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1000억 광고 잡아라 … 월드컵 ‘쩐의 전쟁’ 선봉 맡은 박·안·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중파 3곳 해설 맡아 입심 경쟁

높은 시청률이 광고 수익과 직결돼

방송사, 중계권료 등 500억씩 부담

한국팀 16강 불발 땐 적자 가능성

중앙일보

월드컵 중계


‘산소 탱크’ 박지성(37)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다. 당연히 선수로서는 아니다. 공중파 TV의 ‘해설위원’ 명찰을 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이 6월15일 개막하는 러시아월드컵 대회 기간에 SBS에서 해설자로 활동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본부장과 방송사 양측이 “큰 틀에서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고, 계약서 서명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박 본부장의 가세로 공중파 3사 해설진은 기존 이영표(41·KBS), 안정환(42·MBC) 등 2002월드컵 4강 주역들로 구성됐다. 이들의 삼각 경쟁 구도는 본 경기 못지않은 ‘빅매치’이다. 바로 이들이 700억~1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월드컵 광고 시장을 놓고 펼쳐질 ‘쩐의 전쟁’에서 3사의 선봉장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박지성은 한국축구 레전드다.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간 활약했고, 2002년 월드컵 4강과 2010년 월드컵 16강행을 이끌었다. 수원=김상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긴 고심 끝에 박 본부장이 해설위원을 맡은 건 침체한 한국 축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서다. 그는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4월19일자 B11면)에서 “K리그 위기론이 자주 나오는데, 근본적으로는 한국 축구 전체의 위기”라며 “한국 축구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해설위원을 맡는 것과 관련해) 브라질월드컵 때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며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게 사실이다. 한국 축구에 기여할 수 있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손근영 SBS 스포츠부국장은 “박지성 본부장과 접촉한 건 맞다. (해설위원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좋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국 축구 최고 선수로서의 상징성과 경험의 깊이에 주목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배성재 아나운서와 자연스러운 호흡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박지성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와 경기에서 상대 태클을 피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는 ‘박지성 효과’를 통해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KBS에 넘겨준 시청률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 등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7년간 뛰었던 박지성의 경험이 해설에 깊이를 더할 것으로 방송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중앙일보

월드컵 중계


족집게 해설로, 별명까지 ‘인간 문어’인 이영표 해설위원이 포진한 KBS는 느긋한 표정이다. 시청자들이 경기 흐름을 정확히 읽고 핵심을 짚어내는 ‘이영표식 해설’에 익숙해진 만큼, 웬만해선 채널이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중앙일보

2009년 3월26일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예선 북한전을 앞두고 파주 NFC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서 박지성과 이영표가 동료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BS 중계부의 한 프로듀서는 “이영표 위원 예측이 정확했던 건 운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의 결과”라며 “러시아월드컵에서도 팬들은 같은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박지성 본부장 (해설위원 데뷔) 얘기는 소문으로 이미 들었다”며 “현역 시절 절친했던 두 사람이 해설로 경쟁하면 축구 팬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일보

월드컵 중계


MBC는 ‘특색 있는 중계’로 맞불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내공을 쌓은 안정환 해설위원의 친근하면서도 재밌는 해설에 기대를 건다. 안 위원은 브라질월드컵 당시 ‘꽈배기 킥(라보나킥)’ ‘니은(ㄴ) 자 슛(측면을 파고들다 중앙으로 갑자기 틀어 시도하는 슛)’ 등 재미있는 용어를 만들어 주목받았다.

안 위원은 “축구 잘 아는 친구가 TV를 함께 보며 설명해주는 듯한 편안함을 추구한다”며 “4년 전보다 월드컵 열기가 불붙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 예능 보는 듯 부담 없이 즐기며 주목할 수 있게 해설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탈리아 프로축구 페루자 공격수 안정환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허혁 MBC 스포츠제작부장은 “안 위원은 축구인의 전문성과 방송인의 예능감을 겸비했다”며 “브라질월드컵 때 20~49세에서 MBC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이번에도 동일 연령대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MBC는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에서 축구 중계로 인기를 얻은 ‘BJ 감스트(본명 김인직)’를 영입해 10대 축구 마니아도 공략할 계획이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송 3사가 한국 축구의 간판급 스타를 총동원해 ‘중계전쟁’에 나서는 이유는 ‘시청률=광고 매출=수익’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 중계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공하는 영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방송 3사가 동일한 화면을 보여준다. 결국 해설가와 캐스터가 중계의 품질과 시청자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변수다.

이번 월드컵 기간 중 공중파 3사가 기대하는 광고 수입은 최소 7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얼어붙은 광고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700억원 쪽에 좀 더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3사가 중계권료로 투자한 액수가 9500만달러(1020억원)고, 중계 관련 제작 및 마케팅 비용을 더하면 각 사의 부담액은 500억원 안팎이다. 누군가 많이 챙기면 다른 쪽은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치킨 게임’인 셈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투자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중계 경쟁에서 뒤처지면 타격이 크다”며 “그나마 한국이 16강 이상 올라가면 경기 당 광고 단가가 훌쩍 뛴다. 기본적으로는 시청률 전쟁이지만, 대표팀 성적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