전 예방하거나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제도적인 장치가 미흡한 것도 문제다. 정금조 KBO 사무차장은 "트레이드 관련 조사를 하는 내부 규약은 따로 없다. 구단에서 신고하면 그대로 믿어주는 게 사실상 전부"라고 했다. 규약을 손질하지 않는다면 추후 비슷한 문제가 재발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현재 프로야구에선 트레이드뿐 아니라 FA(자유계약선수) 등 큰돈이 오갈 때 에이전트가 세금을 대납하거나 웃돈을 받는다는 등의 이야기도 암암리에 오간다. 해당 사항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막는 방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KBO는 법률·수사·회계 전문가로 이뤄진 독립 기구인 KBO 특별조사위원회를 발족하고, 트레이드 뒷돈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운찬 KBO 총재는 "팬들께 죄송하다. KBO부터 반성하고, 앞으로 세밀하게 리그 운영을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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