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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그에겐 팔 대신 날개가 있다, 18세 스노보더 박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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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팔 없어 처음엔 균형 못 잡아

10번 중 8번 넘어지며 독한 훈련

고소공포증까지 있었지만 극복

“평창서 경험 쌓아 4년 뒤 꼭 메달”

중앙일보

평창패럴림픽 한국 선수 중 최연소(18세)인 장애인 스노보드 크로스 국가대표 박수혁.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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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새로워요. 응원도 많이 와주셨고요.”

박수혁(18)은 12일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다양한 지형지물이 있는 슬로프를 내려오는 경기) 상지 장애(SB-UL) 등급 첫 경기를 무사히 마친 뒤 밝게 웃었다. 2000여 관중이 지켜본 가운데 두 차례 레이스를 완주한 그는 22명 중 21위에 머물렀다. 그래도 그는 “다음 패럴림픽에 대한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다.

박수혁은 평창패럴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 36명 중 가장 어리다. 2000년 8월생인 그는 오른팔이 없는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비장애인 친구들과 초·중·고교를 함께 다니면서 스스럼없이 지냈고 밝게 자랐다. 자신을 도우러 온 봉사자에게 “제 팔 한 번 만져 보실래요? 저는 이 팔로 뭐든지 잘해요”라며 물건 집는 시범을 보이는 등 늘 당당했다.

사춘기였던 중학 시절 컴퓨터게임에 빠져 살았던 박수혁에게 스노보드가 찾아왔고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주변의 권유로 육상 선수로 잠시 활동하던 2015년, 그의 운동 신경을 눈여겨본 노성균 전 장애인스노보드 신인선수팀 감독이 스노보드 입문을 제안했다. 스노보드는 쉽지 않았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놀이기구도 잘 못 탔던 그였기에, 보드에 제대로 서는 데까지도 벽을 무수히 넘어야 했다. 스노보드와 만나기 전까지 15년간 한쪽 팔로 살았던 그로선, 균형을 잡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그는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두렵기만 했다”고 말했다.

스노보드를 통해 박수혁은 도전이 뭔지 알게 됐고, 삶의 재미를 느꼈다. “잘하면 국가대표도 될 수 있다”는 목표 의식은 마음을 다잡게 했다. 처음엔 10번 타면 8번은 넘어졌던 그도, 점차 균형 감각을 찾게 됐다. 또 근력 운동도 꾸준하게 했다. 기량이 급성장하더니, 입문 9개월 만인 2016년 9월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리고 그해 12월 미국에서 열린 US 내셔널스 크로스에서 6위에 올랐다. 지난해엔 뉴질랜드 국제대회와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촉촉한 발 느낌이 좋아 계속하게 됐다. 처음엔 점프가 두려웠는데, 타다 보니 자신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붙임성이 좋은 박수혁은 장애인 동료뿐 아니라 올림픽 출전 선수(비장애인)들과도 친하다. 그는 “평창패럴림픽이 국내에서 열리다 보니, 미국, 호주 등 외국 선수들이 관심을 자주 보이더라. 영어는 짧아도 보드 하나로 외국 선수들과 가까워졌다”고 자랑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 출전했던 스노보드 빅에어 국가대표 이민식(18)과 친하다. 그는 “(이민식과는) 동갑이라 이야기하기도 편하고, 서로 장난도 많이 친다. 작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때 가까이 지낼 기회가 있어 친분을 쌓았다”며 “스포츠는 장애 여부를 가리지 않고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준다. 다른 장애인 친구들도 스포츠를 통해 그렇게 되면 좋겠다. 나는 스노보드 덕분에 컴퓨터게임 대신 친구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수혁은 1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뱅크드슬라롬(기문 코스를 회전하며 내려오는 경기) 부문에 출전한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다음 대회인 2022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경험을 쌓는 것이 이번 평창패럴림픽 목표다. 그는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고 생각보다 빨리 내려온 것만으로 만족한다. 좋은 경험을 했으니 4년 뒤 베이징에선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정선=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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