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생애 첫 챔프 반지, MVP… 아이처럼 울어버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女 프로농구 우리은행 6년 연속 통합 챔피언 위업

'무관의 제왕' 김정은 MVP

무릎 부상 이겨내고 팀 기둥으로… 3차전 헌신적 수비로 승리 공헌

상복(賞福)은 남부럽지 않았다. 신인상, 득점상(4회), 베스트 5(5회), 올스타전 MVP(2회).

여자프로농구 대표 스타 김정은(31·우리은행)은 개인 기록만 보면 분명 성공적인 농구 인생을 걸어왔다. 2005년 여자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세계(현 KEB하나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온양여고 시절 남자 선수처럼 한 손으로 3점슛을 쏠 정도로 힘과 테크닉이 뛰어났다. 국가대표로 아시아선수권 우승(2007년), 올림픽 8강(2008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2014년 인천)도 일궜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 13년 동안 챔피언전 우승 반지가 한 개도 없었다. '무관의 제왕'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2016년 KEB 하나은행 소속으로 처음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으나 우리은행에 3전 전패했다. 이후 하나은행 첼시 리가 한국계임을 주장하는 서류를 내고 재외 동포 자격으로 뛴 것이 사기극임이 드러났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이 하나은행의 시즌 전체 기록을 무효 처리하면서 김정은의 챔피언전 경험도 '없던 일'이 됐다.

김정은은 지난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아산 우리은행으로 둥지를 옮겼고, 갈망했던 우승을 이뤘다. 김정은은 21일 청주 KB스타즈와 벌인 챔피언결정전 원정 3차전에서 3점슛 2개 포함, 8점(2리바운드 2어시스트)을 올려 75대57 승리에 힘을 보탰다. 챔피언전 전체 평균은 13.3득점(3.3리바운드 3.0어시스트)이다.

우리은행은 3연승으로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이뤘다. 사상 두 번째이자 역대 최다 타이인 6시즌 연속 기록이다. 통산 우승도 '10회'를 채웠다.

김정은의 챔피언전 플레이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헌신'이다. 특히 3차전이 그랬다. 득점은 1차전(14점), 2차전(18점)에 비해 적었지만, 수비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180㎝인 김정은은 리그 최장신 센터 박지수(193㎝)와 모니크 커리(183㎝)를 번갈아 막았다. 김정은의 악착같은 수비에 박지수는 13점에 그쳤고, 커리도 연달아 실책을 저질렀다. 김정은은 3쿼터 중반 44―42로 쫓겼을 땐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리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우리은행은 김정은과 함께 '빅3'로 불리는 임영희(24점), 박혜진(20점)의 활약으로 우승을 결정지었다.

사실 김정은에게 올 시즌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고질인 무릎 부상으로 지난 두 시즌 평균 득점이 5.8점에 그치면서 경기당 20점 이상 넣었던 전성기 기량을 펼치기 어려울 거란 소리를 들었다. 개막 3주 전엔 무릎 연골이 일부 찢어지는 부상까지 당했다. 김정은은 수술 권유에도 "재활을 하며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김정은은 위성우 감독이 요구하는 훈련을 따라가느라 "힘들다"며 숱하게 눈물을 흘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 장신 공격수들을 막는 데 주력하면서도 정규리그 평균 12.8점을 올렸다.

김정은은 생애 첫 챔프전 우승에 이어 MVP로도 뽑혔다. 기자단 투표 84표 중 53표를 얻었다. MVP로 호명되자 아이처럼 울더니 동료 선수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김정은은 "그동안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 돼 자괴감이 많이 들었고,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동료들이 나의 재기를 더 원했고, 오늘까지 도와줬다. MVP는 내가 받을 상이 아니다. 좋은 팀과 감독을 만나 감사하다"고 했다. 우승팀 선수들이 골망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할 때는 어색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처음이라 어디를 잘라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우승이란 게 참 꿈같고 행복하네요."



[청주=이태동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