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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21일만에 역전패 아픔 씻은 이다연 "땅콩이란 별명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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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회견하는 이다연.[KLPGA 제공]



(이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17번홀까지 순위표를 보지 못해서 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2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한 이다연(21)은 불과 21일 전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까지 딱 2홀을 남겨놓고 역전패를 당한 아픔이 있다.

2타차로 선두를 달리다 17번홀에서 2타를 잃어 1타차 2위로 내려 앉았고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감했던 이다연은 "이번 우승이 좀 특별한 건 지난번 역전패의 아쉬움을 풀어냈다는 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때 잘못한 걸 보완한 게 오늘 우승으로 열매를 맺었다는 이다연은 "그땐 정말 엄청나게 떨리고 긴장했다"며 "오늘은 긴장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때보다는 훨씬 차분하게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이다연은 "(우승을 다투는) 경쟁 선수를 의식하지 않고 차분하게 내 플레이에 집중하자고 자신을 다독였다"면서 "매치 플레이가 아니니까 내 목표 타수만 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게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다연은 "6언더파를 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지만 전반에 2언더파, 후반에 2언더파만 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다연은 전반에 3타를 줄였고 후반에는 2언더파를 쳤다. 바라던 6언더파보다는 1타 많지만 목표로 삼았던 타수보다는 1타가 적었다.

이다연이 우승 경쟁에서 오는 압박감을 덜 받은 것은 17번홀에서야 순위표를 볼 수 있었던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나다예(31)와 김아림(22)이 경기 중반에 이미 추격이 어려울 만큼 뒤처졌고 다른 선수의 스코어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이다연은 "먼저 경기를 끝낸 오지현이 한때 2타차였던 사실도 몰랐다"면서 "내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신인이던 2016년에는 시즌 막판 스퍼트로 간신히 시드를 지켰고 지난해에는 발목 인대 부상으로 전반기를 통째로 쉬는 등 부진과 불운이 이어졌던 이다연은 "1년차와 2년차에 많은 역경과 고생은 나를 성장시킨 자양분"이라고 받아들인다.

"발목 부상을 당했을 때 병가를 내지 않고 하반기 투어를 강행했던 건 할 수 있다고 나를 믿었기 때문이었다"는 이다연은 "그때 절박감이 올해 내가 성공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승을 올렸지만 1년 내내 번 상금이 2억1천460만원(25위)이었던 이다연은 올해는 벌써 상금을 2억6천856만원이나 쌓아 상금 4위로 올라섰다.

이런 변화에는 단단해진 정신력 뿐 아니라 기술적 향상이 뒷받침됐다.

지난해 16위(252.1야드)였던 장타력은 올해 5위(259.7야드)로 껑충 뛰었다. 작년까지는 키(157㎝)에 비해 멀리 친다는 평가였지만 올해는 최정상급 장타자다.

"어릴 때부터 강하고 빠른 스윙으로 볼을 때리도록 배웠다"는 이다연은 "작년보다 몸이 좋아진 덕분에 더 멀리 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104위(69.19%)에서 11위(79.2%), 그린 적중률은 17위(75.35%)에서 3위(79.9%)로 훌쩍 높아졌다.

무엇보다 이다연은 쇼트게임 실력이 몰라보게 나아졌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 치른 겨울 훈련 동안 쇼트게임 훈련에 주력한 결과 "이제는 그린을 놓쳐도 크게 부담이 없고, 그러다보니 그린을 공략할 때도 공격적으로 핀을 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다연의 목표는 그러나 소박하다.

"올해 성적이 좋아서 뭔가 잘 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는 이다연은 "작년보다 상금랭킹을 올리고 기회가 왔을 때 잘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상금왕은 살짝 생각도 들긴 한다"고 속내를 드러낸 이다연은 "내가 준비한 걸 차근차근 해내다 보면 따라오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할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미국 무대 진출 역시 "아직은 부족하다. 더 실력을 쌓고 경험을 쌓은 뒤 생각해도 충분하다"고 일축했다.

작은 키에도 버디를 몰아치는 모습이 옛 스타 김미현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슈퍼 땅콩'이라고 별명이 생긴 데 대해 "어릴 때부터 키가 작은 게 스트레스여서 그런지 반갑지는 않다"는 이다연은 "그래도 뭐든 별명이 생기면 받아들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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