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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라이프 스타일] 평창 패럴림픽 식당에서 배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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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저온 조리로 식감 부드럽게

배식대 낮추고 테이블 간격 넓혀

바닥 홈 메꾸고, 일회용컵엔 홀더

중앙일보

패럴림픽 선수촌 식당은 휠체어 탄 선수들을 위해 테이블 사이 간격은 넓히고 6인용 테이블엔 의자를 3개씩만 배치했다. [사진 신세계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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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이하 패럴림픽)이 흥행과 운영, 양면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 못지않게 이번 패럴림픽 성공 개최의 밑거름이 됐던 것은 경기장 곳곳에 장애인 선수들을 위해 배치됐던 과학적이고 따뜻한 배려의 장치들이다. 이는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룬 우리가 향후 일상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실천하고 변화시켜야 할 인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특히 많이 이들이 모이고 이용하는 선수촌 식당에서 준비한 배려들은 평소 잘 모르고 지나쳤던 작은 부분들까지도 배울점이 많았다. 작은 장애물에도 걸음걸이에 방해받을 수 있는 선수들을 위해 마룻바닥 사이마다 난 홈을 테이프로 메꾸고,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식사 전에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물티슈를 준비했다. 주방의 셰프들은 운동량이 부족한 선수들의 식단을 위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음식과 조리법을 사용했다.

본래 빙상경기장이었던 용평돔(용평실내빙상경기장)을 식당으로 단장한 내부는 월드존·아시안·코리안·할랄·24시간 존으로 구분돼 있으며 하루 400여 종의 다양한 메뉴가 제공됐다. 음식 종류나 가짓수는 평창올림픽과 똑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패럴림픽엔 49개국 선수 570명이 참가했는데 이중 휠체어 장애인이 약 200명, 시각 장애인이 60명 가량이다. 실내는 이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동선과 공간 확보를 고려해 배치됐다. 테이블 수를 30% 줄여 테이블 사이 간격을 넓히고, 6인용 테이블엔 의자를 3개씩만 배치해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편하게 이동하고 앉을 수 있도록 했다. 테이블마다 물티슈를 준비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 선수들이 식사 전에 손을 깨끗이 닦을 수 있도록 했다. 마룻바닥 틈새마다 테이핑을 해 걸음이 불편한 선수들이 틈새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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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선수도 쉽게 음료수를 꺼낼 수 있도록 한층에 다양한 음료수를 배치한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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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다양한 음료수와 유제품을 진열하는 모양새도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한 층에 같은 종류의 음료수를 모아놓지만, 이곳에선 한 층에 콜라·사이다·물·주스 등 다양한 종류의 음료수를 골고루 배치했다. 휠체어를 탄 선수들도 어떤 종류의 음료가 있는지 한 번에 확인하고 쉽게 팔을 뻗어 원하는 음료수를 꺼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음료를 담는 일회용 컵엔 전부 홀더를 끼우고 뚜껑도 구비해뒀다.

배식대 높이도 조절했다. 기본 식사는 주방요원들이 직접 배식했지만, 선수들이 직접 음식을 담을 수 있도록 한 24시간존의 경우 배식대 높이를 8cm 정도 낮춰 휠체어에 앉아서도 음식이 잘 보이고 팔 동작이 원활하도록 배려했다.

음식도 달랐다. 메뉴 가짓수는 앞서 있었던 겨울올림픽과 같지만 조리법이 달랐다. 운동량이 일반인보다 부족한 선수들이 소화가 잘되도록 부드러운 식감을 우선시했다. 이를 위해 굽거나 볶는 대신 찜 요리 비중을 늘렸다. 예를 들어 소갈비구이 메뉴는 갈비찜으로 바꿨다. 농어·광어·연어는 구이 대신 스팀 조리했다. 똑같이 굽는 방식을 사용해도 겨울올림픽 땐 180도 오븐에서 90분 동안 구웠다면, 패럴림픽 땐 100도에서 2시간30분 이상 굽는 등 저온조리법을 많이 사용해 육질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다.

겨울올림픽부터 패럴림픽까지 선수촌 식당 메뉴를 책임진 신세계푸드 최정용 총괄셰프는 “소화흡수 능력이 떨어지거나 이동이 불편한 선수들이 많아 메뉴부터 동선까지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전에 경기도 이천에 있는 대한장애인체육회 훈련원을 찾아 식당 운영 관련 노하우를 배웠다고 한다. 또한 올림픽 개최 2년 전부터 소치·리우올림픽 선수촌 식당 메뉴와 각종 요리 서적을 공부하고, 각국 대표팀의 영양사들의 조언이나 부탁도 흘려듣지 않고 모두 반영해 식단을 준비했다고 한다.

덕분에 이번 패럴림픽 선수촌 식당은 IPC(국제 패럴림픽 위원회) 위원들과 선수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도 대회 기간 선수촌 식당을 찾아 “훌륭한 식사와 서비스에 선수들을 대표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캐나다 대표팀 마리 라이트(58·휠체어컬링) 선수는 “외국 대회에선 음식이 잘 안 맞을 때가 많았는데 평창은 메뉴가 다양해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크게 만족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 이해만(48·아이스하키) 선수는 “체력 소모가 큰 선수를 위한 육류부터 식단 관리가 필요한 선수를 위한 샐러드·과일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좋았다”고 칭찬했다.

평창=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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