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추영준의 ★빛사랑] 음악감독 윤상, '평양공연' 큰 그림 그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대중음악 작곡가 윤상(50)이 이달 말쯤 160여 명의 남측 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으로 간다.

윤상은 두 번의 평양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우리측 음악감독 적임자로 전격 발탁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정부가 북측 현송월 단장과의 협상 파트너이자 우리 예술단 수석대표로 윤상을 발표했을 때 연예인이기에 다들 의아해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난하게 대표 역할을 수행해 냈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윤상은 1991년 ‘이별의 그늘’이란 곡으로 데뷔했으며 작곡가·프로듀서·대학교수 등 음악과 관련한 여러 직함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정통 뮤지션이다.

그는 방송에서 평소 차분한 성격을 보이며 주로 발라드 노래를 발표하거나 작곡했으며 음악방송 심사위원과 러블리즈 등 K-팝 걸그룹의 프로듀서로도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가요계에서는 선후배 관계가 원만하며 미국 유학을 통해 상당한 음악적 전문 지식을 지닌 뮤지션으로 정평 나 있다.

이제 그가 오는 31일과 4월 3일 열릴 평양 공연의 남측 음악감독으로서 환상적이면서도 감동의 무대를 선사할 순간만을 남겨두고 있다. 방북 예술단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밴드 위대한탄생 등이 포함돼 있어 음악감독으로서 이뤄내야 할 분야가 클래식에서 K-팝까지 다양하다.

지난 2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예술단 평양공연을 위한 실무접촉’결과 평양에 갈 우리 가수들의 명단이 확정됐다.

윤상 대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연 참여 가수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걸그룹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 9명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한 두 명의 가수가 추후 협상을 통해 합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수 명단은 이날 공개됐어도 윤상은 사전에 정부로부터 음악감독 제의를 받은 만큼 나름 어느 정도의 공연 대비는 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MBC·SBS 등 방송사가 주관한 방북 공연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공연이기에 역사적 의미가 깊다.

공연일은 이제 1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럼에도 음악감독으로서 윤상이 평양 공연 그림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아직 선곡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어떤 주제로 가수 출연 순서와 곡수를 배정하고 큐시트를 어떻게 짤 것이며 편곡에서부터 조명, 피날레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화합과 감동의 무대를 선사할 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또 공연이 왜 열리고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 등을 생각하며 큰 그림에 넣어야 할 게 너무 많아 음악감독으로서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 시점에서 어떤 노래와 무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인지가 가장 중요할 듯싶다.

세계일보

지난 20일 윤상(오른쪽) 남측 수석대표와 현송월 북측 수석대표가 판문점 통일각 회담장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북한에서도 이미 남한의 대중가요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여서 관람 수준도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 공연에서 레퍼토리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다. 아무래도 한 번 이상 평양에 다녀온 가수들과 이들의 노래가 익숙하기에 조용필·최진희·이선희·윤도현이 우리 예술단에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용필의 ‘친구여’ '그겨울에 찻집',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이선희의 ‘J에게’,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는 북한에서도 애창곡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지난달 초 강릉·서울 공연 때 여성 2중창과 함께한 대중가요 메들리 중에 ‘사랑의 미로’와 ‘J에게’를 들려준 것처럼 말이다.

이 외에도 70∼90년대 우리 대중음악의 흐름을 아는 듯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송대관의 ‘해뜰날’, 왁스의 ‘여정’ 등 다양한 남한 유행가를 선보였다.

북한 젊은 층에서는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을 좋아한다고 한다. 북한의 한 아이스하키 선수는 걸그룹 레드벨벳을 좋아하며 항상 그들의 음악을 듣는다고 말해 K-팝 대표로 레드벨벳이 포함됐을 거라 여겨진다.

소녀시대 멤버인 서현과 함께 가창력이 뛰어난 정인과 알리는 자신들의 히트곡은 물론 우리의 최신 가요를 메들리로 들려주는 무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총 연출을 맡은 윤상이 공식 석상에서 “이 정도의 가수들이라면 환상적인 쇼를 꾸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온 만큼 어떤 콘셉트로 평양 공연의 멋진 큰 그림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