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K리그 통합 MD 사업, 의미 있는 첫 걸음과 과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통합 MD 제품으로 나온 필통. 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K리그는 좁은 시장이다. 뭘 해도 적자를 고민해야 한다.

축구가 일상인 유럽의 경기장엔 메가스토어, 혹은 팬샵이 있다. 유니폼이나 의류를 비롯해 구단 정체성을 담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인기구단의 경우 경기가 없는 평일에도 인파로 붐빈다. 흑자 경영의 원동력이다. 반면 K리그 현실은 냉혹하다. 흑자를 내는 것보다 적자의 폭을 줄이는 게 우선순위다. 구단 굿즈(상품)를 대량 제작해 판매하지 못하는 것도 적자 생각 때문이다. 최대한 많이 만들어 팔아야 제작 단가가 내려가 이익을 낼 수 있는데 그 정도의 구매력을 갖춘 팀은 사실상 없는 게 현실이다. 최소 수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구색맞춤에 불과한 수준이다. 상품의 질이 떨어지고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력난에 시달리고, 상품 생산, 판촉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한 것도 문제다. 프로축구연맹이 통합 머천다이징(MD)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스포츠서울

K리그 공식 어플리케이션 캡쳐 화면. 예매 기능이 추가됐다.


올해부터 연맹은 통합 MD 사업을 실시한다. 통합 플랫폼을 사용하는 게 첫번째 변화다. K리그 홈페이지, 공식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 예매가 가능해졌다. 따로 구단 홈페이지, 예매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실시간 중계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핵심 사업은 MD 상품 공동 제작 및 판매다. 올해부터는 연맹의 주도 아래 총 10개(전북 제주 포항 울산 전남 대구 상주 안양 부천 안산) 구단이 한 배에 탄다. 연맹이 선정한 업체가 제작한 샘플을 보고 각 구단에서 필요한 제품을 주문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올해 포항과 울산 등의 유니폼을 담당해 호평을 받은 스포츠디자인전문그룹 라보나크리에이티브가 상품 디자인을 맡았다. 상품 종류가 다양하다. 구단에서 주문하면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상품만 101개에 달한다. 텀블러, 우산, 필통, 지갑 등 웬만한 일상용품은 다 있다. 동일한 수준의 디자인, 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리그 브랜딩이라는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K리그를 하나의 브랜드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일본 J리그의 경우 통합 MD를 통해 1년에 15억엔(약 150억원)의 매출을 낸다. 미국, 독일 등에서도 활용 중이다.

연맹은 2020년까지 K리그 22개 구단이 전원 통합 MD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기존 거래 업체와의 계약 문제 등으로 인해 12팀이 보류 중이다. 진정한 의미의 통합 MD가 실현되려면 빠지는 팀이 없어야 한다. 연맹은 상품의 질을 보장하고 재정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구단에 보여줘야 한다. 사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매해 참가하는 팀이 늘어나야 한다.
스포츠서울

같은 상품인데 전남은 2만원에, 대구는 2만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해결 과제는 또 있다. 현재 사업에 참가한 구단이 같은 상품을 다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클러치인데도 대구는 2만3000원에, 전남은 2만원에 팔고 있다. 구매자 입장에선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이유는 있다. 연맹은 구단의 참여를 이끌어 실질적인 수익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 당장 정찰제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구단의 판단에 맡겨 이윤을 극대화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통합 MD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상품의 가격을 정해 정찰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오프라인의 관리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직접 보고 상품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의 권리다. 경기장뿐 아니라 접근성이 좋은 시내 매장 개설을 고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다워기자 weo@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