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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충격의 역전극 그 후, 베테랑이 가른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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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kt 위즈 이진영이 1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타격하고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9회 4점차 역전극의 파장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전현직 마무리 투수 두 명을 릴레이 등판시키고도 패한 KIA는 감독부터 선수단 전체에 수심이 가득했다. 반면 고졸(서울고) 신인의 맹활약으로 승부를 뒤집은 KT는 한껏 여유있는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양팀 베테랑은 그 미묘한 간극을 온몸으로 표현해 환희와 충격을 자신의 팬에게 각각 던졌다.

24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 팀의 승부는 경기 전 이미 갈렸다. 전날 4-8 열세를 딛고 9회초에 5점을 뽑아 승리를 따낸 KT는 김진욱 감독의 베테랑 예찬까지 더해져 사기가 한껏 올랐다. 김진욱 감독은 “팀이 좋을 때 0-8에서 역전승을 거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승리였다. 부상자도 많고 꼬이는 경기가 많을 때 이런 승리 하나는 팀 전체의 기세를 올리는데 큰 힘이 된다”고 반색했다. 반면 KIA는 수장인 김기태 감독부터 “죄송하다는 말씀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구단 경영진까지 선수단 훈련 때 더그아웃으로 내려와 무언의 응원을 보냈지만 굳은 표정을 바꾸지는 못했다.

1회초 KT 멜 로하스 주니어의 우월 2점 홈런을 터질 때까지만 해도 경기 흐름이 요동치지는 않았다. 3회초 KIA 선발 임기영이 선두타자로 나선 로하스를 사구로 내보낸 뒤 이진영의 1루수 강습 타구가 KIA 김주찬의 글러브를 맞고 타구를 쫓던 2루수 안치홍을 스치듯 빠져나가면서부터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황재균이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승부의 추를 KT쪽으로 끌어 왔고, KIA 김선빈이 3회초 1사 2루에서 박경수의 타구를 어렵게 걷어 올린 뒤 원바운드로 한 송구를 김주찬이 뒤로 빠뜨리며 이날 경기에 임하는 양팀 선수단의 마음가짐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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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김주찬이 29일 수원 kt전에서 1-4로 뒤진 8회 타석을 준비하고있다. 수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어진 3회말 KIA 공격에서 2사후 만루를 만들었는데 안치홍이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야구는 멘탈(심리)싸움이라 초반 기세를 잡은 KT의 집중력이 KIA를 자멸로 몰아갔다. KIA는 5회초 골든글러브 2루수 안치홍이 1사 1, 2루에서 2연속타구 실책으로 흐름을 끊지 못한뒤 로하스의 우중간 2루타 때 홈과 3루에 각각 악송구가 나오는 등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못했다. 안치홍과 김선빈, 김주찬 등 주축 베테랑들이 실책 4개를 합작해 마운드에 대한 불안감이 경기력에 미치는 악영향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반면 KT는 이진영과 황재균이 6회까지 4안타 5타점, 장성우가 4안타 1타점 2득점을 폭발하는 등 베테랑들이 신바람을 냈다.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이끌 때마다 고졸 신인인 강백호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에 각성한 것일 수도 있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의 기(氣)가 꺾였을 때 여세를 몰아가는 노련한 사냥꾼처럼 KIA 마운드를 공략했다. 유격수 박기혁은 최형우의 까다로운 타구를 경쾌하면서도 편안하게 처리해 타구와 부딪히던 KIA 야수진과 차이를 보였다.

강팀과 약팀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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