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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체르노빌을 넘어… '패럴림픽 강국' 된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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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대회 총메달 수 4위

1986년 원전사고 이후 장애인 운동 프로그램 시작

'인바스포르트' 105개 시가 운영,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결실

지난 17일 평창패럴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메달플라자는 노란색 물결로 나부꼈다. 종목별 메달 수여식이 열린 이날 우크라이나 선수가 수시로 시상대에 등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평창패럴림픽에서 금 7, 은 7, 동 8개(총 22개)를 땄다. 금메달 순위는 6위, 총메달 수는 4위였다. 지난달 끝난 동계올림픽에서 금 1개만 따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우크라이나는 앞선 2010년 밴쿠버에선 노메달, 2014년 소치에서는 메달 2개만 목에 걸었으나 패럴림픽에선 두 대회 모두 5위권 내에 들었다. 하계패럴림픽도 상황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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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장애인 선수의 아버지’ 수쉬케비치 - 장애인 스포츠 육성 시스템 ‘인바스포르트’를 통해 ‘패럴림픽 혁명’을 일군 발레리 수쉬케비치(앞쪽 안경 쓴 사람) 우크라이나패럴림픽위원장은 ‘장애인 선수의 아버지’로 불린다. 수쉬케비치 위원장이 평창 동계패럴림픽서 메달을 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는 모습. 수쉬케비치 위원장은 패럴림픽 동안 매일 날씨에 관계없이 휠체어를 타고 나와 선수들을 응원했다. /우크라이나패럴림픽위원회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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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패럴림픽의 힘은 '인바스포르트(Inva sport·장애인스포츠)'라는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의 재활 및 운동선수 양성을 위한 국가 정책 프로그램에서 나온다. 현재 키예프 등 전국 25개 대도시와 80개의 중소 도시에 인바스포르트 관장 기구를 운영 중이다. 아동·청소년 장애인체육학교도 24곳, 장애인을 위한 체육 재활 시설도 148곳이나 된다. 인바스포르트의 시작은 1986년 4월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체르노빌 원전 사고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불과 140㎞ 떨어진 곳에서 생긴 사고다.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사람이 300만명이 넘었고, 총피해액만 1300억달러(약 139조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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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비탄에 젖어 있을 때 나타난 사람이 발레리 수쉬케비치(64) 현 우크라이나 패럴림픽 위원장이다. 원전사고 때 소아마비 장애인 수영 선수로 활동 중이던 그는 이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사회의 떳떳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1990년 정계에 입문했다. 1993년 스포츠를 통한 재활로 장애인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청소년 장애 스포츠 시설 법안을 마련했다. 2002년에는 국립패럴림픽센터 설립을 주도했다.

이를 토대로 우크라이나 전역 장애인 아동 조기 운동 프로그램이 확산됐다. 장애인 스포츠 학교도 일반 엘리트 학교에 뒤지지 않을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자 집안에 틀어박혀 있던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와 세상을 마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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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스포르트는 2004년 아테네 하계패럴림픽부터 결실을 맺었다. 2000년 시드니 대회 금 3개에 그쳤던 우크라이나는 아테네에서 금 24개(6위)를 목에 걸었다. 이후 2008년 베이징 24개, 2012년 런던 32개, 2016년 리우 41개로 성적이 급상승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의 메달 행진을 '패럴림픽 혁명'으로 묘사한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이끌고 평창을 찾은 수쉬케비치는 본지 통화에서 "소질을 보이면 곧바로 재활과 운동을 거쳐 체계적인 선수로 양성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금메달리스트에게 12만5000달러(약 1억30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 우크라이나 패럴림픽 선수들은 "장애인이 직업을 갖기 힘든 우크라이나에서 올림픽 메달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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