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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뭔가 다른 ‘베이징 키즈’서 대세가 된 ‘야구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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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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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T 고졸 신인 강백호는 입단 첫해인 올 시즌 4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팀의 주력선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강백호는 일명 ‘베이징 키드’로 통한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에서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2008년을 전후로 야구를 시작한 여러 선수 중에서도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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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는 서울 도신초등학교 2학년이던 2007년 야구를 시작했다. 사회인 야구를 하던 아버지 강창열씨(59)를 따라다니다 야구를 접했고, 학교 야구부에 들어간 이듬해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는 진지하게 운동에 전념했다. 강백호가 어린 시절 꿈꾸던 미래에는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역전 결승홈런을 때린 ‘우상’ 이승엽의 모습이 선명했다. 강백호는 “지금 생각해도 이승엽 선배님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그 당시 운동에 소질 있던 여러 어린이에게 인생의 이정표가 됐다. 어쩌면 타고난 운동신경을 배경으로, 다른 종목을 쳐다볼 수 있던 꼬마들이 야구를 전공으로 고르는 계기가 됐다.

올해 KBO리그 1군 무대에는 그즈음 야구를 시작해 올해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중용되는 스무 살 청춘들이 유난히 많다. 두산 승리조의 셋업맨으로 활약 중인 우완 곽빈 역시 서울 학동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던 2007년 야구를 시작했다. 곽빈은 “학교 아구부 감독님 추천으로 시작했는데, 올림픽을 보면서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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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발진의 한 축이 되고 있는 우완 양창섭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 대표팀이 준우승을 한 이듬해인 2010년 서울 녹천초등학교 5학년 재학 중 지역 리틀야구단에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경우다. 양창섭 또한 진로 선택의 계기는 올림픽과 WBC였다. “올림픽을 보면서 야구 선수가 돼야겠다고 결심했고, 이후 친구가 리틀야구 유니폼을 입은 게 멋져보여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 좌완 셋업맨으로 뛰고 있는 고졸 신인 박주홍 역시 광주 서석초등학교 2학년이던 2007년 같은 동기로 선수가 됐다. 롯데 내야수인 한동희 또한 부산 대연초등학교 야구부 2학년이던 2007년 야구를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있다면, 야구 선수를 꿈꾸게 된 배경이 당시 롯데 주포로 커가던 이대호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됐다는 정도다.

KBO리그는 류현진(LA 다저스)과 김광현(SK) 같은 특급 신인이 나온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 신인 기근에 시달린 끝에 최근 한두 해 사이에는 신인 풍년에 설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은 WBC 4강으로 야구붐이 일어난 2006년 이후로 야구를 시작한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 차례로 입문해왔다. 앞서 몇 년간은 고졸 신인이 입단 첫해 1군에서 뛰는 것 자체가 희귀했던 것을 감안하면, 극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복근 두산 베어스 스카우트팀장은 “고교 졸업생이 600명 전후에서 900명선으로 늘었다. 고교 팀도 58개에서 75개까지 늘었다. 3, 4년 전 선수 숫자에 비해서도 눈에 띄는 선수가 적었던 것을 감안하면 분명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 뒤 세대로는, 다시 눈에 띄는 선수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팀장은 “올해 입단한 선수들이 두꺼운 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정점을 찍은 것 같기도 하다. 몇 년간은 좋은 자원이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내년 입단 대상인 올해 자원은 그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KBO리그가 베이징 올림픽 같은 또 하나의 동기를 지금의 어린 선수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시점으로도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입단한 선수들이 이제는 롤모델이 될 수도 있는 시간이 오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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