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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 타석 21구… 미국의 ‘벨트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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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에인절스전 1회 ML 신기록… 풀카운트 뒤 11개 파울 끝 아웃

오타니는 처음 4번 나서 1안타

동아일보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의 브랜던 벨트(30)는 23일 LA에인절스전에서 5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의 폭풍 활약으로 4-2 승리를 이끌었지만 경기 후 상대 선수들에게 일일이 사과를 해야 했다.

벨트는 1회말 상대 선발 LA 에인절스 루키 하이메 바리아(22)에게 21구를 던지게 해 ‘메이저리그 한 타석 최다 투구수’ 신기록을 쓰게 만들었다. 종전 기록은 20구(1998년, 휴스턴 리키 구티에레즈 vs 클리블랜드 우완 바르톨로 콜론)였다. 국내 최고기록은 2010년 당시 KIA 소속이었던 이용규(한화)가 기록한 20구다.

무려 12분 45초의 혈투였다. 21구 피칭 장면만 편집된 영상도 다 보려면 2분이 넘게 걸릴 만큼 질긴 승부였다. 이미 9구째부터 풀카운트가 됐지만 벨트는 그 후로 11개의 공을 연속 커트해 낸 뒤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벨트는 본인이 누구보다 파울을 싫어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나도 수비 때 계속 파울을 내는 타자들을 정말 싫어한다. 나도 ‘이놈아, 그냥 인플레이를 시켜. 그게 어렵냐!’ 이런 식으로 말을 했었기에 ‘그 일’이 있고 나서 선수들한테 일일이 사과를 해야 했다. 그러나 나도 상대도 포기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벨트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바리아를 괴롭혔다. 2스트라이크 1볼로 몰린 뒤 연속해 4개의 공을 커트해 낸 벨트는 이번에는 8구 승부 끝 안타를 쳤다. 에인절스 포수 마르틴 말도나도는 “벨트가 자기도 남이 그럴 때 진짜 싫어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그러길래 또 일이 나는 거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에인절스 유격수 안드렐톤 시몬스는 “진짜 피곤해 죽을 뻔했다. 결과를 떠나 지켜보기엔 재미있었다. 하지만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1회를 마치는 데에만 공 49개를 던져야 했던 바리아는 3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만루를 만든 뒤 강판돼 데뷔 후 첫 패전투수(1승 1패)가 됐다.

한편 에인절스의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는 이날 처음 4번 타자로 나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3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가 4번 타자로 출장한 것은 오타니가 16번째다. 하지만 마지막이 1961년 돈 라슨(시카고 화이트삭스)이라 메이저리그 팬들은 57년 만의 진풍경을 보게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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