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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세계가 반한 `갈릭 걸스`…`톡 쏘는` 플레이에 강팀들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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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 평창 ◆

잠시 불어닥친 돌풍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점점 더 거세지며 이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태풍급이 됐다. 바로 '팀 킴(Team Kim)'으로 불리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다.

김은정이 이끄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6차전 스웨덴전에서 7대6으로 승리했다. 스웨덴은 예선전 무패 행진을 펼치던 강팀. 하지만 한국 여자 대표팀은 스웨덴마저 제압하며 예선 전적 5승1패로 예선 공동 1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세계랭킹 8위 한국은 예선 첫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 캐나다를 무너뜨리며 파란을 예고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 일본(세계랭킹 6위)에 역전패를 당했지만 이후 세계랭킹 2위 스위스,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중국(세계랭킹 10위)에 이어 세계랭킹 5위 스웨덴까지 차례대로 격침했다.

자매·선후배 관계로 묶인 끈끈한 조직력도 돌풍의 힘이다. 김은정(28·스킵)과 김영미(27·리드), 김선영(25·세컨드), 김경애(24·서드), 김초희(22·후보)는 모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모두 김씨여서 한 가족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특히 김영미와 김경애는 실제 자매다. 또 김초희를 제외한 주전 4명은 모두 의성여고 선후배 사이로, 10년 이상 친분을 쌓아왔다. 이들은 2006년 국내 최초로 경북 의성에 컬링 전용 경기장이 설립된 후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의성여고와 경북체육회를 거쳐 대표팀까지 10년 넘게 손발을 맞추며 개인 기량과 팀 조직력을 높였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 우승, 동아시안게임 준우승 등을 통해 실전 경험도 쌓았다.

강팀에 강한 이유에 대해 대표팀의 대답은 항상 "상대는 신경 안 쓴다"였다. 김민정 감독은 "우리는 상대가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는 정신력 훈련을 해왔다. 10년 전부터 그 부분에 가장 오랜 시간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빙판 위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운동능력 외에도 집중력·정신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가장 강력한 돌풍의 이유는 바로 '올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평창올림픽에만 몰두하고 있다. 먼저 선수들은 전화기부터 자진 반납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인기가 실감 나느냐"고 질문해도 "잘 모른다"는 대답만 나올 뿐이다.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올림픽 방송'만 볼 수 있다. 올림픽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당연히 인터뷰할 때에도 '인기' 등은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가 됐다.

김민정 감독은 "뉴스에 좋은 말도 많지만 안 좋은 이야기들도 있다.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선수들과 합의해 대회 기간에 휴대폰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올인'의 각오는 표정에서도 드러난다. 김민정 감독은 "예전에 세계 최강 캐나다를 처음 이겼을 땐데, 표정 변화가 없는 우리 선수들을 보고 캐나다 선수들이 '마치 로봇과 싸운 것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은정도 "긴장된 표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간다.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 보니 표정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외신에서도 한국의 금메달리스트보다 여자 컬링 대표팀이 더 주목받고 있다. 컬링 불모지에서 특별한 정부 지원 없이 세계 강호들을 연파하는 실력을 과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인간 스토리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에 대해 "평창 '깜짝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WSJ는 5명의 컬링 선수의 성이 모두 김씨여서 외국인들이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각자 영어 애칭을 정한 사연도 소개했다. 김은정 '애니', 김경애 '스테이크', 김선영 '써니', 김영미 '팬케이크', 김초희 '쵸쵸' 등이다. 특히 마늘 특산지인 경북 의성에서 컬링을 시작한 김은정·김영미·김선영·김경애는 현지 지역 언론이 '마늘 소녀들(Garlic Girls, 갈릭 걸스)'로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치러야 할 경기에만 '올인'할 뿐이다. '팀 킴'의 다음 일정은 20일 열리는 세계 7위 미국과의 예선 7차전이다.

[강릉 = 조효성 기자 / 이상헌 기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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