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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줌마 탐정은 어디가고…KBS '추리의 여왕2'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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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탐정' 포인트 사라지고 식상한 멜로가 채워져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기승전 멜로'가 아닌 점이 가장 큰 무기였는데 그게 사라졌다. '앙꼬 없는 진빵'이 따로없다.

KBS 2TV 수목극 '추리의 여왕2'가 지상파에는 드문 시즌제 드라마의 맥을 이으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진한 아쉬움을 주고 있다. 톱스타가 출연함에도 1년도 안 돼 주연배우가 그대로 나오는 시즌2가 만들어져 관심을 한몸에 받았으나 드라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던 타이틀 롤에 변화를 주면서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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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만 '아줌마'…주부 탐정의 매력 사라져

'추리의 여왕'은 시어머니에 시누이까지 모시고 하는 전업주부 유설옥이 시댁 식구들 몰래 틈틈이 각종 사건사고에서 추리능력을 발휘하는 이야기였다. 장바구니 들고 시장으로 가다가 사고 현장을 목격하자 추리의 길로 빠지고,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다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집을 빠져나오는 아줌마 유설옥의 상황이 이 드라마의 핵심포인트였다.

비록 아이도 없고 남편은 바람을 피우지만 엄연히 유부녀인 유설옥이 극중 파트너인 엘리트 경찰 하완승과 멜로를 만들어가는 것은 언감생심 안되는 일이었다. 멜로를 사전에 철벽 차단하고, 취미로 추리를 하는 주부가 생활 속 지혜를 발휘해 경찰의 허를 찌르는 에피소드들이 '추리의 여왕'의 특이점이었다.

그런데 시즌2로 돌아온 '추리의 여왕'에는 그게 없다. 제작진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 불가다. 한국 드라마가 비난을 받는 가장 핵심 포인트가 '기승전 멜로'라는 점인데, 제작진은 시즌1에서는 없었던 멜로를 굳이 시즌2에 끌어와 비난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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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의 유설옥은 이혼을 한 자유의 몸이다. 아이도 없었고 외모도 아가씨와 다름없다. 아니나다를까 드라마는 첫회부터 '돌싱' 유설옥과 '총각' 하완승의 멜로로 직진했다. 심지어 하완승이 유설옥을 위해 반지를 준비했다가 둘이 만취한 상태에서 반지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으로 이 둘의 '밀당'을 6회(15일 방송분)까지 끌고왔다. 추리의 여왕 유설옥은 여전히 추리를 하고, 아예 본격적으로 경찰시험 준비도 하지만 드라마의 한축은 멜로가 차지하고 있다. 애써 만든 특이점을 일부러 포기하고 보통의 드라마와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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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제 이어가려면 캐릭터 재구축이 관건

시즌2가 결정되지도 않았음에도 '추리의 여왕'은 시즌1의 마지막회를 미적지근하게 끝내 이런저런 말을 낳았다. 시즌1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한 하완승의 첫사랑이자 오래 전 살해된 것으로 설정된 서현수라는 인물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강희-권상우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11개월 만에 시즌2를 내놓게 되면서 '추리의 여왕'의 작가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 됐고, 시즌2에서도 서현수라는 인물이 큰 줄기의 미스터리를 계속 끌어가고 있다.

드라마 시즌제의 가장 걸림돌은 캐스팅이다. SBS TV '낭만닥터 김사부'나 KBS 2TV '마녀의 법정',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 캐릭터가 확실하고 성공한 드라마는 시청자는 물론이고, 방송사가 시즌2를 희망하게 된다.

하지만 톱스타들이 주연을 맡은 이들 드라마는 시즌2에도 같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 배우들의 스케줄 문제가 크고, 잘 끝났는데 괜히 시즌2를 했다가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최강희-권상우 그대로 일사천리 시즌2를 내놓은 '추리의 여왕2'는 방송계가 주목하는 작품이었다. 그간 지상파에서는 MBC TV '종합병원', KBS 2TV '학교', SBS TV '미세스 캅' 등이 시즌제를 추진했지만 모두 배우가 바뀌었고, '종합병원'은 시즌2가 12년 만에 나왔기 때문에 시즌제 드라마라고 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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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차별화된 '추리의 여왕2'의 제작과정이 지상파 시즌제 드라마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나 싶었지만, 이대로 가면 시즌제의 의미가 사라질 듯하다. 주부 추리의 여왕이 아닌 경찰 시험 준비하는 돌싱 추리의 여왕은 매력이 뚝 떨어지고, 멜로 역시 극의 양념이 아니라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블루문 특급' 류의 미국형 수사드라마 시리즈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재구축이 필요하다.

특유의 밝고 경쾌한 전개, 한 발짝씩 쉬어가는 호흡과 생활형 추리는 '추리의 여왕'의 여전한 강점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타이틀 롤의 변형으로는 생명을 연장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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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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