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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얘도 빠른 공, 쟤도 빠른 공 … 그럼 난 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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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투수들의 인기 구종 ‘커브’

파이어볼러 늘자 인기 회복 ‘역설’

류현진 등 빅리그서도 구사 늘어

중앙일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류현진은 올 시즌 커브 회전수를 늘려 효과를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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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변화구도 바뀐다. 올해 KBO리그에서는 ‘커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시즌 투수들이 구사한 커브의 비중은 10.1%다. 커브의 구사 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8.8%, 지난해엔 9.5%였다. 올 시즌 커브는 직구(포심 패스트볼) 44.5%, 슬라이더(컷패스트볼 포함) 21.3%에 이어 투수들의 ‘제 3의 무기’로 자리잡았다.

커브는 초창기 야구 때부터 널리 사용됐던 대표적인 변화구다.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어린 선수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변화구가 커브다. 팔꿈치나 어깨에 큰 무리를 주지 않고 습득할 수 있는 구종”이라고 설명했다. 커브는 주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구속은 직구에 비해 15~30㎞ 정도 느리다. 커브는 보통 시계로 치면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이 다양해지면서 커브의 인기도 점차 떨어졌다. 기본적으로 구속이 느리기 때문에 회전이 제대로 걸리지 않을 경우 한 방 맞을 가능성이 크다.

커브가 다시 인기 구종이 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빠른 공 덕분이다. 올해 KBO리그 투수들의 직구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2.2㎞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가 2014년부터 KBO리그의 구종별 평균 스피드를 조사한 이래 가장 빠른 기록이다. 지난해 141.3㎞에 비해 시속 0.9㎞가 늘어났다.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5㎞ 이상인 투수도 11명(지난해 5명)이나 된다. SK 앙헬 산체스는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50.7㎞다. 손혁 SK 투수코치는 “투수들이 장타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하이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며 “하이패스트볼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뚝 떨어지는 변화구가 필수적이다. 올 시즌 커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홈런은 6105개였다. 2000년 5693개보다 412개나 많았다. 전문가들은 ‘플라이볼 혁명’으로 불리는 발사각도 이론의 효과로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타구의 이상적인 발사각이 15~40도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구단과 선수들은 타구의 발사각을 조절해 홈런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했다. 스윙 메커니즘에 변화를 줘 의도적으로 공을 띄우는 것이다.

투수들도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 필요했다. 타구의 발사각을 줄이기 위해 타자 가슴 높이의 스트라이크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이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으로 떨어지는 느린 커브는 하이패스트볼의 ‘세트 메뉴’ 격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피안타율(0.215)이 가장 낮은 구종이 커브였다. 피순수 장타율(장타율-타율) 역시 0.141로 나머지 구종을 압도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가 던진 모든 구종 가운데 커브가 차지하는 비율은 10.6%였는데, 이는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올 시즌 류현진(LA 다저스)이 커브 회전수를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홈런의 시대’를 겪고 있는 KBO리그에서도 커브가 주목받고 있다. 23일까지 총 122경기에서 291개의 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2.39개다. 경기당 홈런 최다 기록은 1999년(528경기)의 2.41개다. 지난해는 경기당 2.15개였다.

산체스(3승), 두산 세스 후랭코프(4승), 조시 린드블럼(4승1패) 등 강속구를 던지는 외국인 투수들이 커브를 적극적으로 구사해 효과를 보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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