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역할 바뀌는 요즘 2번 타자
통계 보면 3번 타자보다 타석 많아
좋은 번트보다 강력한 한 방 필요
김현수는 두산 시절 중심타선을 쳤다. 하지만 LG 이적 후엔 주로 2번 타자로 나선다. [양광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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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야구 이론에 따르면 2번 타자는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타자가 맡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다. 번트, 진루타 등에 능하고, 히트앤드런 등 작전을 깔끔하게 소화할 수 있는 타자가 주로 2번을 맡았다. 2번 타자는 팀 득점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희생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야구를 수학·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메트릭스 연구가 본격화된 1990년대 후반부터 이런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이버메트릭스에서는 팀 내 최고 타자 두 명을 2번과 4번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 중 출루율이 높은 타자가 2번, 장타율이 높은 타자가 4번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타순을 짤 경우 한 시즌 동안 5~10점 정도 득점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잘 치는 타자가 상위 타선에 배치되면 타격 기회가 늘어나 득점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2번 타자는 3번 타자보다 연간 17~18차례 더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 메이저리그 현장에선 통계에 기반을 둔 확률 야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강한 2번 타자’ 이론이 대세가 됐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2번 타자의 OPS는 3, 4번 타자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아메리칸리그 2번 타자의 OPS는 0.783, 내셔널리그는 0.764다. 트라웃의 에인절스를 비롯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조시 도널드슨), 시카고 컵스(크리스 브라이언트), 뉴욕 양키스(애런 저지) 등이 팀에서 1~2번째로 강한 타자를 2번에 배치하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홈런왕(59개) 지안카를로 스탠턴(뉴욕 양키스)는 지난해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2번 타자로 110경기에 출전했다.
2018년 KBO리그 타순별 기록 |
올해 LG를 맡은 류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김현수를 주로 2번에 배치한다. 김현수는 지난 17일 광주 KIA전에서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부상으로 이탈한 후 잠시 4번 타자로 나왔다. 하지만 가르시아가 돌아오면 김현수-박용택-가르시아로 이어지는 2~4번 중심타선이 다시 완성된다.
KT 김진욱 감독도 장타력을 갖춘 신인 강백호를 붙박이 2번 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강백호는 23일 현재 타율 0.272, 5홈런·19타점을 기록 중이다. 김 감독은 강백호가 슬럼프에 빠지면 박경수·유한준 등을 전진 배치할 생각이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외국인 거포 마이클 초이스를 2번 타자로 기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김기태 KIA 감독도 로저 버나디나와 김주찬을 번갈아 2번에 기용한다. 롯데는 팀 내 1~2번째 타자인 손아섭을 2번에 배치한다. 조원우 롯데 감독 역시 ‘3번 타자만큼 2번 타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2번 타자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 2번 타자의 OPS(0.803)는 지난해(0.782)와 마찬가지로 5번째지만 5번(0.819), 6번(0.813)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장타율은 0.456으로 5번 타자의 장타율(0.453)보다 높다. 수년간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10개 구단 감독들은 ‘더 적은 실점’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리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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