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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노규민 기자의 예능★곡] '팔방미인' 박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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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노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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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나래/ 사진=텐아시아DB

박나래가 훨훨 날고있다. 관찰 예능, 토크쇼, 리얼 버라이어티,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등 장르 불문이다. MBC ‘ 나 혼자 산다’, tvN ‘짠내투어’ ‘놀라운 토요일’, JTBC ‘슈가맨2’,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Olive ‘다 해먹는 요리학교: 오늘 뭐 먹지?’ 등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두루 섭렵하며 ‘예능 대세’로서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나 혼자 산다’에서 전현무, 한혜진, 기안84, 이시언 등 무지개 회원들과 찰떡호흡을 자랑하며 사랑받고 있다. 메인 MC 전현무 바로 옆에 앉아 적재적소에 치고 빠지는 멘트로 웃음을 준다. 기안 84와는 실제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핑크빛 모드’를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한혜진과는 상반된 매력의 ‘언니-동생’ 케미로 시선을 끌고있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고 일상의 이야기로 살아가는 모습을 생동감있게 전하는 것도 그의 장기다. 박나래는 ‘나래바’ ‘여름 나래 학교’ ‘기안84와의 썸’ 등 다양한 소재와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로 관찰 예능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나래바에 대한 반응이 처음부터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시청자들이 “연예인인데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단지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해 집 안에 바(BAR)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비춰진 박나래는 사람을 좋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에게 맛있는 요리와 술을 대접하는 것을 즐겼다. 그러면서 행복해했다. 시청자들은 술을 좋아하고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그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나혼자 산다’에서는 결혼을 앞둔 17년 된 절친을 위해 손수 파티와 웨딩촬영을 준비해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드레스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소박한 결혼식을 하겠다는 친구를 위해 발벗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박나래는 바쁜 시간을 쪼개 한땀한땀 직접 드레스를 만들어 선물했다. 그의 진실된 마음에 친구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많은 시청자들도 그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다.

박나래는 솔직하고 진솔하되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모습으로 시청자를 끌어 당기고 있다. 무대에서 한없이 망가지는 모습과 달리 현실에서는 제법 여성스럽고 정감 넘치는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타인을 챙기고 배려하면서도 특유의 개그감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나 혼자 산다’ ‘짠내투어’ 등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한결 같은 모습에 시청자들은 지지를 보낸다.

‘슈가맨2’ ‘비디오스타’ 등 토크쇼에서는 치고 빠지는 개그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유재석, 전현무처럼 긴 호흡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진 않지만 개그우먼 특유의 센스로 MC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박나래의 특기다. 2006년 KBS 21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폭소클럽2’ ‘개그콘서트’ 등에 출연했지만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이후 장도연, 허안나와 함께한 코너 ‘패션 NO5’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독특한 분장과 말도 안되는 패션 스타일로 모델 개그를 펼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외에 박나래가 주목 받은 코너는 많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tvN ‘어쩌다 어른’에 출연해 데뷔 초반인 20대에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당시 ‘개그 콘서트’ 감독으로부터 “연기 진짜 못한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휩싸여 미친듯이 연습에 매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부담감에 힘만 들어갔다. 애초 배우가 되고 싶어 안양예고에 입학했고, 그간 걸어왔던 길을 생각하면 ‘연기를 못한다’ 는 말은 최악이었다. 결국 슬럼프에 빠졌지만 그는 스스로 일어났다.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계속되는 연습과 실전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발견한 것. 박나래는 “짧은 호흡으로 치고 빠지는 개그 스타일이 내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잦아지면 일정 등의 문제 때문에 공개 코미디 무대를 피하는 다른 개그맨들과 달리 박나래는 ‘코미디 빅리그’에 꾸준히 출연하며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임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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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나래/ 사진=텐아시아 DB

시련과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단단해진 그녀는 무대에서 한결 여유로워졌다. 여기에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큰 웃음을 선사한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버릴 줄 아는 ‘뼈그맨’ 마인드는 또 하나의 무기다. 한창 예뻐보이고 싶을 나이에 무대에서만큼은 ‘여자’가 아니라 ‘개그우먼 ‘임을 망각하지 않았다.

SBS 모비딕 ‘복붙쇼’에서 펼친 분장쇼가 압권이다. 오혁, 데프콘, 김구라, 민경훈, 크러쉬, 마동석, 전현무, 통아저씨 등 수많은 스타로 분장하며 ‘분장의 신’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여자인데도 주로 남자로 분장해 얼핏 보면 헷갈릴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이 역시 ‘뼈그맨’ 마인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착실하게 자신의 영역에서 활약하던 박나래는 2015년 방송된 ‘라디오스타’에서 양세형, 양세찬, 장도연 등 개그맨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풀며 상상 이상의 입담을 과시했다. 여기에 그간 갈고 닦은 콩트까지 이어가며 그야말로 ‘빵빵’ 터트렸다. 이날 ‘라디오스타’는 박나래의 원맨쇼였다. 예능에서 박나래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순간이었다.

같은해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뮤직토크쇼부문 여자신인상’을 수상한 박나래는 이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이전까지 패널로 활동했던 것과 달리 메인 MC와 고정을 맡으면서 ‘예능 대세’로 자리잡았다.

2016년 ‘나 혼자 산다’에 처음 출연한 그는 그 해 연말 시상식에서 ‘버라이어 티 부분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기염을 토했다. 2017년에는 유재석, 김구라, 전현무, 김국진과 함께 대상 후보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2년 연속 최우수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지만 최근 몇년 간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이 저조했던 것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성과였다.

박나래의 날갯짓은 처음부터 화려하지는 않았다. 긁히고 찢기고 상처가 아물면서 더욱 유연하고 커졌다. 데뷔 초반 ‘비호감’ 이미지로 마음 고생을 했지만 그럴수록 당당함을 잃지 않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였다. 시청자들이 점차 공감을 넘어 호감을 갖게 된 이유다. 지금의 ‘팔방미인’ 박나래는 스스로 극복하고 노력한 결과다. 대상도 멀지 않았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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