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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올림픽 이슈] 김보름-노선영 사건으로 일그러진 '오륜기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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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반환점을 돌아 막판으로 향할 때 날벼락이 떨어졌다.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준준결승이 치러졌다. 김보름(25, 강원도청) 박지우(20, 한체대) 노선영(29, 콜빙)으로 구성된 한국은 8개 팀 가운데 7위에 그쳤다.

문제는 7위라는 성적표가 아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보인 태도와 발언이 핵심이다. 김보름과 노선영은 경기 중 뒤로 처진 한 선수(노선영) 때문에 떨어졌다는 말을 내뱉었다.

이 발언은 파문이 됐고 대중들의 공분은 하늘을 찔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팀은 20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애초 연맹은 백철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팀 감독과 팀 추월에 출전한 선수들이 기자회견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는 백 감독과 김보름 뿐이었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은 노선영이다. 많은 대중은 노선영의 입장이 궁금했다. 노선영은 19일 열린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아무 말 없이 빠져나났다.

노선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반쪽'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대중에게 뭇매를 맞는 김보름도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백 감독과 김보름 만의 이야기로는 갈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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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백 감독은 지도자 입장에서 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노선영이 팀 추월에서 처지게 된 점에 대해 스는 "목표인 4강 진출을 위해 필요한 기록을 위해 선수들이 앞서게 됐다. 이를 얘기하려 했지만 경기장의 큰 응원 소리 때문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많은 분이 상처를 받으신 거 같다. 죄송하고 싶이 반성하고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사과했다.

팀 추월은 가장 늦게 결승 지점에 골인한 선수의 기록을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이런 룰 때문에 팀 추월은 개인플레이보다 협력플레이가 중요하다. 그러나 팀 추월에 출전한 선수들의 경기 방식은 큰 문제가 있었다. 누가 봐도 '모래알' 팀이라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회견이 나간 뒤 노선영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로 백 감독과 김보름의 의견에 반박했다. 백 감독은 팀 분위기에 대해 "사실 처음에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처음 와서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려 노력했다. 강릉 도착해서는 컨디션이나 모든 면에서 화합하고 잘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선영은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서로 그냥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렵게 확인된 노선영의 입장과 백철기, 김보름과의 거리는 멀었다. 누구의 잘못이 큰가의 문제가 명확하게 밝혀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을 볼 때 팀 추월에 출전한 여자 대표 팀은 '모래알 팀'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선수들의 갈등은 분명 존재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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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감독은 "지도자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김보름도 "제가 선두에 있었기에 뒤에 선수들을 확인하지 못한 점은 제 잘못이 크다. 그래서 억울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를 관전하는 이들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목한다. 성적이 좋지 못해도 최선을 다하거나 끈끈한 조직력을 보여주면 갈채를 받는다. 그러나 선수들의 단합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경기를 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은 실망하고 있다.

이런 경기는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나타났다. 국가 대표는 단순히 애국심에 젖어 다른 국가 선수를 이기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전 세계인들이 보는 올림픽은 더더욱 그러하다. 선수들도 인간이기에 모두와 친분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공과사를 구분한다면 실전 무대에서 이런 경기가 나오면 안 된다.

백 감독과 김보름은 이런 경기가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보름은 "3명 선수 모두 3위를 목표로 했다. 그러려면 일차적으로 4강에 진출해야 했다. 6바퀴 가운데 제가 3바퀴를 리드해야 했다. 이 일을 위해 남은 바퀴를 빨리 통과해야 했다. 그래서 속도를 냈고 결승 지점에 들어온 뒤 (노)선영 언니가 처쳐져 있는 것을 알았다. 가장 앞서 달리던 선수로서 이런 점을 확인하지 못한 점은 제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백 감독도 4강 진출을 위해 이런 전술을 펼쳤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선영과 이들의 말이 달랐다는 점이다. 내부에 남아있는 앙금은 풀지 않고 급하게 여론을 무마하려는 인상이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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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힘겹게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은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태극 마크의 책임감은 무겁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보는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팀 추월에 출전한 대표 팀은 내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올림픽 무대에 섰다. 돌아온 것은 대중들의 따가운 질책이었다.

모래알 팀은 해변의 모래성보다 빨리 무너진다. 백 감독은 "팀 추월 순위전도 남아 있지만 중요한 매스스타트도 있다. 현재 선수(김보름, 박지우)가 굉장히 힘들어 한다. 지금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선영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전혀 상반된 견해를 털어놓았다. 이들은 거대한 파도 앞에 있는 모래성과 비슷하다. 또 태극 마크의 의미도 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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